동아논평 : 구제역 매몰지, 환경재앙 부르나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전국에 살처분 된 가축 매몰지가 4000곳을 넘어서면서 침출수 유출, 제방붕괴 등 2차 환경재앙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붕괴와 유실우려가 있는 매몰지를 조사 중인 환경부는 현재 이런 매몰지를 110곳으로 파악했습니다만 조사가 완료되면 전체의 5~6%인 200~300여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이상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경남 김해, 경기 파주 등지에선 핏물이 섞인 침출수가 흘러나와 하천으로 흘러드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날씨가 풀려 얼어붙은 땅이 해동되면 이런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오염으로 전례 없는 환경재앙이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까.

지금까지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가축이 310만 마리, 여기에 들어간 보상비용은 2조5000억 원이나 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50년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악의 구제역`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초기대응 실패로 인한 손실과 이미지 타격도 엄청난데 정부는 불과 한두 달을 내다보지 못하고 마구잡이 매몰을 진행해 또 다른 재앙을 자초했습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방역에만 급급해 환경지침을 어기고 산비탈 등 토양유실 위험이 크거나 농가나 하천 주변 등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있는 곳에 가축을 대량으로 매몰했기 때문입니다. 산비탈이나 제방보강 공사는 다시하면 된다지만 침출수 유출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혹여 침출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정부가 `구제역과의 전쟁`을 시작한 지가 언제인데 확산저지는커녕 가축 매물조차 제대로 못하는지 한심합니다. 물론 단기간 살처분한 가축들이 워낙 많아 적절한 매몰지를 찾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매몰처분이 불가능한 지역의 경우 영국처럼 소각처분은 불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구제역 파문도 끝나지 않았는데 환경오염까지 걱정하는 우울한 봄을 맞을 것 같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