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무바라크, 이집트는 어디로…(스튜디오)

등록 2011.02.14.
(김 앵커) 지난 18일간의 기록은 한편의 정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민동용, 정양환 기자와 함께 좀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무엇보다 과도 정권을 위임받은 군이 어떻게 하느냐에 이집트의 미래가 달려 있을 것 같은데요.

(민 기자) 그렇습니다. 무바라크가 물러난 다음 이집트 군은 시위대의 요구를 상당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무바라크가 당수였던 집권 국민민주당이 80%를 장악한 의회를 해산했고, 국민의 정치적 권한을 크게 제한한 기존 헌법의 효력도 중지시켰습니다.

또 6개월 안에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그때까지만 정권을 잡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집트 국민이 신뢰를 나타낸 만큼 군도 현재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 기자) 하지만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비호한 것 역시 군이란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일부 야권과 시위대가 군은 즉시 권한을 넘기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군의 진의를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군은 이집트 경제의 약 15%를 차지하는 기업들을 보유하며 각종 이권에도 개입해왔습니다.

만약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도입된다면 이런 이득은 상당부분 사라질 텐데 군이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민 기자) 그러나 군이 당장 민간에 정권을 이양한다고 해서, 이집트가 안정되게 민주주의체제를 실현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번 사태로 유력한 야권 지도자로 올라선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조차 "민주적인 선거를 준비하려면 1년은 더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야권은 앞으로 분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바라크 퇴진`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졌으니까요.

따라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이들 야권이 과도정부를 구성한다면, 이집트 사회는 우리나라의 4·19혁명 직후처럼 혼탁해질 수도 있습니다.

(정 기자) 그렇다고 해서 안정과 안보에 초점을 맞추다간 현 이집트 체제는 변하는 게 없을 겁니다.

말 그대로 무바라크에서 다른 군인으로 얼굴만 바뀔 뿐이라는 거죠.

이집트 야권이나 시위대의 걱정도 결국 군의 집권 야욕입니다.

미국은 친미적 군사정권의 지속을 바랄지 모르겠지만, 이집트 국민은 더 이상 권위주의적인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군은 정권의 민간이양 스케줄을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김 앵커) 미국의 중동 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이집트 사태에서 미국은 어떤 역할을 했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임기 초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상당한 분열을 겪어왔고 이번 이집트 사태서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평가도 있던데요.

(정 기자) 네, 맞습니다. 미국은 이집트 사태 초반엔 "이집트 정부를 믿는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시위가 곧 누그러질 거라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시위가 커지고 장기화 되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0일 CIA국장이 의회에서 "무바라크가 오늘 하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지만, 결국 하루가 지나서야 퇴진하지 않았습니까.

오바마 정부는 이집트 사태 내내 우유부단하고 일관성이 부족하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중동지역 안정이라는 현실론과 민주주의 가치 옹호라는 이상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셈이죠.

(민 기자) 물론 시위가 곧 누그러질 것으로 본 건 실책이었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나 힐러리 국무장관이 고비마다 서로 엇갈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무바라크의 퇴진을 전제로 한 점진적 정권 교체, 즉 `질서 있는 전환`이라는 대명제를 밝혀왔습니다. 이후 이 원칙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CIA국장의 사퇴 임박 언급도 이집트 군이 무바라크의 하야가 불가피하다고 결정했다는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정 기자) 사실 미국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지역 시민들의 반미 정서를 간과한 측면이 큽니다.

이집트라는 중동의 대표적 친미정권이 무너진 만큼 미국의 입지도 상당히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테러와의 전쟁이나 중동국가와 이스라엘과의 관계 등에서도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되는데요.

친미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원리주의 정권이 들어선 1979년 이란 혁명을 미국은 기억해야 합니다.

(민 기자) 이번 시민혁명은 종교, 직업, 계층, 성별의 구별이 없는 젊은이들의 혁명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슬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참여는 했지만 주도를 하지는 못했고, 시민들은 이슬람교의 교리가 아니라 언론자유와 인권 같은 서구적 민주주의 가치를 외쳤습니다.

미국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 친미적이면서도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권 창출을 위해 배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중동지역의 안정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민주주의를 향한 이집트 민중의 열망을 동시에 충족하기란 미국으로서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김 앵커) 화제를 좀 돌려보죠.

금방 말했듯이 이번 사태를 보며 사람들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튀니지 재스민 혁명이나 이집트 시민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정 기자) 네. 그 때문에 페이스북 혁명, 트위터 혁명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바로바로 인터넷에 올려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20세기형 독재정권을 21세기형 SNS가 무너뜨린 셈입니다.

외신은 이런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중동 역사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는데요.

향후 다른 독재국가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 기자)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집권세력이 인터넷과 SNS만 장악하면 통제가 손쉽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독재국가는 인터넷서비스를 차단하기도 그만큼 쉽기 때문입니다. 이집트도 정부가 나서서 인터넷 서비스를 끊어버렸습니다.

또 권위주의 정권에서 SNS를 역이용해 정부 측 선전을 퍼뜨리거나 시위 주도자를 검거하기도 합니다.

SNS가 혁명의 유용한 수단인 건 틀림없지만,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 앵커) 민 기자, 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김 앵커) 지난 18일간의 기록은 한편의 정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민동용, 정양환 기자와 함께 좀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무엇보다 과도 정권을 위임받은 군이 어떻게 하느냐에 이집트의 미래가 달려 있을 것 같은데요.

(민 기자) 그렇습니다. 무바라크가 물러난 다음 이집트 군은 시위대의 요구를 상당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무바라크가 당수였던 집권 국민민주당이 80%를 장악한 의회를 해산했고, 국민의 정치적 권한을 크게 제한한 기존 헌법의 효력도 중지시켰습니다.

또 6개월 안에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그때까지만 정권을 잡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집트 국민이 신뢰를 나타낸 만큼 군도 현재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 기자) 하지만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비호한 것 역시 군이란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일부 야권과 시위대가 군은 즉시 권한을 넘기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군의 진의를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군은 이집트 경제의 약 15%를 차지하는 기업들을 보유하며 각종 이권에도 개입해왔습니다.

만약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도입된다면 이런 이득은 상당부분 사라질 텐데 군이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민 기자) 그러나 군이 당장 민간에 정권을 이양한다고 해서, 이집트가 안정되게 민주주의체제를 실현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번 사태로 유력한 야권 지도자로 올라선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조차 "민주적인 선거를 준비하려면 1년은 더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야권은 앞으로 분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바라크 퇴진`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졌으니까요.

따라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이들 야권이 과도정부를 구성한다면, 이집트 사회는 우리나라의 4·19혁명 직후처럼 혼탁해질 수도 있습니다.

(정 기자) 그렇다고 해서 안정과 안보에 초점을 맞추다간 현 이집트 체제는 변하는 게 없을 겁니다.

말 그대로 무바라크에서 다른 군인으로 얼굴만 바뀔 뿐이라는 거죠.

이집트 야권이나 시위대의 걱정도 결국 군의 집권 야욕입니다.

미국은 친미적 군사정권의 지속을 바랄지 모르겠지만, 이집트 국민은 더 이상 권위주의적인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군은 정권의 민간이양 스케줄을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김 앵커) 미국의 중동 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이집트 사태에서 미국은 어떤 역할을 했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임기 초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상당한 분열을 겪어왔고 이번 이집트 사태서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평가도 있던데요.

(정 기자) 네, 맞습니다. 미국은 이집트 사태 초반엔 "이집트 정부를 믿는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시위가 곧 누그러질 거라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시위가 커지고 장기화 되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0일 CIA국장이 의회에서 "무바라크가 오늘 하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지만, 결국 하루가 지나서야 퇴진하지 않았습니까.

오바마 정부는 이집트 사태 내내 우유부단하고 일관성이 부족하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중동지역 안정이라는 현실론과 민주주의 가치 옹호라는 이상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셈이죠.

(민 기자) 물론 시위가 곧 누그러질 것으로 본 건 실책이었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나 힐러리 국무장관이 고비마다 서로 엇갈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무바라크의 퇴진을 전제로 한 점진적 정권 교체, 즉 `질서 있는 전환`이라는 대명제를 밝혀왔습니다. 이후 이 원칙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CIA국장의 사퇴 임박 언급도 이집트 군이 무바라크의 하야가 불가피하다고 결정했다는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정 기자) 사실 미국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지역 시민들의 반미 정서를 간과한 측면이 큽니다.

이집트라는 중동의 대표적 친미정권이 무너진 만큼 미국의 입지도 상당히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테러와의 전쟁이나 중동국가와 이스라엘과의 관계 등에서도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되는데요.

친미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원리주의 정권이 들어선 1979년 이란 혁명을 미국은 기억해야 합니다.

(민 기자) 이번 시민혁명은 종교, 직업, 계층, 성별의 구별이 없는 젊은이들의 혁명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슬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참여는 했지만 주도를 하지는 못했고, 시민들은 이슬람교의 교리가 아니라 언론자유와 인권 같은 서구적 민주주의 가치를 외쳤습니다.

미국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 친미적이면서도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권 창출을 위해 배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중동지역의 안정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민주주의를 향한 이집트 민중의 열망을 동시에 충족하기란 미국으로서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김 앵커) 화제를 좀 돌려보죠.

금방 말했듯이 이번 사태를 보며 사람들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튀니지 재스민 혁명이나 이집트 시민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정 기자) 네. 그 때문에 페이스북 혁명, 트위터 혁명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바로바로 인터넷에 올려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20세기형 독재정권을 21세기형 SNS가 무너뜨린 셈입니다.

외신은 이런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중동 역사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는데요.

향후 다른 독재국가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 기자)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집권세력이 인터넷과 SNS만 장악하면 통제가 손쉽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독재국가는 인터넷서비스를 차단하기도 그만큼 쉽기 때문입니다. 이집트도 정부가 나서서 인터넷 서비스를 끊어버렸습니다.

또 권위주의 정권에서 SNS를 역이용해 정부 측 선전을 퍼뜨리거나 시위 주도자를 검거하기도 합니다.

SNS가 혁명의 유용한 수단인 건 틀림없지만,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 앵커) 민 기자, 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더보기
공유하기 닫기

VODA 인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