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고 신용불량돼도...챔피언 꿈 못 버려”

등록 2011.03.31.
작은 몸집에 빠른 발, 강한 맷집. 그가 한국챔피언에 오르자 사람들은 세계 챔피언이 머지 않았다고 했다. 연전연승. 컨디션은 최고조였고,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 정상의 문턱에서 넘어졌다. 그는 다시 일어나 도전했지만 그 길은 쉽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계의 벽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손만 내밀면 잡힐 것만 같았던 세계 챔피언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전 한국 페더급 챔피언 우동구(50) 씨의 이야기다. 93년 선수 생활을 접은 우 씨는 17년이 지난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우 씨를 서울 망우동의 한 합기도 체육관에서 만났다.

돈 안되는 복싱, 일용직 잡부, 희망근로 전전

왜 복싱 체육관이 아니라 합기도 체육관일까? 의아함도 잠시, 체육관 한 구석에 설치된 허름한 사각의 링을 볼 수 있었다. 우 씨는 “합기도 관장인 친구의 도움으로 이 공간에서 복싱을 가르치고 있다” 고 말했다. 그간 우 씨의 행적에 대해 물었다.

우 씨는 “93년 선수생활을 접고 버스 운전, 화물 배달 등 많은 일을 했다”고 했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복싱이 못내 그리웠던 우 씨는 그 동안 모았던 돈으로 2001년 복싱 체육관을 열었다. 체육관 운영은 생각대로 쉽지 않았다. 우 씨는 “어렵게 모집한 관원들은 기본기를 가르치면 재미가 없다며 나갔고, 기술을 가르치면 다 배웠다고 나갔다”고 했다. ‘복싱은 위험한 운동’ 이라는 편견도 한 몫했다. 결국 매달 50~60 만원에 이르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했고 개관 4년 만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래도 체육관만은 포기 할 수 없었던 우 씨는 임대료 싼 곳을 찾아 5년간 4군데나 체육관을 옮겨야했다. 직전에 차렸던 체육관은 전전세 계약을 맺었다가 사기까지 당했다.

못 이룬 챔프 꿈, 딸에게로...

우 씨는 일용직 잡부일, 구청에서 하는 희망근로를 하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갔다. 이쯤되면 복싱의 끈을 놓을만도 하지만 우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세계 챔피언의 꿈’ 때문이다. 우 씨는 자신이 못 이룬 세계 챔피언을 우지혜(24), 우병준(22) 두 자매가 이뤄주길 바라고 있다. 수익은 커녕 빚만 늘게했던 체육관을 계속 이끌어 온 것도 두 자매를 조련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 씨의 딸 지혜 씨는 이미 2007년 IFBA 세계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다. 6차 방어전에서 타이틀을 잃었지만 다시 벨트를 찾아올 수 있는 실력이라는 게 우 씨의 생각이다. 우 씨는 “가족 모두가 지혜에게 올인한 상태” 라고 말했다. 서울시 대회 우승, 신인왕전 준우승을 이뤘던 아들 병준 씨도 자신의 훈련을 포기하고 지혜 씨의 훈련을 돕고 있다.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으면 상황이 반전될까? 우 씨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타이틀전 대전료는 2천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우 씨는 “1년에 많이 잡아 3경기를 한다고 봤을때 그저 생활이나 유지되는 수준” 이라고 말했다. 그나마도 다 이겼을 경우의 얘기다. 우 씨는 “지면 다시 희망근로 자리를 알아봐야한다” 고 말했다.

“복싱은 내 전부”

도대체 무엇이 우 씨로 하여금 이렇게까지 복싱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일까? 우 씨는 “세계 챔피언은 헛 꿈”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헛 꿈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온 것 아니겠냐” 며 웃어보였다. “5억, 10억이 있어도 나는 복싱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우 씨. 그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는 그의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복싱은 내 전부이기 때문에...”

동아닷컴 동영상뉴스팀 I 백완종 기자 100pd@donga.com

작은 몸집에 빠른 발, 강한 맷집. 그가 한국챔피언에 오르자 사람들은 세계 챔피언이 머지 않았다고 했다. 연전연승. 컨디션은 최고조였고,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 정상의 문턱에서 넘어졌다. 그는 다시 일어나 도전했지만 그 길은 쉽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계의 벽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손만 내밀면 잡힐 것만 같았던 세계 챔피언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전 한국 페더급 챔피언 우동구(50) 씨의 이야기다. 93년 선수 생활을 접은 우 씨는 17년이 지난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우 씨를 서울 망우동의 한 합기도 체육관에서 만났다.

돈 안되는 복싱, 일용직 잡부, 희망근로 전전

왜 복싱 체육관이 아니라 합기도 체육관일까? 의아함도 잠시, 체육관 한 구석에 설치된 허름한 사각의 링을 볼 수 있었다. 우 씨는 “합기도 관장인 친구의 도움으로 이 공간에서 복싱을 가르치고 있다” 고 말했다. 그간 우 씨의 행적에 대해 물었다.

우 씨는 “93년 선수생활을 접고 버스 운전, 화물 배달 등 많은 일을 했다”고 했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복싱이 못내 그리웠던 우 씨는 그 동안 모았던 돈으로 2001년 복싱 체육관을 열었다. 체육관 운영은 생각대로 쉽지 않았다. 우 씨는 “어렵게 모집한 관원들은 기본기를 가르치면 재미가 없다며 나갔고, 기술을 가르치면 다 배웠다고 나갔다”고 했다. ‘복싱은 위험한 운동’ 이라는 편견도 한 몫했다. 결국 매달 50~60 만원에 이르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했고 개관 4년 만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래도 체육관만은 포기 할 수 없었던 우 씨는 임대료 싼 곳을 찾아 5년간 4군데나 체육관을 옮겨야했다. 직전에 차렸던 체육관은 전전세 계약을 맺었다가 사기까지 당했다.

못 이룬 챔프 꿈, 딸에게로...

우 씨는 일용직 잡부일, 구청에서 하는 희망근로를 하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갔다. 이쯤되면 복싱의 끈을 놓을만도 하지만 우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세계 챔피언의 꿈’ 때문이다. 우 씨는 자신이 못 이룬 세계 챔피언을 우지혜(24), 우병준(22) 두 자매가 이뤄주길 바라고 있다. 수익은 커녕 빚만 늘게했던 체육관을 계속 이끌어 온 것도 두 자매를 조련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 씨의 딸 지혜 씨는 이미 2007년 IFBA 세계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다. 6차 방어전에서 타이틀을 잃었지만 다시 벨트를 찾아올 수 있는 실력이라는 게 우 씨의 생각이다. 우 씨는 “가족 모두가 지혜에게 올인한 상태” 라고 말했다. 서울시 대회 우승, 신인왕전 준우승을 이뤘던 아들 병준 씨도 자신의 훈련을 포기하고 지혜 씨의 훈련을 돕고 있다.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으면 상황이 반전될까? 우 씨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타이틀전 대전료는 2천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우 씨는 “1년에 많이 잡아 3경기를 한다고 봤을때 그저 생활이나 유지되는 수준” 이라고 말했다. 그나마도 다 이겼을 경우의 얘기다. 우 씨는 “지면 다시 희망근로 자리를 알아봐야한다” 고 말했다.

“복싱은 내 전부”

도대체 무엇이 우 씨로 하여금 이렇게까지 복싱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일까? 우 씨는 “세계 챔피언은 헛 꿈”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헛 꿈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온 것 아니겠냐” 며 웃어보였다. “5억, 10억이 있어도 나는 복싱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우 씨. 그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는 그의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복싱은 내 전부이기 때문에...”

동아닷컴 동영상뉴스팀 I 백완종 기자 100p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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