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빚의 복수’ 두려워해야

등록 2011.05.26.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처음으로 8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3월말 현재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외상구매를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801조 원으로 작년 말보다 6조 원 늘었습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한국의 은행산업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의 하나로 가계부채 증가를 거론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신용은 가계부채의 대표적 지표입니다. 2005년 521조 원, 2007년 630조 원, 2009년 말 733조 원으로 매년 급증했습니다. 작년 4분기의 전분기 대비 증가액이 25조 원이었던 점과 비교할 때 올 들어 증가속도는 둔화됐지만 사상 첫 800조 원 돌파의 무게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계부채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90%를 넘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 추가금리 인상도 예상됩니다. 금리가 오르면 차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계부채에 따른 파산이 늘어나면 소비가 줄어들고 금융회사 부실 위험도 커집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한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는 생생한 교훈입니다.

'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남긴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빚에 대해 의미 있는 경구를 남겼습니다. 그는 "빚이 아무리 묘한 재간을 부리더라도 자신이 낸 손실을 물어내지 않을 수는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영국 저널리스트 윌리엄 리스모그는 "역사적으로 빚을 자꾸 져 가며 이를 갚지 않으려 한 시도는 모두 눈물로 종말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누구도 '빚의 복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올해 4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했습니다. 선제적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조치였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금융회사들이 무분별하게 가계대출을 늘리거나 카드 마케팅 경쟁에 나서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개인과 가정에서도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등 '자기 책임'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처음으로 8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3월말 현재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외상구매를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801조 원으로 작년 말보다 6조 원 늘었습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한국의 은행산업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의 하나로 가계부채 증가를 거론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신용은 가계부채의 대표적 지표입니다. 2005년 521조 원, 2007년 630조 원, 2009년 말 733조 원으로 매년 급증했습니다. 작년 4분기의 전분기 대비 증가액이 25조 원이었던 점과 비교할 때 올 들어 증가속도는 둔화됐지만 사상 첫 800조 원 돌파의 무게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계부채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90%를 넘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 추가금리 인상도 예상됩니다. 금리가 오르면 차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계부채에 따른 파산이 늘어나면 소비가 줄어들고 금융회사 부실 위험도 커집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한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는 생생한 교훈입니다.

'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남긴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빚에 대해 의미 있는 경구를 남겼습니다. 그는 "빚이 아무리 묘한 재간을 부리더라도 자신이 낸 손실을 물어내지 않을 수는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영국 저널리스트 윌리엄 리스모그는 "역사적으로 빚을 자꾸 져 가며 이를 갚지 않으려 한 시도는 모두 눈물로 종말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누구도 '빚의 복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올해 4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했습니다. 선제적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조치였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금융회사들이 무분별하게 가계대출을 늘리거나 카드 마케팅 경쟁에 나서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개인과 가정에서도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등 '자기 책임'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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