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휩쓴 토종 음악영재들

[정성희 논설위원]

한국에서 음악교육을 받은 음악가들이 세계 3대 콩쿠르에 속하는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를 휩쓸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지난달 30일까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4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베이스 박종민(24·이탈리아 라 스칼라 아카데미 극장) 씨가 남자 성악 부문 1위, 소프라노 서선영(27·독일 뒤셀도르프 슈만 국립음대)씨가 여자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꽃`으로 불리는 피아노 부문에서는 손열음(25·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씨가 2위, 조성진(17·서울 예고) 군이 3위에 올랐으며,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이지혜(25·독일 크론베르그 아카데미) 씨가 3위를 했습니다. 콩쿠르 역사상 주최국을 제외한 한 나라에서 5명이 동시에 입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1958년 창설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폴란드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리고 있습니다. 1994년 백혜선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가 한국 국적으로 3위를, 1990년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성악부문에서 처음 1등상을 받았으니 이번에 5명 수상의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상자들은 고등학생인 조 군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재 외국 음악학교에 재학 중이지만 한국 예고나 음대에서 기본 음악교육을 받은 국내파들입니다. 한국에서 공부한 젊은 연주자들의 기량이 세계 정상급임을 보여준 쾌거입니다. 국제 콩쿠르를 한국인이 휩쓴 데 대해 외국 언론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만 국내 음악인들은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합니다.

수상자들이 사사한 선배 음악인들은 해외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들은 귀국한 뒤에 국내 음악의 기반을 세계수준으로 단단하게 다져놓았습니다. 오늘날 세계와 어깨를 겨루는 젊은 연주자들의 뛰어난 실력은 윗세대가 이루어놓은 열매입니다. 여기에다 예술 조기교육에 뛰어든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뒷바라지도 한몫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젊은 음악인의 수상소식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