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일본 국가신용등급 강등

[권 순활 논설위원]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낮추었습니다.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어서 금융시장 충격은 크지 않았지만 세계 3위 경제대국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습니다.이달 들어 미국 일본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낮아지면서 이런 흐름이 유럽으로도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강등한 결정적 원인은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급증입니다.일본의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200%를 넘어 주요 경제권 가운데 최악입니다.개인부문 금융자산이 많아 그리스처럼 국가부도 위기에 몰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심상치 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건실한 재정을 자랑했습니다.이 런 나라가 세계 최악의 빚더미 국가로 전락한 것은 정치권의 재정 포퓰리즘 탓이 큽니다.19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성장률이 추락하자 당시 자민당 정권은 미래 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빚을 내 경기를 떠받치는 정책을 남발했습니다.2009년 9월 출범한 현 민주당 정권은 선거 과정에서 복지를 전면에 내세워 "퍼주기 정책"을 쏟아냈습니다.올해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피해 복구에 막대한 추가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정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1년이 멀다하고 총리가 바뀌는 일본의 고질적 정치 불안과 정쟁, 리더십 결여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간 나오토 총리는 취임 1년2개월만인 이달 말 물러나고 새 내각이 출범합니다.민주당 정권 출범 후 2년도 안 돼 세 번째 총리가 등장하는 셈이죠.정권교체 직전 몇 년간 자민당 정권 역시 1년 안팎의 단명 총리가 많았습니다.무디스는 "과거 5년간 총리가 빈번하게 교체되면서 일관된 정책실행이 어려운 것도 신용등급 강등의 한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유력지 아사히신문은 최근 사설을 통해 정치인들이 선거만 의식하느라 타협보다는 정쟁에 몰두하고 국익과 직결된 정책조차 제때 시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비판했습니다.정치권의 포퓰리즘과 정쟁이 초래한 재정 악화로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정치 불안이 이어지는 일본의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