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만을 위한 특수 분유 만드는 사람들

등록 2011.08.31.

-오도네 부부는 5살난 아들 로렌조가 10만명중 1명만 걸린다는 희귀 불치병 ADL(부신백질이영양증)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선고를 받자 절망한다. 그러나 곧 현실을 받아들이고 치료법을 연구한 끝에 로렌조의 병세를 개선할 수 있는 오일을 개발해낸다. 이 오일은 ‘로렌조 오일’ 로 명명되고 ADL을 앓는 어린이들의 치료에 이용된다.-
‘로렌조 오일’ 은 오거스토 오도네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부부의 아들
로렌도 오도네는 3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로렌조 오일 덕분에 24년을 더 살았다.

우리나라에도 로렌조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1998년 국내의 한 분유업체의 연구소에 급박한 전화가 걸려왔다. 지방 성분을 소화흡수하지 못하는 아기가 태어나 당장 먹일 특수 분유가 필요하다는 것. 연구소에는 당초 이런 환아를 위한 분유를 설계하긴 했지만 생산을 위한 준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주어진 시간은 2일. 필요한 것은 아기에 맞는 특수분유 5통.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이 업체의 생산 라인은 다음날 모든 스케줄을 취소했다. 연구소는 밤을 새워 안전성여부를 검토했다. 그리고 다음날 공장에서 4톤의 특수분유를 생산했고, 5통의 분유를 아기에게 전달했다. 이 분유는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분유인 엠씨티포뮬러다. 덕분에 아기는 극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매일유업 중앙연구소 유아식품연구팀에 재직중인 박정식(33)씨는 입사 5년차 선임연구원이다. 박 씨는 올해 선천성 대사질환 아기를 위한 특수 분유 개발에 참여했다. 이 제품을 먹어야 하는 아기는 국내에 17명. 박 씨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특수 분유없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아기들을 생각하면 지금 하는 일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경영진이 특수분유 생산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매출의 압박이 없다”고 말하고 “회사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은 1994년 창업주인 고 김복용 회장의 지시로 특수 분유 생산을 시작한 이래 현재 16종의 특수 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수요가 많지 않아 매년 수 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이다. 공정의 특성상 한번 생산라인을 가동하면 1만 통의 분유를 생산해야하는데 이 중 환아들에게 필요한 건 1천 500통 정도다. 유통되는 특수 분유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량 폐기된다.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번 시제품을 생산하면 수 톤을 생산하는데 이 역시 전량 폐기된다.
이런 사정을 아는 환아 부모들은 감사의 마음을 편지에 담아보내기도 한다. 박 씨는 “아직 미혼이지만 이런 편지를 받아볼 때마다 부모의 마음이 전해져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평생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하는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은 엄격하고 꾸준한 식이관리가 필요하다. 박 씨는 “진단이 늦었거나 치료가 잘 안되어 나중에 안 좋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을 때는 굉장히 슬펐다”고 말했다. “슬픔과 감동이 교차하는 직업” 이라고 말하는 박 씨의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유아식품연구팀 전정욱(42) 팀장은 다방면의 전문가다. 생물학과 생물공학을 전공한 전 팀장은 신경 과학과 영양학, 소화 과학, 생산 설비, 각종 법규에 대해서도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다. 전 팀장은 “조제 분유는 하나의 식품이지만 모든 학문이 총망라되어 응용돼야 하는 분야” 라고 말했다. 특히 특수 분유는 영양학적인 설계 뿐아니라 병리적인 현상까지 분석해야하기 때문이라는게 전 팀장의 설명. “앞으로 더 배워야할 것이 많다”고 자신을 낮추던 그는 추후계획을 묻자 “로렌조를 살리기 위해 ‘로렌조오일’ 만들기에 매진했던 부모의 심정으로 MCT오일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단 한 명의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동아닷컴 동영상뉴스팀 I 백완종 기자 100pd@donga.com


-오도네 부부는 5살난 아들 로렌조가 10만명중 1명만 걸린다는 희귀 불치병 ADL(부신백질이영양증)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선고를 받자 절망한다. 그러나 곧 현실을 받아들이고 치료법을 연구한 끝에 로렌조의 병세를 개선할 수 있는 오일을 개발해낸다. 이 오일은 ‘로렌조 오일’ 로 명명되고 ADL을 앓는 어린이들의 치료에 이용된다.-
‘로렌조 오일’ 은 오거스토 오도네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부부의 아들
로렌도 오도네는 3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로렌조 오일 덕분에 24년을 더 살았다.

우리나라에도 로렌조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1998년 국내의 한 분유업체의 연구소에 급박한 전화가 걸려왔다. 지방 성분을 소화흡수하지 못하는 아기가 태어나 당장 먹일 특수 분유가 필요하다는 것. 연구소에는 당초 이런 환아를 위한 분유를 설계하긴 했지만 생산을 위한 준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주어진 시간은 2일. 필요한 것은 아기에 맞는 특수분유 5통.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이 업체의 생산 라인은 다음날 모든 스케줄을 취소했다. 연구소는 밤을 새워 안전성여부를 검토했다. 그리고 다음날 공장에서 4톤의 특수분유를 생산했고, 5통의 분유를 아기에게 전달했다. 이 분유는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분유인 엠씨티포뮬러다. 덕분에 아기는 극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매일유업 중앙연구소 유아식품연구팀에 재직중인 박정식(33)씨는 입사 5년차 선임연구원이다. 박 씨는 올해 선천성 대사질환 아기를 위한 특수 분유 개발에 참여했다. 이 제품을 먹어야 하는 아기는 국내에 17명. 박 씨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특수 분유없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아기들을 생각하면 지금 하는 일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경영진이 특수분유 생산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매출의 압박이 없다”고 말하고 “회사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은 1994년 창업주인 고 김복용 회장의 지시로 특수 분유 생산을 시작한 이래 현재 16종의 특수 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수요가 많지 않아 매년 수 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이다. 공정의 특성상 한번 생산라인을 가동하면 1만 통의 분유를 생산해야하는데 이 중 환아들에게 필요한 건 1천 500통 정도다. 유통되는 특수 분유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량 폐기된다.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번 시제품을 생산하면 수 톤을 생산하는데 이 역시 전량 폐기된다.
이런 사정을 아는 환아 부모들은 감사의 마음을 편지에 담아보내기도 한다. 박 씨는 “아직 미혼이지만 이런 편지를 받아볼 때마다 부모의 마음이 전해져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평생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하는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은 엄격하고 꾸준한 식이관리가 필요하다. 박 씨는 “진단이 늦었거나 치료가 잘 안되어 나중에 안 좋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을 때는 굉장히 슬펐다”고 말했다. “슬픔과 감동이 교차하는 직업” 이라고 말하는 박 씨의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유아식품연구팀 전정욱(42) 팀장은 다방면의 전문가다. 생물학과 생물공학을 전공한 전 팀장은 신경 과학과 영양학, 소화 과학, 생산 설비, 각종 법규에 대해서도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다. 전 팀장은 “조제 분유는 하나의 식품이지만 모든 학문이 총망라되어 응용돼야 하는 분야” 라고 말했다. 특히 특수 분유는 영양학적인 설계 뿐아니라 병리적인 현상까지 분석해야하기 때문이라는게 전 팀장의 설명. “앞으로 더 배워야할 것이 많다”고 자신을 낮추던 그는 추후계획을 묻자 “로렌조를 살리기 위해 ‘로렌조오일’ 만들기에 매진했던 부모의 심정으로 MCT오일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단 한 명의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동아닷컴 동영상뉴스팀 I 백완종 기자 100p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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