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연예계 잠정 은퇴 선언, “세금물의 죄송”

등록 2011.09.14.

“시청자께 웃음과 행복을 드려야 하는 것이 제 의무이자 영역인데, 이 상황에 어찌 뻔뻔하게 텔레비전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습니까….”

‘국민 MC’의 얼굴은 붉었다. 연달아 터지는 플래시에 입을 앙다물며 착잡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던 방송인 강호동 씨(41)는 두 손을 모으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수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강 씨는 9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주머니에서 여러 번 접은 원고를 꺼낸 강 씨는 “세금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문제로 국민께 심려 끼쳐드린 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침통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는 5일 세금 과소 납부로 추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이 드러난 직후 이를 사과하며 “추징된 세금을 충실히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 사이에서 퇴출 서명이 벌어지고 한 기업가가 “강호동의 탈세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강 씨를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큰 심적 압박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가 출연 중인 한 지상파 프로그램 프로듀서는 “세금 누락 논란이 불거진 뒤 강호동은 닷새 동안 한숨도 못 잤다며 녹화 현장에서도 매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회견에서 강 씨는 “세무조사는 이유를 막론하고 관리를 철저하게 못한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자숙의 기간 중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살아온 건 없는지, 인기에 취해 오만해진 건 아닌지 찬찬히 제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강 씨는 현재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제작진과 상의해 최대한 방송국과 시청자께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하차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밝힌 뒤 “시청자 여러분께 지금껏 받은 분에 넘치는 사랑을 절대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겠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5분여의 발표 시간이 끝난 뒤 그는 질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강 씨는 현재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SBS ‘강심장’ ‘놀라운 대회 스타킹’까지 모두 4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9일 예정된 ‘1박 2일’의 녹화는 취소됐다.

갑작스러운 강 씨의 퇴장에 따라 방송가는 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KBS 예능국 프로듀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실무진 대부분이 일찍 퇴근했다가 황급히 돌아와 대책을 논의 중이다. 연휴를 포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KBS는 1박 2일 ‘시청자 투어’를 3회 분량에서 4회로 늘릴 예정이며, MBC는 무릎팍 도사에서 1회 방송했던 장근석 편을 2회로 늘려 한 번 더 방송할 예정이다. SBS 스타킹은 10월 1일 방송분까지, 강심장은 9월 27일 방송분까지 확보돼 당장 방송에 지장은 없다고 SBS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MBC의 한 예능 프로듀서는 “강호동은 프로그램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진행자”라며 “그가 빠진 프로그램들은 개편 수준이 아니라 존속 여부 자체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씨의 잠정 은퇴 선언에 대해 방송가 일부에서는 ‘복귀를 염두에 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최근 종편 이적설 등으로 처신이 힘들어진 만큼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 뒤 주변 인사들과의 논의를 통해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연예기획사 인사는 “(강 씨가) 자기관리가 대단히 철저한 편이어서 충격이 컸을 것으로 본다. 실제 쉴 때도 됐고 본인도 쉬어 가려는 것 같다”며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휴식 기간은 길어야 6개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씨와 함께 ‘야심만만’ ‘엑스맨’ 등을 제작해 온 이창태 SBS 책임프로듀서는 “잠깐 쉬겠다는 심산으로 얕은 수를 써서 은퇴 선언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런 추측을 일축했다.

씨름선수 출신인 강 씨는 1989년 19세의 나이로 백두장사 타이틀을 차지해 씨름판에 파란을 일으켰으며 1992년 은퇴할 때까지 천하장사 타이틀을 5회 차지했다.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입사한 뒤 큰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애교와 순발력 있는 화술로 인기를 끌며 연예계에 안착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시청자께 웃음과 행복을 드려야 하는 것이 제 의무이자 영역인데, 이 상황에 어찌 뻔뻔하게 텔레비전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습니까….”

‘국민 MC’의 얼굴은 붉었다. 연달아 터지는 플래시에 입을 앙다물며 착잡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던 방송인 강호동 씨(41)는 두 손을 모으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수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강 씨는 9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주머니에서 여러 번 접은 원고를 꺼낸 강 씨는 “세금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문제로 국민께 심려 끼쳐드린 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침통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는 5일 세금 과소 납부로 추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이 드러난 직후 이를 사과하며 “추징된 세금을 충실히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 사이에서 퇴출 서명이 벌어지고 한 기업가가 “강호동의 탈세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강 씨를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큰 심적 압박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가 출연 중인 한 지상파 프로그램 프로듀서는 “세금 누락 논란이 불거진 뒤 강호동은 닷새 동안 한숨도 못 잤다며 녹화 현장에서도 매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회견에서 강 씨는 “세무조사는 이유를 막론하고 관리를 철저하게 못한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자숙의 기간 중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살아온 건 없는지, 인기에 취해 오만해진 건 아닌지 찬찬히 제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강 씨는 현재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제작진과 상의해 최대한 방송국과 시청자께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하차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밝힌 뒤 “시청자 여러분께 지금껏 받은 분에 넘치는 사랑을 절대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겠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5분여의 발표 시간이 끝난 뒤 그는 질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강 씨는 현재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SBS ‘강심장’ ‘놀라운 대회 스타킹’까지 모두 4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9일 예정된 ‘1박 2일’의 녹화는 취소됐다.

갑작스러운 강 씨의 퇴장에 따라 방송가는 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KBS 예능국 프로듀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실무진 대부분이 일찍 퇴근했다가 황급히 돌아와 대책을 논의 중이다. 연휴를 포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KBS는 1박 2일 ‘시청자 투어’를 3회 분량에서 4회로 늘릴 예정이며, MBC는 무릎팍 도사에서 1회 방송했던 장근석 편을 2회로 늘려 한 번 더 방송할 예정이다. SBS 스타킹은 10월 1일 방송분까지, 강심장은 9월 27일 방송분까지 확보돼 당장 방송에 지장은 없다고 SBS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MBC의 한 예능 프로듀서는 “강호동은 프로그램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진행자”라며 “그가 빠진 프로그램들은 개편 수준이 아니라 존속 여부 자체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씨의 잠정 은퇴 선언에 대해 방송가 일부에서는 ‘복귀를 염두에 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최근 종편 이적설 등으로 처신이 힘들어진 만큼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 뒤 주변 인사들과의 논의를 통해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연예기획사 인사는 “(강 씨가) 자기관리가 대단히 철저한 편이어서 충격이 컸을 것으로 본다. 실제 쉴 때도 됐고 본인도 쉬어 가려는 것 같다”며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휴식 기간은 길어야 6개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씨와 함께 ‘야심만만’ ‘엑스맨’ 등을 제작해 온 이창태 SBS 책임프로듀서는 “잠깐 쉬겠다는 심산으로 얕은 수를 써서 은퇴 선언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런 추측을 일축했다.

씨름선수 출신인 강 씨는 1989년 19세의 나이로 백두장사 타이틀을 차지해 씨름판에 파란을 일으켰으며 1992년 은퇴할 때까지 천하장사 타이틀을 5회 차지했다.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입사한 뒤 큰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애교와 순발력 있는 화술로 인기를 끌며 연예계에 안착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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