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살인사건’ 피해자 윤모 씨(당시 21세)
등록 2012.10.12.피고인 선고직후 미소 보여… 판사에 “수고하셨습니다”
2010년 4월 인천에서 발생한 일명 ‘산낙지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모 씨(31)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박이규 부장판사)는 여자친구 윤모 씨(당시 21세)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에게 11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김 씨는 2010년 4월 19일 오전 3시경 윤 씨와 함께 인천 남구의 한 모텔에 투숙했으며, 1시간 후 모텔 종업원에게 “여자친구가 낙지를 먹다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 신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119 도착이 늦어지자 직접 윤 씨를 업고 병원으로 갔으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던 윤 씨는 16일 후 사망했다. 유족들은 단순 사고사로 여기고 시신을 화장했다. 여자친구와 母 살해 20대 용의자 사진 더보기
하지만 장례 한 달 뒤 윤 씨 부모 앞으로 보험증서가 날아오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이 보험은 숨진 윤 씨 명의로 된 2억 원짜리 사망보험. 윤 씨는 숨지기 한 달여 전인 2010년 3월 보험에 가입했으며, 사고 며칠 전 법정상속인이 윤 씨의 직계가족에서 남자친구인 김 씨로 변경됐다. 김 씨는 보험금 2억 원을 받은 뒤 유족과 연락을 끊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윤 씨 가족들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했으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강수사 끝에 김 씨를 구속했다. 김 씨는 조사과정에서 “여자친구가 낙지를 먹다 목에 걸리자 호흡을 멈췄다. 목에 걸린 낙지 일부를 내가 손으로 끄집어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에서 의학적으로 정확한 사인이 규명되지 않아 쟁점이 될 수는 있지만 추론과 관찰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김 씨 주장처럼 피해자가 산낙지를 먹고 질식사했다면 심폐기능이 정지될 때까지 호흡곤란으로 격렬한 몸부림이 나타나야 했지만 사건 당일 모텔 방안의 사진 등 기록을 감안할 때 그런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김 씨가 지인에게 윤 씨가 먹은 낙지가 몸통 전체였다고 말했다가 다리라고 말을 바꾸는 등 진술의 일관성을 찾기 어려운 점도 고려했다. 또 윤 씨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에 또 다른 만남을 계속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점 등도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용불량자인 김 씨가 평소 궁핍한 상황인데도 과소비를 하는 등 보험금을 노리고 윤 씨를 살해할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낙지도 모텔 투숙 직전 김 씨가 산 것으로 밝혀졌다.
결백을 주장해온 김 씨는 이날도 법정에서 퇴장하며 재판부를 향해 비아냥대듯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치는 등 뻔뻔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숨진 윤 씨의 아버지는 “온 국민이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신 덕에 무기징역이라는 엄벌을 내릴 수 있었다”며 “죽은 딸이 저세상에서나마 마음 편히 쉬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시신 화장해 직접 증거 없지만 추론-관찰만으로도 유죄 가능”
피고인 선고직후 미소 보여… 판사에 “수고하셨습니다”
2010년 4월 인천에서 발생한 일명 ‘산낙지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모 씨(31)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박이규 부장판사)는 여자친구 윤모 씨(당시 21세)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에게 11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김 씨는 2010년 4월 19일 오전 3시경 윤 씨와 함께 인천 남구의 한 모텔에 투숙했으며, 1시간 후 모텔 종업원에게 “여자친구가 낙지를 먹다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 신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119 도착이 늦어지자 직접 윤 씨를 업고 병원으로 갔으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던 윤 씨는 16일 후 사망했다. 유족들은 단순 사고사로 여기고 시신을 화장했다. 여자친구와 母 살해 20대 용의자 사진 더보기
하지만 장례 한 달 뒤 윤 씨 부모 앞으로 보험증서가 날아오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이 보험은 숨진 윤 씨 명의로 된 2억 원짜리 사망보험. 윤 씨는 숨지기 한 달여 전인 2010년 3월 보험에 가입했으며, 사고 며칠 전 법정상속인이 윤 씨의 직계가족에서 남자친구인 김 씨로 변경됐다. 김 씨는 보험금 2억 원을 받은 뒤 유족과 연락을 끊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윤 씨 가족들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했으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강수사 끝에 김 씨를 구속했다. 김 씨는 조사과정에서 “여자친구가 낙지를 먹다 목에 걸리자 호흡을 멈췄다. 목에 걸린 낙지 일부를 내가 손으로 끄집어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에서 의학적으로 정확한 사인이 규명되지 않아 쟁점이 될 수는 있지만 추론과 관찰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김 씨 주장처럼 피해자가 산낙지를 먹고 질식사했다면 심폐기능이 정지될 때까지 호흡곤란으로 격렬한 몸부림이 나타나야 했지만 사건 당일 모텔 방안의 사진 등 기록을 감안할 때 그런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김 씨가 지인에게 윤 씨가 먹은 낙지가 몸통 전체였다고 말했다가 다리라고 말을 바꾸는 등 진술의 일관성을 찾기 어려운 점도 고려했다. 또 윤 씨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에 또 다른 만남을 계속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점 등도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용불량자인 김 씨가 평소 궁핍한 상황인데도 과소비를 하는 등 보험금을 노리고 윤 씨를 살해할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낙지도 모텔 투숙 직전 김 씨가 산 것으로 밝혀졌다.
결백을 주장해온 김 씨는 이날도 법정에서 퇴장하며 재판부를 향해 비아냥대듯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치는 등 뻔뻔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숨진 윤 씨의 아버지는 “온 국민이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신 덕에 무기징역이라는 엄벌을 내릴 수 있었다”며 “죽은 딸이 저세상에서나마 마음 편히 쉬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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