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회원, 영화 ‘N.L.L-연평해전’에 5만원 냈다며…

등록 2013.02.12.
“고등학생이라 용돈으로 후원한다. 부디 영화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져 무참하게 희생된 장병들을 추모함과 동시에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임을 알렸으면 좋겠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의 회원 ‘일*****’는 최근 영화 ‘N.L.L-연평해전’ 제작비 국민모금에 5만 원을 냈다며 이런 글을 올렸다. 후원명세 ‘인증샷’도 잊지 않았다. 이 커뮤니티에는 이런 후원 인증 글이 200개가 넘게 올라와 있다. 이들은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영화는 꼭 만들어져야 한다”며 후원을 독려했다. ‘N.L.L-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상에서 벌어진 제2연평해전을 다룬 영화다. 당시 북한군은 우리 해군의 고속정 참수리 357호에 기습 포격을 퍼부었다. 우리 장병 6명이 순직하고 18명이 다쳤다.

이 영화는 8월 개봉 예정이지만 제작비가 부족했다. 김학순 감독(서강대 영상대학원장)은 촬영을 시작한 다음 날인 지난달 11일부터 웹사이트 ‘굿펀딩’을 통해 1억 원을 목표로 한 달 동안 제작비를 모금했다. 후원금은 5000원부터. 이틀 만에 2000여만 원이 모였다. 마감을 일주일 앞두고 모금이 잠시 주춤하자 익명의 독지가가 950만 원을 쾌척해 불씨를 지폈다. 결국 10일 마감한 1차 후원엔 1496명이 1억1074만 원을 보태 목표액을 돌파했다. 고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로 출연하는 중견배우 양미경 씨는 출연료 없이 출연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13일부터는 2차 후원을 시작한다.

김 감독은 “2007년부터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민감한 내용 탓인지 당시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다. 뒤늦게 영화진흥위원회, 공군과 해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제작비 60억 원 중 15억 원이 모자라 국민모금을 시작했다”며 “후원자의 80%가 20, 30대라 놀랐다. 잊혀진 청춘인 6명의 영웅을 추모하겠다는 이 시대 청춘에 감사한 마음이다. 인터넷 후원 운동이 모금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영화제작 후원은 예전엔 ‘진보의 전유물’이었다. 영화 ‘26년’ 제작사 ‘청어람’은 지난해 6월 26일부터 10월 20일까지 ‘제작두레’를 통해 1만5000여 명에게서 약 7억 원을 후원받았다. ‘26년’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의 2세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암시하는 ‘그 남자’를 암살하려는 과정을 그렸다. 당시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에선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며 이 영화 후원 열풍이 불었다. 지난해 11월 개봉 이후에는 관람 독려 운동이 이어졌다. 청어람 관계자는 “2008년부터 영화를 만들려 했지만 투자가 번번이 철회되면서 제작이 여러 번 무산됐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의 도움으로 개봉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자신의 가치를 대변하는 영화를 후원하면서 이념 경쟁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후원금을 돌려받는 형식이 아닌데도 영화 제작에 돈을 내는 점으로 미뤄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처럼 자신이 믿는 신념과 가치에 따라 행동한다고 본 것.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들은 이념적 성향이 분명한 영화를 후원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는 이전의 정치문화엔 없던 새로운 트렌드”라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고등학생이라 용돈으로 후원한다. 부디 영화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져 무참하게 희생된 장병들을 추모함과 동시에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임을 알렸으면 좋겠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의 회원 ‘일*****’는 최근 영화 ‘N.L.L-연평해전’ 제작비 국민모금에 5만 원을 냈다며 이런 글을 올렸다. 후원명세 ‘인증샷’도 잊지 않았다. 이 커뮤니티에는 이런 후원 인증 글이 200개가 넘게 올라와 있다. 이들은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영화는 꼭 만들어져야 한다”며 후원을 독려했다. ‘N.L.L-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상에서 벌어진 제2연평해전을 다룬 영화다. 당시 북한군은 우리 해군의 고속정 참수리 357호에 기습 포격을 퍼부었다. 우리 장병 6명이 순직하고 18명이 다쳤다.

이 영화는 8월 개봉 예정이지만 제작비가 부족했다. 김학순 감독(서강대 영상대학원장)은 촬영을 시작한 다음 날인 지난달 11일부터 웹사이트 ‘굿펀딩’을 통해 1억 원을 목표로 한 달 동안 제작비를 모금했다. 후원금은 5000원부터. 이틀 만에 2000여만 원이 모였다. 마감을 일주일 앞두고 모금이 잠시 주춤하자 익명의 독지가가 950만 원을 쾌척해 불씨를 지폈다. 결국 10일 마감한 1차 후원엔 1496명이 1억1074만 원을 보태 목표액을 돌파했다. 고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로 출연하는 중견배우 양미경 씨는 출연료 없이 출연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13일부터는 2차 후원을 시작한다.

김 감독은 “2007년부터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민감한 내용 탓인지 당시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다. 뒤늦게 영화진흥위원회, 공군과 해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제작비 60억 원 중 15억 원이 모자라 국민모금을 시작했다”며 “후원자의 80%가 20, 30대라 놀랐다. 잊혀진 청춘인 6명의 영웅을 추모하겠다는 이 시대 청춘에 감사한 마음이다. 인터넷 후원 운동이 모금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영화제작 후원은 예전엔 ‘진보의 전유물’이었다. 영화 ‘26년’ 제작사 ‘청어람’은 지난해 6월 26일부터 10월 20일까지 ‘제작두레’를 통해 1만5000여 명에게서 약 7억 원을 후원받았다. ‘26년’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의 2세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암시하는 ‘그 남자’를 암살하려는 과정을 그렸다. 당시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에선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며 이 영화 후원 열풍이 불었다. 지난해 11월 개봉 이후에는 관람 독려 운동이 이어졌다. 청어람 관계자는 “2008년부터 영화를 만들려 했지만 투자가 번번이 철회되면서 제작이 여러 번 무산됐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의 도움으로 개봉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자신의 가치를 대변하는 영화를 후원하면서 이념 경쟁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후원금을 돌려받는 형식이 아닌데도 영화 제작에 돈을 내는 점으로 미뤄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처럼 자신이 믿는 신념과 가치에 따라 행동한다고 본 것.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들은 이념적 성향이 분명한 영화를 후원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는 이전의 정치문화엔 없던 새로운 트렌드”라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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