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위대 도로 7곳 점거… “방콕 셧다운”

등록 2014.01.14.
정부청사-기업 몰려있는 중심지… 한국기업 주재원도 상당수 거주

외교부, 교민들에 외출자제 당부… 주말총격 8명 부상… 유혈충돌 우려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태국 조기 총선 반대 및 잉락 친나왓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13일 ‘방콕 셧다운(shutdown·폐쇄)’ 시위에 본격 돌입했다.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가 이끄는 수만 명의 시위대는 12일 오후부터 수도 방콕의 아속 등 7개 교차로를 바리케이드와 모래주머니로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7개 지역은 정부종합청사와 주요 기업의 본사가 몰려 있는 방콕의 중심지다. 특히 아속에는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주재원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어 한국 정부도 교민의 외출 자제를 당부하고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잉락 억(잉락 물러가라)’ 구호를 외치며 7개 지역을 포함한 방콕의 거점지역에 속속 집결했다. 수텝 전 부총리는 “이번 싸움에 무승부는 없다. 반드시 총리 퇴진을 이끌어내겠다”고 주장했다. 방콕포스트는 시위대가 15일을 잉락 총리의 퇴진 시한으로 정하고 총리 퇴진이 없으면 증권거래소 등을 봉쇄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했다.

시위대가 폐쇄한 교차로의 평소 차량 통행량은 하루 70만 대에 이르지만 이날 방콕의 주요 도로는 오가는 차량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었다. 시민들이 전철로 몰리면서 지옥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붐볐고 방콕 시내 150개 학교가 휴교했다. 일부 시민은 식수 등 생필품을 사재기하느라 바빴다. 방콕행 항공편 100여 편도 취소됐다.

다만 양측 모두 무력 사용을 자제해 큰 유혈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는 대중교통 및 공항은 점거하지 않았으며 앰뷸런스 통행도 허가한다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가 극심했던 2008년에는 시위대가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1주일 이상 봉쇄해 태국 전역이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경찰 1만 명, 군인 8000명을 배치한 태국 정부 역시 무력진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태국 현대사에서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진 2010년 초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당시 친탁신 시위대와 군의 충돌로 90명 이상이 숨졌다.

하지만 유혈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11일 반정부 시위대 야영지에 괴한이 총격을 가해 7명이 다쳤고 12일에도 시위 현장에서 일어난 총격으로 1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태국 정부는 이날 시위 지도자 55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반역죄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수텝 전 부총리는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여서 55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태국이 상당 기간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집권한 뒤 태국 사회는 서민, 농민, 태국 북부지역 거주자를 중심으로 한 친탁신파 ‘레드 셔츠’와 부유층, 태국 중남부 거주자가 대부분인 반탁신파 ‘옐로 셔츠’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을 벌여 왔다.

지난해 11월 탁신 전 총리의 사면안 통과로 촉발된 이번 사태도 벌써 3개월째다. 잉락 총리는 “조기 총선만이 해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위대는 총선을 거부하고 있다.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는 군부 개입 혹은 조기 총선 연기 가능성도 거론한다. 반탁신파인 군부의 쿠데타 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속에서 잉락 총리가 총선 연기라는 타협책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쁘라윳 짠오차 육군참모총장은 11일 “쿠데타를 언급하는 언론 때문에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쿠데타 가능성을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던 점을 의식한 쿠데타 부인 발언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정부청사-기업 몰려있는 중심지… 한국기업 주재원도 상당수 거주

외교부, 교민들에 외출자제 당부… 주말총격 8명 부상… 유혈충돌 우려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태국 조기 총선 반대 및 잉락 친나왓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13일 ‘방콕 셧다운(shutdown·폐쇄)’ 시위에 본격 돌입했다.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가 이끄는 수만 명의 시위대는 12일 오후부터 수도 방콕의 아속 등 7개 교차로를 바리케이드와 모래주머니로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7개 지역은 정부종합청사와 주요 기업의 본사가 몰려 있는 방콕의 중심지다. 특히 아속에는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주재원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어 한국 정부도 교민의 외출 자제를 당부하고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잉락 억(잉락 물러가라)’ 구호를 외치며 7개 지역을 포함한 방콕의 거점지역에 속속 집결했다. 수텝 전 부총리는 “이번 싸움에 무승부는 없다. 반드시 총리 퇴진을 이끌어내겠다”고 주장했다. 방콕포스트는 시위대가 15일을 잉락 총리의 퇴진 시한으로 정하고 총리 퇴진이 없으면 증권거래소 등을 봉쇄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했다.

시위대가 폐쇄한 교차로의 평소 차량 통행량은 하루 70만 대에 이르지만 이날 방콕의 주요 도로는 오가는 차량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었다. 시민들이 전철로 몰리면서 지옥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붐볐고 방콕 시내 150개 학교가 휴교했다. 일부 시민은 식수 등 생필품을 사재기하느라 바빴다. 방콕행 항공편 100여 편도 취소됐다.

다만 양측 모두 무력 사용을 자제해 큰 유혈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는 대중교통 및 공항은 점거하지 않았으며 앰뷸런스 통행도 허가한다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가 극심했던 2008년에는 시위대가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1주일 이상 봉쇄해 태국 전역이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경찰 1만 명, 군인 8000명을 배치한 태국 정부 역시 무력진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태국 현대사에서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진 2010년 초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당시 친탁신 시위대와 군의 충돌로 90명 이상이 숨졌다.

하지만 유혈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11일 반정부 시위대 야영지에 괴한이 총격을 가해 7명이 다쳤고 12일에도 시위 현장에서 일어난 총격으로 1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태국 정부는 이날 시위 지도자 55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반역죄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수텝 전 부총리는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여서 55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태국이 상당 기간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집권한 뒤 태국 사회는 서민, 농민, 태국 북부지역 거주자를 중심으로 한 친탁신파 ‘레드 셔츠’와 부유층, 태국 중남부 거주자가 대부분인 반탁신파 ‘옐로 셔츠’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을 벌여 왔다.

지난해 11월 탁신 전 총리의 사면안 통과로 촉발된 이번 사태도 벌써 3개월째다. 잉락 총리는 “조기 총선만이 해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위대는 총선을 거부하고 있다.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는 군부 개입 혹은 조기 총선 연기 가능성도 거론한다. 반탁신파인 군부의 쿠데타 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속에서 잉락 총리가 총선 연기라는 타협책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쁘라윳 짠오차 육군참모총장은 11일 “쿠데타를 언급하는 언론 때문에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쿠데타 가능성을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던 점을 의식한 쿠데타 부인 발언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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