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하얼빈역에 안중근 기념관 개관

등록 2014.01.20.
中 하얼빈역 안중근기념관 르포

“하얼빈(哈爾濱) 시에도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정말 뜻 깊은 일이다”(중국 관영 신화통신 기자)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의거의 현장인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 시 하얼빈 기차역에 기념관이 건립됐다. 중국은 19일 오후 1시 40분 하얼빈역 앞 광장에서 쑨야오(孫堯) 헤이룽장 성 부성장, 쑹시빈(宋希斌) 하얼빈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식을 가졌다. 기념관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일반에 무료로 개방됐다.

기념관은 하얼빈 시와 시 철도국이 역사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20m가량 떨어진 1층 귀빈대기실의 일부를 개조해 100여 m² 규모로 마련했다. 총 건립비용은 3억 원가량 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개관식 당일까지도 일본 북한 등을 의식해 관련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날 개관식에 중국 인사들만 참석했으며 중국 관영언론 외에 외신기자 중에서는 동아일보 기자만 개관식을 참관했다.

기념관은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하얼빈역 의거 현장 바닥에 표지석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한 데서 비롯됐다. 중국은 표지석이 아닌 별도의 기념관을 세워 표지석보다 훨씬 더 뚜렷하게 안 의사의 의거를 외부에 알리도록 했다. 춘제(春節·설날) 등 많은 사람이 몰리는 플랫폼에 표지석을 세우면 보행에 지장을 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표지석 설치보다 더 의미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준비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생각이나 입장이 반영되도록 협의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하얼빈 조선족예술관 부속시설로 있는 안중근 기념관과 달리 이번 기념관은 독립시설물로 격을 높여 관리한다.

기념관 외부는 1909년 의거 당시 하얼빈역의 외양을 재현했으며 주변과 구별되도록 노란색으로 꾸몄다. 기념관 정문 위에 새겨 넣은 시계는 안 의사가 이토를 사살했을 때의 시간인 오전 9시 30분을 가리키도록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청동으로 된 높이 70cm가량의 안 의사 흉상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기념관은 크게 △안 의사 집안의 가정교육과 사상 △애국운동과 구국교육 실천 △의병투쟁과 단지(斷指) 동맹 △하얼빈에서의 열하루 등으로 구성됐다. 안 의사의 가계도부터 시작해 친필 휘호(복사본)까지 200여 점의 기록물이 전시돼 있으며 대부분 중국어와 한글을 병기했다.

특히 전시관은 안 의사가 이토를 사살한 1번 플랫폼을 내부에서 훤히 바라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약 10m 거리인 플랫폼 쪽을 향해 바닥에서 천장까지 통유리를 설치했다. 플랫폼 위에는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격살 사건 발생지(1909.10.26)’라는 현판을 걸었고 안 의사와 이토가 서 있던 자리를 표시한 삼각형과 사각형의 대리석도 새것으로 바꿨으며 조명도 달았다. 성 정부 관계자는 “안에서 현장을 잘 내려다볼 수 있게 기념관 바닥을 2m가량 높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플랫폼에는 삼각형과 사각형 표시만 있을 뿐 설명은 없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길게는 안 의사의 의거 105년, 짧게는 우리가 중국에 현장 재정비를 요청한 2006년 이후 9년 만에 숙원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날 아들(14)과 함께 기념관을 찾은 아시아나항공 하얼빈대표처 정희선 총경리는 “기념관 건립으로 자녀들에게 생생한 역사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한중 우호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관은 한중일이 역사 문제로 격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개관돼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해 11월 안 의사 표지석 설치 문제와 관련해 안 의사를 범죄자로 표현해 한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하얼빈=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조숭호 기자

中 하얼빈역 안중근기념관 르포

“하얼빈(哈爾濱) 시에도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정말 뜻 깊은 일이다”(중국 관영 신화통신 기자)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의거의 현장인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 시 하얼빈 기차역에 기념관이 건립됐다. 중국은 19일 오후 1시 40분 하얼빈역 앞 광장에서 쑨야오(孫堯) 헤이룽장 성 부성장, 쑹시빈(宋希斌) 하얼빈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식을 가졌다. 기념관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일반에 무료로 개방됐다.

기념관은 하얼빈 시와 시 철도국이 역사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20m가량 떨어진 1층 귀빈대기실의 일부를 개조해 100여 m² 규모로 마련했다. 총 건립비용은 3억 원가량 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개관식 당일까지도 일본 북한 등을 의식해 관련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날 개관식에 중국 인사들만 참석했으며 중국 관영언론 외에 외신기자 중에서는 동아일보 기자만 개관식을 참관했다.

기념관은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하얼빈역 의거 현장 바닥에 표지석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한 데서 비롯됐다. 중국은 표지석이 아닌 별도의 기념관을 세워 표지석보다 훨씬 더 뚜렷하게 안 의사의 의거를 외부에 알리도록 했다. 춘제(春節·설날) 등 많은 사람이 몰리는 플랫폼에 표지석을 세우면 보행에 지장을 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표지석 설치보다 더 의미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준비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생각이나 입장이 반영되도록 협의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하얼빈 조선족예술관 부속시설로 있는 안중근 기념관과 달리 이번 기념관은 독립시설물로 격을 높여 관리한다.

기념관 외부는 1909년 의거 당시 하얼빈역의 외양을 재현했으며 주변과 구별되도록 노란색으로 꾸몄다. 기념관 정문 위에 새겨 넣은 시계는 안 의사가 이토를 사살했을 때의 시간인 오전 9시 30분을 가리키도록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청동으로 된 높이 70cm가량의 안 의사 흉상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기념관은 크게 △안 의사 집안의 가정교육과 사상 △애국운동과 구국교육 실천 △의병투쟁과 단지(斷指) 동맹 △하얼빈에서의 열하루 등으로 구성됐다. 안 의사의 가계도부터 시작해 친필 휘호(복사본)까지 200여 점의 기록물이 전시돼 있으며 대부분 중국어와 한글을 병기했다.

특히 전시관은 안 의사가 이토를 사살한 1번 플랫폼을 내부에서 훤히 바라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약 10m 거리인 플랫폼 쪽을 향해 바닥에서 천장까지 통유리를 설치했다. 플랫폼 위에는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격살 사건 발생지(1909.10.26)’라는 현판을 걸었고 안 의사와 이토가 서 있던 자리를 표시한 삼각형과 사각형의 대리석도 새것으로 바꿨으며 조명도 달았다. 성 정부 관계자는 “안에서 현장을 잘 내려다볼 수 있게 기념관 바닥을 2m가량 높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플랫폼에는 삼각형과 사각형 표시만 있을 뿐 설명은 없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길게는 안 의사의 의거 105년, 짧게는 우리가 중국에 현장 재정비를 요청한 2006년 이후 9년 만에 숙원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날 아들(14)과 함께 기념관을 찾은 아시아나항공 하얼빈대표처 정희선 총경리는 “기념관 건립으로 자녀들에게 생생한 역사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한중 우호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관은 한중일이 역사 문제로 격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개관돼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해 11월 안 의사 표지석 설치 문제와 관련해 안 의사를 범죄자로 표현해 한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하얼빈=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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