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러시아와 합병’ 의결
등록 2014.03.18.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결과 ‘러시아와의 합병’이 결정됐지만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당장 대(對)러시아 경제·군사제재 검토에 나섰다.
러시아도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맞설 태세다. 크림반도의 귀속 절차 논의도 서둘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하원에서 크림반도 귀속에 관해 연설한다. 연설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의회는 같은 날 오전 주민투표 결과에 지지 성명을 내기로 했다. 세르게이 샤탈로프 러시아 재무차관은 귀속을 진행하면서 크림반도에 조세 혜택을 줄 뜻을 밝혔다.
크림공화국 의회도 17일 투표 결과를 수용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 및 러시아 귀속을 결의했다. 의회는 이번 결의에 따라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군을 해산하고 러시아 루블화를 크림공화국 제2 공식 화폐로 정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서방의 경제 제재가 러시아의 보복 조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면 전 세계 교역, 투자, 에너지 부문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 및 곡물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 최대 곡물 수출국이며 곡물 수출의 10%가 크림반도에 있는 항구를 거친다.
러시아의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수출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의 대EU 수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이른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가시화하자 러시아 주가는 올해 초 대비 20% 떨어졌다. 외국 자본의 ‘탈(脫)러시아’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1, 2월에 이미 330억 달러(약 35조2200억 원)가 빠져나갔고 이달 말까지 200억 달러 이상이 추가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폭스뉴스는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러시아 고위인사 7명에게 제재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EU도 러시아 관리 21명에게 EU 내 여행금지 및 자산 동결을 의결했다. 서방이 주요 8개국(G8)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카드 등을 꺼낼 수도 있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양측 모두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에 막판 외교적 해결 노력도 이어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를 침해한 것에 대해 유럽과 함께 추가 제재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길은 아직 남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도 큰 부담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원유에만 의존하는 러시아의 허약한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감내할 수 있느냐는 점이 변수다.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일대 전체의 혼란은 정치·경제 안정을 통한 제2의 부흥을 꿈꾸는 러시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친러 성향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는 크림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리주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내전 가능성마저 거론할 정도다. 하리코프, 도네츠크, 드네프로페트롭스크, 오데사, 니콜라예프 등 우크라이나의 친러 성향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며칠째 러시아 귀속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크림반도 내부의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6일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친러시아계 주민들은 환호했지만 우크라이나계, 타타르계 등 반(反)러시아계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주민투표 전부터 반러시아 주민들의 엑소더스(탈출)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김기용 kky@donga.com·하정민 기자
크림 주민투표 ‘러시아와 합병’ 의결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결과 ‘러시아와의 합병’이 결정됐지만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당장 대(對)러시아 경제·군사제재 검토에 나섰다.
러시아도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맞설 태세다. 크림반도의 귀속 절차 논의도 서둘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하원에서 크림반도 귀속에 관해 연설한다. 연설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의회는 같은 날 오전 주민투표 결과에 지지 성명을 내기로 했다. 세르게이 샤탈로프 러시아 재무차관은 귀속을 진행하면서 크림반도에 조세 혜택을 줄 뜻을 밝혔다.
크림공화국 의회도 17일 투표 결과를 수용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 및 러시아 귀속을 결의했다. 의회는 이번 결의에 따라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군을 해산하고 러시아 루블화를 크림공화국 제2 공식 화폐로 정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서방의 경제 제재가 러시아의 보복 조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면 전 세계 교역, 투자, 에너지 부문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 및 곡물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 최대 곡물 수출국이며 곡물 수출의 10%가 크림반도에 있는 항구를 거친다.
러시아의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수출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의 대EU 수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이른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가시화하자 러시아 주가는 올해 초 대비 20% 떨어졌다. 외국 자본의 ‘탈(脫)러시아’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1, 2월에 이미 330억 달러(약 35조2200억 원)가 빠져나갔고 이달 말까지 200억 달러 이상이 추가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폭스뉴스는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러시아 고위인사 7명에게 제재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EU도 러시아 관리 21명에게 EU 내 여행금지 및 자산 동결을 의결했다. 서방이 주요 8개국(G8)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카드 등을 꺼낼 수도 있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양측 모두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에 막판 외교적 해결 노력도 이어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를 침해한 것에 대해 유럽과 함께 추가 제재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길은 아직 남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도 큰 부담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원유에만 의존하는 러시아의 허약한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감내할 수 있느냐는 점이 변수다.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일대 전체의 혼란은 정치·경제 안정을 통한 제2의 부흥을 꿈꾸는 러시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친러 성향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는 크림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리주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내전 가능성마저 거론할 정도다. 하리코프, 도네츠크, 드네프로페트롭스크, 오데사, 니콜라예프 등 우크라이나의 친러 성향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며칠째 러시아 귀속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크림반도 내부의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6일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친러시아계 주민들은 환호했지만 우크라이나계, 타타르계 등 반(反)러시아계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주민투표 전부터 반러시아 주민들의 엑소더스(탈출)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김기용 kky@donga.com·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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