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마포대교 촬영 현장 “멀어서 안보여”
등록 2014.03.31.30일 오전 5시 40분 서울 마포대교 남단 교차로 근처에서 만난 초등학생 강하윤 군(12)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강 군은 이날 시작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 촬영을 직접 보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로봇 그림이 그려진 후드티를 입은 강 군은 촬영을 준비하는 스태프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마치 영화 속 영웅이 된 듯 주위를 뛰어다녔다.
이날 어스름이 채 걷히기도 전인 오전 5시 40분경 영화 촬영을 앞두고 마포대교 남북단 교차로에는 철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이미 현장에는 ‘밤을 지새우고 왔다’는 열혈 팬들이 등장했고 인파는 점점 불어났다.
오전 6시 정각이 되자마자 경찰은 마포대교 진출입로를 전면 통제했고 빨간 모자를 쓴 진행 요원 80여 명이 마포대교 인근 인도의 시민들에게 이동을 요청했다. 시민들은 큰 불평 없이 바리케이드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10시경 관람객은 100명을 넘어섰고 오후 2시경에는 마포대교 인근 교차로를 지나다 걸음을 멈춘 행인들까지 합해 시민 600여 명이 몰렸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이다 보니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북 군산시에서 영어교사로 일한다는 미국인 마이클 씨(30)는 영화 주인공들 중 한 명인 ‘캡틴 아메리카’ 티셔츠와 가방 차림으로 현장을 찾았다. 그는 “오늘 촬영이 있다고 여자친구가 알려줘 미리 올라왔다”며 “한국에서 어벤져스 팀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영화 ‘스포일러(주요 내용을 미리 밝히는 것)’를 막기 위한 철통 보안이 이뤄졌다. 일부 진행 요원들이 휴대전화 촬영까지 제지하고 나선 것. 촬영을 제지당한 중학생 성기훈 군(16)은 “친구 3명과 함께 인천에 있는 집에서 오전 5시에 나왔다”며 “캡틴 아메리카가 온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촬영 현장이 너무 멀어 점처럼 보일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스포일러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도 발생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마포대교 북단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가 촬영현장을 고스란히 찍고 있었던 것이다. 누리꾼들 사이에 “촬영 현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때 공단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스포일러 논란이 벌어지자 마포대교 위 전경을 비추던 영상은 오전 11시경부터 강변북로 영상으로 대체됐다.
우려와 달리 영화 촬영으로 인한 ‘교통 대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 탓에 주변 여의도공원 및 한강공원에 행락객이 몰리면서 마포대교를 중심으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차로가 정체되자 몇몇 차량들은 마포대교 앞에서 유턴을 시도했지만 길이 막혀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김명준 씨(51)는 “노량진 쪽으로 걸어가면서 꽃구경을 할 계획이었다. 영화촬영이 있다는 건 알았는데 사람까지 돌아서 가게 할 줄은 몰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이날 영화를 촬영하던 오후 2시 8분경에 마포대교 교각 밑에서 윤모 씨(21)의 부패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윤 씨는 10일 가출 신고가 돼 있었고 아버지에게 “미안하다. 떠난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곽도영 now@donga.com·임현석 기자
“촬영장 오려고 오전 4시에 깼어요. 할리우드에서처럼 차량 폭파시키는 장면이 가장 보고 싶어요.”
30일 오전 5시 40분 서울 마포대교 남단 교차로 근처에서 만난 초등학생 강하윤 군(12)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강 군은 이날 시작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 촬영을 직접 보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로봇 그림이 그려진 후드티를 입은 강 군은 촬영을 준비하는 스태프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마치 영화 속 영웅이 된 듯 주위를 뛰어다녔다.
이날 어스름이 채 걷히기도 전인 오전 5시 40분경 영화 촬영을 앞두고 마포대교 남북단 교차로에는 철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이미 현장에는 ‘밤을 지새우고 왔다’는 열혈 팬들이 등장했고 인파는 점점 불어났다.
오전 6시 정각이 되자마자 경찰은 마포대교 진출입로를 전면 통제했고 빨간 모자를 쓴 진행 요원 80여 명이 마포대교 인근 인도의 시민들에게 이동을 요청했다. 시민들은 큰 불평 없이 바리케이드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10시경 관람객은 100명을 넘어섰고 오후 2시경에는 마포대교 인근 교차로를 지나다 걸음을 멈춘 행인들까지 합해 시민 600여 명이 몰렸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이다 보니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북 군산시에서 영어교사로 일한다는 미국인 마이클 씨(30)는 영화 주인공들 중 한 명인 ‘캡틴 아메리카’ 티셔츠와 가방 차림으로 현장을 찾았다. 그는 “오늘 촬영이 있다고 여자친구가 알려줘 미리 올라왔다”며 “한국에서 어벤져스 팀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영화 ‘스포일러(주요 내용을 미리 밝히는 것)’를 막기 위한 철통 보안이 이뤄졌다. 일부 진행 요원들이 휴대전화 촬영까지 제지하고 나선 것. 촬영을 제지당한 중학생 성기훈 군(16)은 “친구 3명과 함께 인천에 있는 집에서 오전 5시에 나왔다”며 “캡틴 아메리카가 온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촬영 현장이 너무 멀어 점처럼 보일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스포일러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도 발생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마포대교 북단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가 촬영현장을 고스란히 찍고 있었던 것이다. 누리꾼들 사이에 “촬영 현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때 공단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스포일러 논란이 벌어지자 마포대교 위 전경을 비추던 영상은 오전 11시경부터 강변북로 영상으로 대체됐다.
우려와 달리 영화 촬영으로 인한 ‘교통 대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 탓에 주변 여의도공원 및 한강공원에 행락객이 몰리면서 마포대교를 중심으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차로가 정체되자 몇몇 차량들은 마포대교 앞에서 유턴을 시도했지만 길이 막혀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김명준 씨(51)는 “노량진 쪽으로 걸어가면서 꽃구경을 할 계획이었다. 영화촬영이 있다는 건 알았는데 사람까지 돌아서 가게 할 줄은 몰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이날 영화를 촬영하던 오후 2시 8분경에 마포대교 교각 밑에서 윤모 씨(21)의 부패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윤 씨는 10일 가출 신고가 돼 있었고 아버지에게 “미안하다. 떠난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곽도영 now@donga.com·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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