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열-리디아 고, ‘노란 리본 승전보’…“하늘이시여”

등록 2014.04.29.
노승열-리디아 고 ‘노란 리본 승전보’]PGA 한국인 네번째 우승 노승열 인터뷰

그토록 그리던 순간이 찾아왔는데도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데뷔 후 78번째 도전 끝에 처음 우승한 노승열(23·나이키골프)이었다. “원래 대회 끝나고 바로 비행기 타고 이동하려다 우승으로 행사와 인터뷰가 길어져 하루 자고 가게 됐다. 누나(노승은 씨), 매니저와 해산물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거창하게 우승 뒤풀이를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국인 최연소 챔피언이 된 노승열은 18번홀에서 30cm 파 퍼트로 승리를 결정지은 뒤 조용히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 세리머니는 한국의 참사와 연결되면서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전설의 골퍼 게리 플레이어는 트위터에 ‘고생과 헌신, 노력, 승리의 환희가 담겨 있다’고 평했다. 노승열은 “떠나기 하루 전날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다. 출국 뒤에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온 것 같다. 지난 세월도 스쳐 지나갔다. 항상 마음 졸이는 부모님과 가족 생각도 났다”고 했다.

이번에 검은색과 노란색 리본을 모자에 달고 출전한 그는 “국민을 위해 다른 한국 선수들과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다. 리본은 한식당에서 만난 교민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선배 양용은과 위창수의 축하 맥주 세례를 받은 그는 “두 프로님이 공항에 가서 짐을 부친 뒤 다시 돌아와 함께 기뻐해 줬다”며 고마워했다.

2007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로 전향한 노승열은 두 가지 꿈이 있었다. PGA투어 우승과 ‘명인 열전’이라는 마스터스 출전이었다. 그는 “하루에 두 가지를 모두 이룬 최고의 날”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정상 등극으로 2016시즌까지 PGA투어 출전권을 보장받았으며 다음 달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비롯한 5개 주요 대회 출전 자격과 함께 내년 마스터스 초청장도 챙겼다. 122만4000달러(약 12억7400만 원)의 우승 상금 중 일부는 좋은 일에 쓰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회 결과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개인적으로 고민해 보고 주위분들과 상의해 뭘 할지 결정하겠다.”

주니어 시절부터 승승장구하며 갖가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던 노승열은 지난해 PGA투어에서 상금 랭킹 153위로 처져 올 시즌 투어카드를 잃었다. 2부 투어를 거쳐 회생한 그는 “골프 선수를 하면서 지난해 처음 실패를 겪었다. 그러면서 정신력이 강해졌다. 우승 강박증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 날 선두로 나갔다 압박감에 자멸하며 역전패를 허용했던 과거와는 달라질 수 있었다. 바운스 백(한 홀에서 보기 이상을 했을 때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을 확률) 능력이 떨어졌던 그는 이날 12번홀 보기를 13번홀 버디로 만회한 뒤 15번홀 보기를 다시 16번홀 버디로 반전시켰다.

노승열은 29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으로 이동해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웰스파고 챔피언십에 대비한다.



노승열은…

―생년월일: 1991년 5월 29일

―출생지: 강원 고성군

―체격: 183cm, 76kg

―출신교: 경기고-고려대 재학

―2005∼2007년: 국가대표

―2005년: 한국 아마추어선수권 역대 최연소 우승(14세)

―2007년: 프로 전향

―2008년: 아시아투어 차이나클래식 우승

―2010년: 아시아투어 겸 유럽투어 말레이시아오픈 우승

―2012년: PGA투어 진출

―2013년: PGA 2부 웹닷컴투어 칠드런 호스피털 챔피언십 우승

―2014년: PGA투어 취리히 클래식 우승

       

       

▼ 16번홀 1타차로 쫓기던 노승열, 파4서 정교한 아이언으로 버디 ▼

18번홀 러프 탈출한 리디아 고, 침착한 3m 버디 퍼트로 환호

노승열과 리디아 고(17)의 동반 우승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둘 다 막판까지 접전을 거듭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노승열은 로버트 스트렙(미국)이 1타 차로 쫓아온 16번홀(파4)에서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뒤 128야드를 남기고 9번 아이언으로 왼쪽에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는 그린을 정교하게 공략해 핀 오른쪽 90cm 지점에 공을 붙여 버디를 낚았다. 2타 차로 달아난 뒤 스트렙이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하면서 3타 차의 여유가 생긴 노승렬은 18번홀에서 3온 2퍼트로 안전하게 파를 잡으며 승리를 지켰다. 노승열은 경기 후 “16번홀 버디로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1타 차 선두였던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왼쪽 러프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 반면 동반자였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제니 신은 모두 버디 기회를 잡았다. 그래도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63야드를 남기고 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놓은 뒤 3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루이스는 “믿기지 않는 샷이었다”고 놀라워했다. 24일이 17번째 생일이었던 리디아 고는 우승 상금 27만 달러를 받으며 세계 랭킹을 역대 최고인 2위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골프를 가르쳐 준 아버지가 응원 온 가운데 처음 우승해 감격이 더 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노승열-리디아 고 ‘노란 리본 승전보’]PGA 한국인 네번째 우승 노승열 인터뷰

그토록 그리던 순간이 찾아왔는데도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데뷔 후 78번째 도전 끝에 처음 우승한 노승열(23·나이키골프)이었다. “원래 대회 끝나고 바로 비행기 타고 이동하려다 우승으로 행사와 인터뷰가 길어져 하루 자고 가게 됐다. 누나(노승은 씨), 매니저와 해산물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거창하게 우승 뒤풀이를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국인 최연소 챔피언이 된 노승열은 18번홀에서 30cm 파 퍼트로 승리를 결정지은 뒤 조용히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 세리머니는 한국의 참사와 연결되면서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전설의 골퍼 게리 플레이어는 트위터에 ‘고생과 헌신, 노력, 승리의 환희가 담겨 있다’고 평했다. 노승열은 “떠나기 하루 전날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다. 출국 뒤에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온 것 같다. 지난 세월도 스쳐 지나갔다. 항상 마음 졸이는 부모님과 가족 생각도 났다”고 했다.

이번에 검은색과 노란색 리본을 모자에 달고 출전한 그는 “국민을 위해 다른 한국 선수들과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다. 리본은 한식당에서 만난 교민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선배 양용은과 위창수의 축하 맥주 세례를 받은 그는 “두 프로님이 공항에 가서 짐을 부친 뒤 다시 돌아와 함께 기뻐해 줬다”며 고마워했다.

2007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로 전향한 노승열은 두 가지 꿈이 있었다. PGA투어 우승과 ‘명인 열전’이라는 마스터스 출전이었다. 그는 “하루에 두 가지를 모두 이룬 최고의 날”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정상 등극으로 2016시즌까지 PGA투어 출전권을 보장받았으며 다음 달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비롯한 5개 주요 대회 출전 자격과 함께 내년 마스터스 초청장도 챙겼다. 122만4000달러(약 12억7400만 원)의 우승 상금 중 일부는 좋은 일에 쓰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회 결과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개인적으로 고민해 보고 주위분들과 상의해 뭘 할지 결정하겠다.”

주니어 시절부터 승승장구하며 갖가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던 노승열은 지난해 PGA투어에서 상금 랭킹 153위로 처져 올 시즌 투어카드를 잃었다. 2부 투어를 거쳐 회생한 그는 “골프 선수를 하면서 지난해 처음 실패를 겪었다. 그러면서 정신력이 강해졌다. 우승 강박증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 날 선두로 나갔다 압박감에 자멸하며 역전패를 허용했던 과거와는 달라질 수 있었다. 바운스 백(한 홀에서 보기 이상을 했을 때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을 확률) 능력이 떨어졌던 그는 이날 12번홀 보기를 13번홀 버디로 만회한 뒤 15번홀 보기를 다시 16번홀 버디로 반전시켰다.

노승열은 29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으로 이동해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웰스파고 챔피언십에 대비한다.



노승열은…

―생년월일: 1991년 5월 29일

―출생지: 강원 고성군

―체격: 183cm, 76kg

―출신교: 경기고-고려대 재학

―2005∼2007년: 국가대표

―2005년: 한국 아마추어선수권 역대 최연소 우승(14세)

―2007년: 프로 전향

―2008년: 아시아투어 차이나클래식 우승

―2010년: 아시아투어 겸 유럽투어 말레이시아오픈 우승

―2012년: PGA투어 진출

―2013년: PGA 2부 웹닷컴투어 칠드런 호스피털 챔피언십 우승

―2014년: PGA투어 취리히 클래식 우승

       

       

▼ 16번홀 1타차로 쫓기던 노승열, 파4서 정교한 아이언으로 버디 ▼

18번홀 러프 탈출한 리디아 고, 침착한 3m 버디 퍼트로 환호

노승열과 리디아 고(17)의 동반 우승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둘 다 막판까지 접전을 거듭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노승열은 로버트 스트렙(미국)이 1타 차로 쫓아온 16번홀(파4)에서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뒤 128야드를 남기고 9번 아이언으로 왼쪽에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는 그린을 정교하게 공략해 핀 오른쪽 90cm 지점에 공을 붙여 버디를 낚았다. 2타 차로 달아난 뒤 스트렙이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하면서 3타 차의 여유가 생긴 노승렬은 18번홀에서 3온 2퍼트로 안전하게 파를 잡으며 승리를 지켰다. 노승열은 경기 후 “16번홀 버디로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1타 차 선두였던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왼쪽 러프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 반면 동반자였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제니 신은 모두 버디 기회를 잡았다. 그래도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63야드를 남기고 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놓은 뒤 3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루이스는 “믿기지 않는 샷이었다”고 놀라워했다. 24일이 17번째 생일이었던 리디아 고는 우승 상금 27만 달러를 받으며 세계 랭킹을 역대 최고인 2위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골프를 가르쳐 준 아버지가 응원 온 가운데 처음 우승해 감격이 더 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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