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증오 발언 반대시위 사진전’ 여는 日주부 야마시타 씨

등록 2014.06.27.
“혐한단체 난폭한 구호들 인간으로서 부끄러웠다”



‘차별 반대 여자모임’ 야마시타 아유미 회장이 26일 자택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대형 사진을 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 사진 속에서 머리를 염색한 한 젊은 여성은 “인종차별주의자는 돌아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울면서 행진했다. 후나바시=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 도쿄 국제기독교대에서 28, 29일 특별한 사진 기획전이 열린다. 혐한 시위를 주도하는 일본 극우 집단의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인종이나 종교 등에 대한 증오 발언)에 항의 시위를 벌였던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된다.

기획전을 준비한 사람은 ‘차별 반대 여자모임’ 야마시타 아유미(山下步·51) 회장. 평범한 주부인 그가 거리로 달려 나간 것은 차별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지바(千葉) 현 후나바시(船橋) 시의 자택에서 25일 그를 만났다.

―기획전을 열게 된 계기는….

“2012년 친구들과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혐한 단체들의 시위 동영상이 올라온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조선인 죽여라’는 등 난폭한 구호가 난무했다. 화가 나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일본의 수치’라기보다 인간으로서 부끄러웠다. 이런 시위를 경찰이 허가했다는 게 더 큰 쇼크였다.

항의 시위에 나서고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혐한 시위대나 마찬가지라는 식으로 봤다. 경찰이 우리를 따라붙자 우리가 나눠주는 유인물을 피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쓰지 않는 국민에게 진상을 알리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사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9월부터 트위터를 통해 동참자를 모았다. 여성으로 제한한 것은 일반 주부 등 평범한 시민들이 화났다는 점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였다. 20여 명이 의기투합해 ‘차별 반대 여자모임’을 꾸렸다.”

―실제 요즘 일본 사회 분위기는 어떤가.

“일본군 위안부나 침략에 대한 반성은 사라지고 과거사 미화와 강한 일본에 대한 향수만 강해지고 있다. 언론은 주변국과의 갈등을 부각시키고 여기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바탕에는 한국과 아시아에 대한 멸시의 감정이 깔려 있다. 대등하게 보지 않으니 ‘괘씸하다’고 하는 것이다. 특히 혐한 보도를 쏟아내는 주간지를 보고 있으면 일본 언론이 왜 과거 침략전쟁에 협력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깨어있는 사람도 많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본인 조교수는 매번 비행기를 타고 와 항의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우익들의 위협이 무섭지는 않은가.

“남편이 주소만 안 알려지게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참가자 중에는 실제 우익들이 괴롭혀 직장을 잃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헤이트 스피치가 일상화되면 사회 전체가 전염된다. 증오와 차별이 당연시되면서 91년 전 간토 대지진 때의 조선인 대학살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런 상황이 재발하면 보통 사람은 무서워 말리지도 못할 것이다. 말리다 죽을 수도 있다. 결국 나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비극의 씨앗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후나바시=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혐한단체 난폭한 구호들 인간으로서 부끄러웠다”



‘차별 반대 여자모임’ 야마시타 아유미 회장이 26일 자택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대형 사진을 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 사진 속에서 머리를 염색한 한 젊은 여성은 “인종차별주의자는 돌아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울면서 행진했다. 후나바시=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 도쿄 국제기독교대에서 28, 29일 특별한 사진 기획전이 열린다. 혐한 시위를 주도하는 일본 극우 집단의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인종이나 종교 등에 대한 증오 발언)에 항의 시위를 벌였던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된다.

기획전을 준비한 사람은 ‘차별 반대 여자모임’ 야마시타 아유미(山下步·51) 회장. 평범한 주부인 그가 거리로 달려 나간 것은 차별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지바(千葉) 현 후나바시(船橋) 시의 자택에서 25일 그를 만났다.

―기획전을 열게 된 계기는….

“2012년 친구들과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혐한 단체들의 시위 동영상이 올라온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조선인 죽여라’는 등 난폭한 구호가 난무했다. 화가 나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일본의 수치’라기보다 인간으로서 부끄러웠다. 이런 시위를 경찰이 허가했다는 게 더 큰 쇼크였다.

항의 시위에 나서고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혐한 시위대나 마찬가지라는 식으로 봤다. 경찰이 우리를 따라붙자 우리가 나눠주는 유인물을 피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쓰지 않는 국민에게 진상을 알리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사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9월부터 트위터를 통해 동참자를 모았다. 여성으로 제한한 것은 일반 주부 등 평범한 시민들이 화났다는 점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였다. 20여 명이 의기투합해 ‘차별 반대 여자모임’을 꾸렸다.”

―실제 요즘 일본 사회 분위기는 어떤가.

“일본군 위안부나 침략에 대한 반성은 사라지고 과거사 미화와 강한 일본에 대한 향수만 강해지고 있다. 언론은 주변국과의 갈등을 부각시키고 여기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바탕에는 한국과 아시아에 대한 멸시의 감정이 깔려 있다. 대등하게 보지 않으니 ‘괘씸하다’고 하는 것이다. 특히 혐한 보도를 쏟아내는 주간지를 보고 있으면 일본 언론이 왜 과거 침략전쟁에 협력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깨어있는 사람도 많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본인 조교수는 매번 비행기를 타고 와 항의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우익들의 위협이 무섭지는 않은가.

“남편이 주소만 안 알려지게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참가자 중에는 실제 우익들이 괴롭혀 직장을 잃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헤이트 스피치가 일상화되면 사회 전체가 전염된다. 증오와 차별이 당연시되면서 91년 전 간토 대지진 때의 조선인 대학살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런 상황이 재발하면 보통 사람은 무서워 말리지도 못할 것이다. 말리다 죽을 수도 있다. 결국 나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비극의 씨앗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후나바시=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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