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의 오늘과 내일]‘대한민국 부통령’ 최경환

등록 2014.07.17.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대선 때 경선 총괄본부장으로 활약했다. 또 다른 복심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4년간 지역 일로 바쁠 테니 중앙에서 일할 친박 세력으론 최 부총리만 한 사람이 없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실세로 알려져 있지만 항간에는 최 부총리가 김 실장을 능가하는 실력자라는 소문이 돈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 고위직에는 최 부총리와 연관된 사람이 많다. 청와대의 안종범 경제수석은 같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부했다. 김영한 민정수석은 연세대 경제학과 동창이고 윤두현 홍보수석은 대구 동향이다. 청와대 수석 10명 가운데 5명 이상이 그와 ‘끈끈한 인연’이 있다.

3선 의원이니 국회 인맥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황우여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를 할 때 그는 원내대표였다. 내각에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위스콘신대), 서승환 국토교통부(연세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연세대) 등과 학연이 있다. 당정청에 포진한 인맥을 보면 일각에서 그를 ‘부통령’이라 부르는 게 헛소문만은 아니다.

대선 공약을 만들었던 경제브레인 안종범 수석과 최 부총리의 콤비는 박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드림팀 가운데 하나다. 아직 힘이 있는 집권 초반에 정권 실세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정부가 전력투구해 일할 수 있는 시기는 2016년 총선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는 친박 핵심이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 ‘몸을 낮추는’ 처신을 했다. 목소리는 조용하고 태도는 동네 아저씨 같다. 2012년 4·11총선 때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최재오’(2008년 총선 때의 이재오 의원에 비유)란 말이 나오자 “절대 아니다”라며 극력 부인했다. 이런 ‘저공비행’이야말로 2인자를 키우기 싫어한다는 박 대통령 아래서 장수한 비결인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부총리에게는 이것이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 전문가지만 경제철학이 무엇인지는 모호하다.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엔 아파트 투기자금을 회수하는 ‘아파트 채권입찰제’를 만들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는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로 법인세 인하와 휴대전화 요금 20% 인하 정책을 내놨다.

2008년 그는 “법인세를 내리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장담했고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렸다. 하지만 기업들은 법인세를 감면받아 투자와 고용을 하는 대신 사내유보금만 늘렸다. 통신요금 20% 인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대선 전인 2012년 4월 “경제민주화는 시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으로부터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저런 사람을 멀리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러자 “경제적 약자를 위한 제도 개선은 필수”라며 바로 꼬리를 내렸다.

최 부총리는 이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첫 시험대에 오른다. 선진국들은 규제개혁이나 감세(減稅) 같은 주류 경제학 방법 외에 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진작이나 양적완화 같은 비(非)전통적 방법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이 정부의 경제정책이 ‘국가’ 아닌 ‘국민’을 목표로 한다면 국내총생산(GDP) 말고 고용률 70%와 함께 지니계수(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지수) 하락을 목표로 삼는 건 어떤가.

경제부총리는 부통령이 아니라 ‘경제대통령’이 돼야 한다.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이 책임지고 만들어야 한다. 이 정권의 성패를 결정할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대선 때 경선 총괄본부장으로 활약했다. 또 다른 복심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4년간 지역 일로 바쁠 테니 중앙에서 일할 친박 세력으론 최 부총리만 한 사람이 없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실세로 알려져 있지만 항간에는 최 부총리가 김 실장을 능가하는 실력자라는 소문이 돈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 고위직에는 최 부총리와 연관된 사람이 많다. 청와대의 안종범 경제수석은 같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부했다. 김영한 민정수석은 연세대 경제학과 동창이고 윤두현 홍보수석은 대구 동향이다. 청와대 수석 10명 가운데 5명 이상이 그와 ‘끈끈한 인연’이 있다.

3선 의원이니 국회 인맥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황우여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를 할 때 그는 원내대표였다. 내각에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위스콘신대), 서승환 국토교통부(연세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연세대) 등과 학연이 있다. 당정청에 포진한 인맥을 보면 일각에서 그를 ‘부통령’이라 부르는 게 헛소문만은 아니다.

대선 공약을 만들었던 경제브레인 안종범 수석과 최 부총리의 콤비는 박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드림팀 가운데 하나다. 아직 힘이 있는 집권 초반에 정권 실세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정부가 전력투구해 일할 수 있는 시기는 2016년 총선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는 친박 핵심이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 ‘몸을 낮추는’ 처신을 했다. 목소리는 조용하고 태도는 동네 아저씨 같다. 2012년 4·11총선 때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최재오’(2008년 총선 때의 이재오 의원에 비유)란 말이 나오자 “절대 아니다”라며 극력 부인했다. 이런 ‘저공비행’이야말로 2인자를 키우기 싫어한다는 박 대통령 아래서 장수한 비결인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부총리에게는 이것이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 전문가지만 경제철학이 무엇인지는 모호하다.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엔 아파트 투기자금을 회수하는 ‘아파트 채권입찰제’를 만들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는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로 법인세 인하와 휴대전화 요금 20% 인하 정책을 내놨다.

2008년 그는 “법인세를 내리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장담했고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렸다. 하지만 기업들은 법인세를 감면받아 투자와 고용을 하는 대신 사내유보금만 늘렸다. 통신요금 20% 인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대선 전인 2012년 4월 “경제민주화는 시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으로부터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저런 사람을 멀리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러자 “경제적 약자를 위한 제도 개선은 필수”라며 바로 꼬리를 내렸다.

최 부총리는 이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첫 시험대에 오른다. 선진국들은 규제개혁이나 감세(減稅) 같은 주류 경제학 방법 외에 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진작이나 양적완화 같은 비(非)전통적 방법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이 정부의 경제정책이 ‘국가’ 아닌 ‘국민’을 목표로 한다면 국내총생산(GDP) 말고 고용률 70%와 함께 지니계수(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지수) 하락을 목표로 삼는 건 어떤가.

경제부총리는 부통령이 아니라 ‘경제대통령’이 돼야 한다.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이 책임지고 만들어야 한다. 이 정권의 성패를 결정할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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