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로시야’ 앞세운 푸틴, “친러 주민 보호” 민족주의 부각
등록 2014.09.01.서방 겨냥 “핵보유국에 장난마라”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을 진입시키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보가 거침없다. 유럽연합(EU)이 추가 제재 카드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을 되돌릴 수 있는 시한은 일주일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8월 29일 러시아가 중무장한 병력 1000여 명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면서 러시아에 불법적 군사행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서방의 거듭된 제재와 경고에도 푸틴 대통령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그는 31일 러시아TV 제1채널에 출연해 “(친러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주민의 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지위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국가 지위’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우크라이나 동부의 독립까지 내다본 발언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29일 크렘린궁이 개최한 청소년 캠프에 참석해 “러시아는 가장 강력한 핵무기 보유국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러시아와는 장난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행보를 뒷받침하는 2가지 핵심 키워드가 ‘푸티니즘(Putinism)’과 ‘노보로시야(Novorossiya)’다. 푸틴 대통령의 통치 방식을 일컫는 푸티니즘은 크게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민족주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민족과 친러시아인 보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민족주의를 부각시키고 있다.
‘종교 중심주의’와 ‘사회적 보수주의’를 강조하는 것도 푸티니즘의 특징이다. 교육·문화·성(性)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보수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의 중추인 천연가스 산업과 군수 산업 등을 국가가 소유하거나 대자본의 독점을 지원하는 ‘국가 자본주의’도 푸티니즘의 핵심 요소다. 국민 여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정부의 미디어 통제’도 푸틴 대통령의 핵심 통치 철학이다.
푸티니즘을 기반으로 푸틴 대통령이 표방하는 것이 ‘노보로시야(새로운 러시아)’다. 노보로시야는 당초 18세기 러시아 제국의 영향권에 들어온 러시아의 새 영토를 일컫는 말이었다. 3월 크림반도 합병 뒤 자신감을 얻은 푸틴 대통령은 4월 전국에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 때부터 이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노보로시야는 친러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일컫는 동시에 자신이 표방하는 ‘강력한 러시아’를 의미하기도 한다.
러시아 문제에 정통한 국제문제 전문가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 “푸틴 대통령이 푸티니즘과 노보로시야를 표방하고 있는 한 군사적 개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서방의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푸틴을 더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친러 주민 보호” 민족주의 부각… 18세기 러시아 제국 부활 꿈꿔
서방 겨냥 “핵보유국에 장난마라”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을 진입시키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보가 거침없다. 유럽연합(EU)이 추가 제재 카드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을 되돌릴 수 있는 시한은 일주일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8월 29일 러시아가 중무장한 병력 1000여 명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면서 러시아에 불법적 군사행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서방의 거듭된 제재와 경고에도 푸틴 대통령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그는 31일 러시아TV 제1채널에 출연해 “(친러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주민의 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지위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국가 지위’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우크라이나 동부의 독립까지 내다본 발언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29일 크렘린궁이 개최한 청소년 캠프에 참석해 “러시아는 가장 강력한 핵무기 보유국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러시아와는 장난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행보를 뒷받침하는 2가지 핵심 키워드가 ‘푸티니즘(Putinism)’과 ‘노보로시야(Novorossiya)’다. 푸틴 대통령의 통치 방식을 일컫는 푸티니즘은 크게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민족주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민족과 친러시아인 보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민족주의를 부각시키고 있다.
‘종교 중심주의’와 ‘사회적 보수주의’를 강조하는 것도 푸티니즘의 특징이다. 교육·문화·성(性)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보수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의 중추인 천연가스 산업과 군수 산업 등을 국가가 소유하거나 대자본의 독점을 지원하는 ‘국가 자본주의’도 푸티니즘의 핵심 요소다. 국민 여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정부의 미디어 통제’도 푸틴 대통령의 핵심 통치 철학이다.
푸티니즘을 기반으로 푸틴 대통령이 표방하는 것이 ‘노보로시야(새로운 러시아)’다. 노보로시야는 당초 18세기 러시아 제국의 영향권에 들어온 러시아의 새 영토를 일컫는 말이었다. 3월 크림반도 합병 뒤 자신감을 얻은 푸틴 대통령은 4월 전국에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 때부터 이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노보로시야는 친러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일컫는 동시에 자신이 표방하는 ‘강력한 러시아’를 의미하기도 한다.
러시아 문제에 정통한 국제문제 전문가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 “푸틴 대통령이 푸티니즘과 노보로시야를 표방하고 있는 한 군사적 개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서방의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푸틴을 더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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