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랑 사진 찍는 값, 500원”… 사랑의 동전 모으는 챔피언

등록 2014.09.04.
“사인은 한 장에, 사진은 두 방에 500원 주이소.”

세계복싱평의회(WBC) 전 라이트플라이급 세계 챔피언 ‘짱구’ 장정구 씨(51)를 우연히 만나면 꼭 듣는 부산 사투리다. 장 씨는 팬들이 사인을 부탁하거나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하면 이렇게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래서 장 씨가 왼쪽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동전 지갑에는 500원짜리 동전이 두둑하게 쌓여 있다.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장 씨는 5년 전부터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함사모)’이라는 전직 스포츠인들의 모임을 통해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고 있다. 장 씨는 차곡차곡 모은 500원짜리 동전과 자신의 용돈을 더해 사회봉사단체를 돕고 있다. 큰돈은 아니지만 청소년 가장들이나 홀몸노인들을 찾아 자장면을 대접하거나 겨울에 쓸 연탄을 사준다.

장 씨는 1983년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 타이틀을 딴 뒤 1988년 타이틀을 자진 반납하기까지 15차 방어에 성공했다. 악착같은 투지와 능수능란한 변칙 기술을 바탕으로 화끈한 경기를 펼쳐 아직도 그의 경기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열세 살 때 고향인 부산에서 어머니를 졸라 받은 1500원으로 체육관에 등록해 권투를 시작한 장 씨는 챔피언으로서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나만의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멕시코 선수는 느린 대신 주먹이 강하기 때문에 절대 맞받아쳐서는 안 되고, 파나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선수들은 유연성이 있어서 근접해서 거칠게 몰아 리듬을 뺏어야 되죠. 링에서는 나를 버리고 상대를 완전히 읽는 IQ 350짜리 선수가 돼야 해요.”

장 씨는 최근 간장게장 식당을 하고 있지만 돈에는 크게 관심 없다고 한다. 대학 졸업반과 고3인 두 딸을 지원하는 정도만 벌고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그만이라고 했다.

후배 사업가가 출시한 알칼리성 숙취해소음료 광고 모델로도 나섰다. 술을 좋아하는 자신이 건강한 음주 문화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응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복서로는 처음으로 2000년 ‘WBC 20세기를 빛낸 위대한 복서 25인’에 선정됐고, 2010년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또 WBC가 제정한 ‘팬들이 선정한 위대한 선수’로 뽑혀 올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52차 WBC 총회에서 영광의 수상을 하게 된다. ‘상대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현역 시절 링에서의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다. 사각 링을 떠나서도 상황에 맞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갈 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사인은 한 장에, 사진은 두 방에 500원 주이소.”

세계복싱평의회(WBC) 전 라이트플라이급 세계 챔피언 ‘짱구’ 장정구 씨(51)를 우연히 만나면 꼭 듣는 부산 사투리다. 장 씨는 팬들이 사인을 부탁하거나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하면 이렇게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래서 장 씨가 왼쪽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동전 지갑에는 500원짜리 동전이 두둑하게 쌓여 있다.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장 씨는 5년 전부터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함사모)’이라는 전직 스포츠인들의 모임을 통해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고 있다. 장 씨는 차곡차곡 모은 500원짜리 동전과 자신의 용돈을 더해 사회봉사단체를 돕고 있다. 큰돈은 아니지만 청소년 가장들이나 홀몸노인들을 찾아 자장면을 대접하거나 겨울에 쓸 연탄을 사준다.

장 씨는 1983년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 타이틀을 딴 뒤 1988년 타이틀을 자진 반납하기까지 15차 방어에 성공했다. 악착같은 투지와 능수능란한 변칙 기술을 바탕으로 화끈한 경기를 펼쳐 아직도 그의 경기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열세 살 때 고향인 부산에서 어머니를 졸라 받은 1500원으로 체육관에 등록해 권투를 시작한 장 씨는 챔피언으로서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나만의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멕시코 선수는 느린 대신 주먹이 강하기 때문에 절대 맞받아쳐서는 안 되고, 파나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선수들은 유연성이 있어서 근접해서 거칠게 몰아 리듬을 뺏어야 되죠. 링에서는 나를 버리고 상대를 완전히 읽는 IQ 350짜리 선수가 돼야 해요.”

장 씨는 최근 간장게장 식당을 하고 있지만 돈에는 크게 관심 없다고 한다. 대학 졸업반과 고3인 두 딸을 지원하는 정도만 벌고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그만이라고 했다.

후배 사업가가 출시한 알칼리성 숙취해소음료 광고 모델로도 나섰다. 술을 좋아하는 자신이 건강한 음주 문화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응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복서로는 처음으로 2000년 ‘WBC 20세기를 빛낸 위대한 복서 25인’에 선정됐고, 2010년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또 WBC가 제정한 ‘팬들이 선정한 위대한 선수’로 뽑혀 올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52차 WBC 총회에서 영광의 수상을 하게 된다. ‘상대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현역 시절 링에서의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다. 사각 링을 떠나서도 상황에 맞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갈 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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