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안철수의 ‘새로운 시작’

등록 2014.09.18.
안철수 의원이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는 2012년 9월 19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내일인 19일은 안 의원에게 정치를 시작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저는 요즘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그 마음을 떠올리며 쉼 없이 달려온 지난 2년을 복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뚜벅뚜벅 바른 길로 걸어 나가겠습니다.’ 그가 올린 글이다.

안 의원은 7·30 재·보선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뒤 칩거 중이다.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란은 그가 대표로 있을 때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과장을 공천한 것으로 시작됐다. 2년 전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어렵게 연락을 시도한 결과 그와 통화할 수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출간했던 ‘안철수의 생각’을 다시 읽으면서 초심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품었던 포부를 기록으로 남겨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년이 10년같이 길게 느껴진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 왔다. 내게 부족한 점이 많았다.”

―바깥에서 본 정치와 현실 정치는 얼마나 달랐는가.

“막스 베버의 말대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에는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던 말의 의미를 절감했다.”

―권은희 공천에 대해서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의도를 제대로 알리는 과정 관리가 이뤄져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안 의원은 매사에 심사숙고하는 평소 스타일대로 여러 가지를 고심 중인 듯했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기는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재·보선 때의 좌절은 의사, 기업인, 교수로 계속 변신해 오면서 처음 겪어보는 큰 충격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식인으로서 한국 정치를 바꾸고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려 했던 그의 동기는 훌륭했다. 대중과 권력의 눈치를 보며 멀리서 책임 안 질 말이나 떠드는 것이 요즘 지식인들 아니던가. 개인적으로 그가 ‘대중의 우상’으로 떠오를 무렵, 군 입대 일화 등에서 말의 앞뒤가 다르거나 과장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큰 맥락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반면에 그의 ‘사람 보는 눈’은 위태롭게 느껴졌다.

경기도교육감을 지낸 뒤 올해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한 김상곤 씨에 대해 안 의원은 “제가 가야 할 길과 김 교육감이 가는 길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념적으로 중도 쪽이고, 김 씨는 진보 쪽에 치우쳐 있다. 김 전 교육감은 평택 미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을 벌였던 민교협 의장을 지냈다. ‘안보는 보수’라던 안 의원이 그를 “가는 길이 같다”고 평가한 것은 몹시 놀라웠다. 김 씨는 선거 공약으로 ‘무상버스’를 내세웠다가 중간에 탈락했다.

권은희 공천은 그 결정판이었다. 안 의원은 권 씨 공천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그의 살아온 이력은 진정성 그 자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결국 이 공천으로 안 의원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안 의원은 2011년 9월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씨에게 양보하기에 앞서 당시 한나라당을 향해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확장성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고 일갈했다. 자신이 새 길을 선택한다면 한나라당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하는 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고 있으며 정의롭지 않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안 의원이 스스로 선택한 민주당 역시 최근 사태를 보면 정치적 확장성을 가져도 되는 당은 아니다. 그가 종종 보여온 이 같은 이분법적 단순 논리도 실망스러웠다.

안 의원이 컴퓨터를 다시 켜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정권 반대로 일관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상대방의 자살골로 손쉽게 현상 유지를 하는 정치 현실이 더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가 외쳐온 ‘새 정치’의 필요성만큼은 도드라지고 있다. 정치 혁신을 갈구하는 국민은 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지 모른다. 정치적으로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그가 능력을 보여줄 때는 지금부터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안철수 의원이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는 2012년 9월 19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내일인 19일은 안 의원에게 정치를 시작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저는 요즘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그 마음을 떠올리며 쉼 없이 달려온 지난 2년을 복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뚜벅뚜벅 바른 길로 걸어 나가겠습니다.’ 그가 올린 글이다.

안 의원은 7·30 재·보선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뒤 칩거 중이다.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란은 그가 대표로 있을 때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과장을 공천한 것으로 시작됐다. 2년 전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어렵게 연락을 시도한 결과 그와 통화할 수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출간했던 ‘안철수의 생각’을 다시 읽으면서 초심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품었던 포부를 기록으로 남겨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년이 10년같이 길게 느껴진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 왔다. 내게 부족한 점이 많았다.”

―바깥에서 본 정치와 현실 정치는 얼마나 달랐는가.

“막스 베버의 말대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에는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던 말의 의미를 절감했다.”

―권은희 공천에 대해서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의도를 제대로 알리는 과정 관리가 이뤄져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안 의원은 매사에 심사숙고하는 평소 스타일대로 여러 가지를 고심 중인 듯했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기는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재·보선 때의 좌절은 의사, 기업인, 교수로 계속 변신해 오면서 처음 겪어보는 큰 충격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식인으로서 한국 정치를 바꾸고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려 했던 그의 동기는 훌륭했다. 대중과 권력의 눈치를 보며 멀리서 책임 안 질 말이나 떠드는 것이 요즘 지식인들 아니던가. 개인적으로 그가 ‘대중의 우상’으로 떠오를 무렵, 군 입대 일화 등에서 말의 앞뒤가 다르거나 과장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큰 맥락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반면에 그의 ‘사람 보는 눈’은 위태롭게 느껴졌다.

경기도교육감을 지낸 뒤 올해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한 김상곤 씨에 대해 안 의원은 “제가 가야 할 길과 김 교육감이 가는 길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념적으로 중도 쪽이고, 김 씨는 진보 쪽에 치우쳐 있다. 김 전 교육감은 평택 미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을 벌였던 민교협 의장을 지냈다. ‘안보는 보수’라던 안 의원이 그를 “가는 길이 같다”고 평가한 것은 몹시 놀라웠다. 김 씨는 선거 공약으로 ‘무상버스’를 내세웠다가 중간에 탈락했다.

권은희 공천은 그 결정판이었다. 안 의원은 권 씨 공천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그의 살아온 이력은 진정성 그 자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결국 이 공천으로 안 의원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안 의원은 2011년 9월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씨에게 양보하기에 앞서 당시 한나라당을 향해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확장성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고 일갈했다. 자신이 새 길을 선택한다면 한나라당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하는 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고 있으며 정의롭지 않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안 의원이 스스로 선택한 민주당 역시 최근 사태를 보면 정치적 확장성을 가져도 되는 당은 아니다. 그가 종종 보여온 이 같은 이분법적 단순 논리도 실망스러웠다.

안 의원이 컴퓨터를 다시 켜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정권 반대로 일관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상대방의 자살골로 손쉽게 현상 유지를 하는 정치 현실이 더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가 외쳐온 ‘새 정치’의 필요성만큼은 도드라지고 있다. 정치 혁신을 갈구하는 국민은 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지 모른다. 정치적으로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그가 능력을 보여줄 때는 지금부터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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