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30분은 금쪽같은 시간… 서민생업 무시하나”

등록 2014.09.19.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집행부 전원이 ‘대리운전 기사 폭행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동료가 폭행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대리기사들은 “우리 직업을 무시하는 풍조와 ‘시간이 돈’인 대리기사의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번 사건 피해자인 대리기사 이모 씨(52)는 17일 새벽 세월호 유가족 일행의 호출을 받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 갔다가 출발시간이 지연되면서 시비가 붙어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씨는 본보 기자와 만나 “30분 정도 대기했다. 밤 12시 정도면 대리기사들은 가장 일을 많이 해야 할 시간이다. 집이 부천인데 (세월호 유가족 대리운전하면) 여의도에서 안산까지 가야 했다. 그 시간에 안산을 가면 1시가 넘을 것 같고, 그러면 부천으로 다시 오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못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대리운전업체와 계약돼 있다는 대리기사 김모 씨(43)는 “일반인은 대리기사에게 ‘30분’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모른다. 그 시간이면 경우에 따라 2건의 대리운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대리기사는 대부분 생계가 어렵거나 직장 월급이 변변치 않아 아르바이트를 뛰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하룻밤 동안 무조건 많은 손님을 모셔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는 “새벽시간 때는 한창 손님이 몰릴 때다.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낸 이 씨가 인격적 대우도 못 받고 폭행까지 당했으니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대리기사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과 유족들을 성토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대리기사는 “너무 화가 나서 광화문 광장(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찾아가 ‘대리기사를 개×으로 보냐’고 외치고 왔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대리기사는 “전국 대리기사들이 뭉쳐서 항의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연대를 제안했다.

대리기사가 아닌 일부 누리꾼도 피해자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네이버 사용자 ‘kdy6****’은 “대리기사 특별법을 제정해서 이들(대리기사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다음 사용자 ‘rive*****’는 “무서워서 세월호 유족 옆에 못가겠다. 무소불위”라며 폭행에 가담한 일부 유족을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 이 씨는 18일 오전 2시경 한 대리기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자신의 진술에 한 치의 거짓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수많은 대리기사님들이 참으로 어렵고 힘들게 사는데 나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정치적인 것은 전혀 모른다. 그저 진실이 밝혀져 나를 도와준 분들에게 조금의 피해도 없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현재의 심경에 대해서는 “몸도 마음도 지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동료 대리기사들이 올려주신 글을 읽고 있으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적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 ·강홍구 기자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집행부 전원이 ‘대리운전 기사 폭행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동료가 폭행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대리기사들은 “우리 직업을 무시하는 풍조와 ‘시간이 돈’인 대리기사의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번 사건 피해자인 대리기사 이모 씨(52)는 17일 새벽 세월호 유가족 일행의 호출을 받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 갔다가 출발시간이 지연되면서 시비가 붙어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씨는 본보 기자와 만나 “30분 정도 대기했다. 밤 12시 정도면 대리기사들은 가장 일을 많이 해야 할 시간이다. 집이 부천인데 (세월호 유가족 대리운전하면) 여의도에서 안산까지 가야 했다. 그 시간에 안산을 가면 1시가 넘을 것 같고, 그러면 부천으로 다시 오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못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대리운전업체와 계약돼 있다는 대리기사 김모 씨(43)는 “일반인은 대리기사에게 ‘30분’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모른다. 그 시간이면 경우에 따라 2건의 대리운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대리기사는 대부분 생계가 어렵거나 직장 월급이 변변치 않아 아르바이트를 뛰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하룻밤 동안 무조건 많은 손님을 모셔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는 “새벽시간 때는 한창 손님이 몰릴 때다.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낸 이 씨가 인격적 대우도 못 받고 폭행까지 당했으니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대리기사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과 유족들을 성토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대리기사는 “너무 화가 나서 광화문 광장(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찾아가 ‘대리기사를 개×으로 보냐’고 외치고 왔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대리기사는 “전국 대리기사들이 뭉쳐서 항의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연대를 제안했다.

대리기사가 아닌 일부 누리꾼도 피해자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네이버 사용자 ‘kdy6****’은 “대리기사 특별법을 제정해서 이들(대리기사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다음 사용자 ‘rive*****’는 “무서워서 세월호 유족 옆에 못가겠다. 무소불위”라며 폭행에 가담한 일부 유족을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 이 씨는 18일 오전 2시경 한 대리기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자신의 진술에 한 치의 거짓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수많은 대리기사님들이 참으로 어렵고 힘들게 사는데 나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정치적인 것은 전혀 모른다. 그저 진실이 밝혀져 나를 도와준 분들에게 조금의 피해도 없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현재의 심경에 대해서는 “몸도 마음도 지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동료 대리기사들이 올려주신 글을 읽고 있으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적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 ·강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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