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터닦은 대북교역, 중국인이 독식
등록 2014.10.17.단둥에서는 5·24조치로 남북 직접 교류가 금지되자 북한 상품이 중국을 거치면서 ‘중국산’으로 둔갑해 들어오고 북한과 거래를 못하는 한국인 사장을 제치고 직원들이 사업을 꿰차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16일 현지 취재 결과 나타났다. 이를 두고 단둥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은 “5·24조치에 따라 남북한이 닦아놓은 교역 루트를 중국인들이 다 차지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KOTRA와 중국 해관 자료에 따르면 북-중 교역은 2010년 26억2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5억4000만 달러로 늘었다. 올해 1∼8월 교역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준이다. 이러한 증가세는 5·24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남북한 교역이 중단된 것이 큰 요인이라고 단둥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그 대신 남북 교역은 2010년 19억1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1억5000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 단둥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던 교역도 5·24조치 뒤 얼어붙었다. 5·24조치 이전에 단둥의 대북 사업가는 3000∼4000명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1000여 명에 불과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중 교역규모 증가뿐만 아니라 북한산이 ‘중국산’으로 세탁돼 들어오는 과정에서 가격이 오르고 중국인만 돈을 버는 구조도 자리 잡았다. 북한에서 봉제 임가공품을 받아 한국에 판매하는 B 씨는 “중국인을 통해 북한에서 물건을 받아 ‘중국산’이라고 해서 한국에 들여보낸다. 북한 생산품임을 알고 들여보내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한 교민은 “북한의 임가공 공장 운영자나 무역상들도 5·24조치 해제를 바란다”며 “그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인들이 너무 계산적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 南北교역 3년새 반토막… 北中은 2.5배로 ▼
중국인 ‘5·24 어부지리
또 5·24조치 이전에는 단둥이 남북 교역의 중간 거점이 돼 한국인이 사장이고 중국인이나 조선족 교포는 직원인 업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위가 역전된 곳이 많다. 과거 정부의 적극적인 장려와 지원으로 북한에 개척해 놓은 임가공이나 판매 네트워크가 중국인 직원들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 대북 사업가는 자신이 북한 사람과의 접촉이 금지되고 교역을 할 수 없게 되자 밑에서 일하던 중국인 직원들이 북한인들과 거래한 것을 뒤늦게 알고는 분노와 서글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북-중 교역이 얼마나 활발한지는 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단둥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16일 오전 8시 반 5개 팀으로 나눠진 100명 이상의 중국인이 단둥 해관 마당을 가득 메웠다. 신의주 관광을 독점하는 ‘단동중국국제여행사(CITS)’의 위쓰원(于思雯) 씨는 “요즘은 비수기이고 성수기에는 하루 8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단둥에서 신의주로 가는 1박 2일 관광도 시작됐다. 신의주 인접 동림군의 동림폭포에 조성된 위락단지에서 하루를 숙박하는 일정이다. 위 씨는 “중국인은 하루 일정에 890위안, 1박 2일은 1380위안으로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있지만 손님이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인과 일본인만 이 관광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
단둥에서는 16∼20일 3차 ‘중조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가 열린다. 도로 곳곳에 행사 안내 깃발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북한 업체는 100개가 넘는다.
단둥 남측 신도시에는 북-중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마무리 공사 중이다. 소식통들은 31일 개통 기념식을 하고 차량 통행은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인들은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양측 교류가 새로운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교민은 “천안함 폭침에 사과하지 않는 북한에 대해 아무런 조건 없이 넘어가선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5·24조치 장기화로 중국인만 이득을 보고 남북은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가 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단둥=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과 중국의 접경 도시인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 9년째 대북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A 씨(50). 그는 요즘 1개에 50마오(약 80원)짜리인 작은 소품을 한국 중국 등에서 구해와 북한에 팔아 한 달에 500위안가량을 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뒤 내려진 5·24 제재 조치 이전에는 한 달에 최소 6만 위안을 벌었다. 단둥에서 만난 그는 “5·24조치 때문에 미수금이 230만 위안 정도 발생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단둥에서는 5·24조치로 남북 직접 교류가 금지되자 북한 상품이 중국을 거치면서 ‘중국산’으로 둔갑해 들어오고 북한과 거래를 못하는 한국인 사장을 제치고 직원들이 사업을 꿰차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16일 현지 취재 결과 나타났다. 이를 두고 단둥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은 “5·24조치에 따라 남북한이 닦아놓은 교역 루트를 중국인들이 다 차지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KOTRA와 중국 해관 자료에 따르면 북-중 교역은 2010년 26억2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5억4000만 달러로 늘었다. 올해 1∼8월 교역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준이다. 이러한 증가세는 5·24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남북한 교역이 중단된 것이 큰 요인이라고 단둥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그 대신 남북 교역은 2010년 19억1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1억5000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 단둥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던 교역도 5·24조치 뒤 얼어붙었다. 5·24조치 이전에 단둥의 대북 사업가는 3000∼4000명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1000여 명에 불과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중 교역규모 증가뿐만 아니라 북한산이 ‘중국산’으로 세탁돼 들어오는 과정에서 가격이 오르고 중국인만 돈을 버는 구조도 자리 잡았다. 북한에서 봉제 임가공품을 받아 한국에 판매하는 B 씨는 “중국인을 통해 북한에서 물건을 받아 ‘중국산’이라고 해서 한국에 들여보낸다. 북한 생산품임을 알고 들여보내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한 교민은 “북한의 임가공 공장 운영자나 무역상들도 5·24조치 해제를 바란다”며 “그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인들이 너무 계산적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 南北교역 3년새 반토막… 北中은 2.5배로 ▼
중국인 ‘5·24 어부지리
또 5·24조치 이전에는 단둥이 남북 교역의 중간 거점이 돼 한국인이 사장이고 중국인이나 조선족 교포는 직원인 업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위가 역전된 곳이 많다. 과거 정부의 적극적인 장려와 지원으로 북한에 개척해 놓은 임가공이나 판매 네트워크가 중국인 직원들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 대북 사업가는 자신이 북한 사람과의 접촉이 금지되고 교역을 할 수 없게 되자 밑에서 일하던 중국인 직원들이 북한인들과 거래한 것을 뒤늦게 알고는 분노와 서글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북-중 교역이 얼마나 활발한지는 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단둥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16일 오전 8시 반 5개 팀으로 나눠진 100명 이상의 중국인이 단둥 해관 마당을 가득 메웠다. 신의주 관광을 독점하는 ‘단동중국국제여행사(CITS)’의 위쓰원(于思雯) 씨는 “요즘은 비수기이고 성수기에는 하루 8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단둥에서 신의주로 가는 1박 2일 관광도 시작됐다. 신의주 인접 동림군의 동림폭포에 조성된 위락단지에서 하루를 숙박하는 일정이다. 위 씨는 “중국인은 하루 일정에 890위안, 1박 2일은 1380위안으로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있지만 손님이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인과 일본인만 이 관광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
단둥에서는 16∼20일 3차 ‘중조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가 열린다. 도로 곳곳에 행사 안내 깃발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북한 업체는 100개가 넘는다.
단둥 남측 신도시에는 북-중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마무리 공사 중이다. 소식통들은 31일 개통 기념식을 하고 차량 통행은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인들은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양측 교류가 새로운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교민은 “천안함 폭침에 사과하지 않는 북한에 대해 아무런 조건 없이 넘어가선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5·24조치 장기화로 중국인만 이득을 보고 남북은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가 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단둥=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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