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믿는 아베의 도박… “소비세 인상 연기” 소식에 日주가 상승

등록 2014.11.19.
[日 12월 14일 총선]

“명분 없는 선거” 거센 역풍 속 무기력 야당에 여론은 더 싸늘

잇단 失政에도 아베 승리 점쳐

‘소비세 인상 연기’ 카드 꺼냈지만 엔화 약세로 중소기업 도산 급증

아베노믹스도 심판대에 올라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8일 중의원 해산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역풍은 만만치 않다. 야당인 다함께당의 아사오 게이이치로(淺尾慶一郞) 대표는 “600억 엔의 세금을 들여 선거를 하기보다 경제대책부터 세워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도쿄(東京) 시민들은 NHK와의 거리 인터뷰에서 “지금 왜 선거를 치르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아베 총리가 여러 반발을 무릅쓰고 중의원 해산을 강행한 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지금이 최선의 타이밍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 장기 독주 체제 굳히기 전략

아베 총리는 2006∼2007년 1차 정권 때 측근들로 구성된 ‘도모다치(友達·친구) 내각’ 각료들이 정치자금 추문과 실언으로 줄줄이 사퇴하면서 1년 만에 정권을 내놓았다. 더이상 국정을 운영해 나갈 ‘구심력’을 잃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성 간판 각료로 발탁한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경제산업상과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법무상이 지난달 정치자금 문제로 잇따라 사임했다. 야당의 포위망이 좁혀 들어오자 해산 카드라는 선수를 던져 국면 반전에 나선 것이다.



특히 교착 상태에 빠진 아베노믹스는 아베 총리에게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4월 소비세 증세 여파에도 7월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8월 들어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는 기대 밖이었다. 소비세 증세로 경기 불씨가 꺼져 가는 데 대한 아베 총리의 위기감은 심각했다. 다행히 소비세 재인상 연기는 납세자들이 반기는 카드로 보인다. 이를 쟁점으로 앞세우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다.

아베 총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소비세 증세로 경기가 꺾이면 국민 생활에 큰 부담이 된다. 세율을 올려도 세수가 떨어지면 본전도 못 찾는다”며 소비세 재인상 연기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난달 총리 관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294석인 자민당이 의석을 잃어 봐야 10석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나온 점도 아베 총리의 결심을 굳히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에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안보 법제 정비 및 원전 재가동 추진 과정에서 지지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총선 승리로 장기 집권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아베노믹스 위태해도 압승 유력

당초 ‘소비세 재인상 연기’를 쟁점으로 앞세우려던 아베 총리의 선거 전략은 17일 예상을 크게 밑도는 경제성장률이 나오면서 무너졌다. 선거 초점은 급격히 ‘아베노믹스 성패’로 모아졌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으로 아베노믹스 방어에 나섰다. “정권 출범 뒤 고용이 100만 명 이상 늘었고 임금도 올봄 평균 2% 이상 올랐다. 경기 선순환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또 “임금이 오르고 고용률이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소비세 재인상으로) 디플레이션 탈피 찬스를 놓치면 안 된다. 이번에 놓치면 다시 어두운 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은 아베노믹스의 온기가 수출 대기업과 자산 소득가에만 돌아가고 서민 경제는 한층 어려워졌다고 비판한다. 인건비가 싼 중국 등에서 제품을 가공해 들여오는 영세 중소기업의 도산도 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소비세 재인상 연기에 따라 구멍 나는 사회보장 재원을 어떻게 메워야 하느냐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아베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엔화 약세로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과 지방을 위한 경제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2조 엔(약 18조8400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도 편성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담당상은 19일 정치권과 경제계 노조 대표가 만나는 ‘정노사회의’를 열고 기업의 임금 인상을 압박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연립여당 과반의석 확보를 진퇴의 기준으로 앞세웠지만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의 이달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자민당은 41%인 데 비해 제1야당인 민주당은 7%, 유신당은 1%에 그쳤다. 아사히신문은 특히 “민주당은 2012년 세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뒤 정권을 내놓아 아베 정권에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야당 간 이념 격차가 커 ‘공조’도 쉽지 않다. 다함께당은 집행부가 민주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원들이 반발해 당 해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구별로 승자독식 체제인 소선거구제도 자민당이 낮은 득표율로 승리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교착 상태인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외교 역시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중일 정상회담이 실현된 데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이은 3국 정상회담의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압승해 정치적 구심력을 회복하면 그의 군사대국화 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내년에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 관련 법제를 통과시킨 뒤 9월 임기 3년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해 장기집권 체제를 마련한 뒤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 ::

의원내각제인 일본 국회는 참의원(상원)과 중의원(하원)으로 구성돼 있다. 총원 242명인 참의원은 임기가 6년이다. 3년마다 절반인 121명을 새로 뽑는다. 조기 해산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선출되면 6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중의원 총원은 현재 480명이지만 다음 달 치러질 선거부터 475명으로 줄어든다. 선거구 간 유권자 수 차이를 줄이기 위해 5개 선거구가 없어졌다. 임기는 4년이지만 큰 의미가 없다. 총리가 언제든지 해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의원은 해산과 동시에 신분을 잃는다.

중의원은 예산과 법안 심사에서 참의원보다 더 큰 권한을 갖는다. 예산의 경우 중의원과 참의원이 서로 다른 의결을 해도 중의원 결정을 따르게 된다. 법안 심사 때도 중의원은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참의원 결정을 바꿀 수 있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日 12월 14일 총선]

“명분 없는 선거” 거센 역풍 속 무기력 야당에 여론은 더 싸늘

잇단 失政에도 아베 승리 점쳐

‘소비세 인상 연기’ 카드 꺼냈지만 엔화 약세로 중소기업 도산 급증

아베노믹스도 심판대에 올라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8일 중의원 해산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역풍은 만만치 않다. 야당인 다함께당의 아사오 게이이치로(淺尾慶一郞) 대표는 “600억 엔의 세금을 들여 선거를 하기보다 경제대책부터 세워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도쿄(東京) 시민들은 NHK와의 거리 인터뷰에서 “지금 왜 선거를 치르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아베 총리가 여러 반발을 무릅쓰고 중의원 해산을 강행한 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지금이 최선의 타이밍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 장기 독주 체제 굳히기 전략

아베 총리는 2006∼2007년 1차 정권 때 측근들로 구성된 ‘도모다치(友達·친구) 내각’ 각료들이 정치자금 추문과 실언으로 줄줄이 사퇴하면서 1년 만에 정권을 내놓았다. 더이상 국정을 운영해 나갈 ‘구심력’을 잃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성 간판 각료로 발탁한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경제산업상과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법무상이 지난달 정치자금 문제로 잇따라 사임했다. 야당의 포위망이 좁혀 들어오자 해산 카드라는 선수를 던져 국면 반전에 나선 것이다.



특히 교착 상태에 빠진 아베노믹스는 아베 총리에게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4월 소비세 증세 여파에도 7월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8월 들어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는 기대 밖이었다. 소비세 증세로 경기 불씨가 꺼져 가는 데 대한 아베 총리의 위기감은 심각했다. 다행히 소비세 재인상 연기는 납세자들이 반기는 카드로 보인다. 이를 쟁점으로 앞세우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다.

아베 총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소비세 증세로 경기가 꺾이면 국민 생활에 큰 부담이 된다. 세율을 올려도 세수가 떨어지면 본전도 못 찾는다”며 소비세 재인상 연기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난달 총리 관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294석인 자민당이 의석을 잃어 봐야 10석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나온 점도 아베 총리의 결심을 굳히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에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안보 법제 정비 및 원전 재가동 추진 과정에서 지지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총선 승리로 장기 집권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아베노믹스 위태해도 압승 유력

당초 ‘소비세 재인상 연기’를 쟁점으로 앞세우려던 아베 총리의 선거 전략은 17일 예상을 크게 밑도는 경제성장률이 나오면서 무너졌다. 선거 초점은 급격히 ‘아베노믹스 성패’로 모아졌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으로 아베노믹스 방어에 나섰다. “정권 출범 뒤 고용이 100만 명 이상 늘었고 임금도 올봄 평균 2% 이상 올랐다. 경기 선순환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또 “임금이 오르고 고용률이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소비세 재인상으로) 디플레이션 탈피 찬스를 놓치면 안 된다. 이번에 놓치면 다시 어두운 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은 아베노믹스의 온기가 수출 대기업과 자산 소득가에만 돌아가고 서민 경제는 한층 어려워졌다고 비판한다. 인건비가 싼 중국 등에서 제품을 가공해 들여오는 영세 중소기업의 도산도 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소비세 재인상 연기에 따라 구멍 나는 사회보장 재원을 어떻게 메워야 하느냐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아베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엔화 약세로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과 지방을 위한 경제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2조 엔(약 18조8400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도 편성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담당상은 19일 정치권과 경제계 노조 대표가 만나는 ‘정노사회의’를 열고 기업의 임금 인상을 압박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연립여당 과반의석 확보를 진퇴의 기준으로 앞세웠지만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의 이달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자민당은 41%인 데 비해 제1야당인 민주당은 7%, 유신당은 1%에 그쳤다. 아사히신문은 특히 “민주당은 2012년 세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뒤 정권을 내놓아 아베 정권에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야당 간 이념 격차가 커 ‘공조’도 쉽지 않다. 다함께당은 집행부가 민주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원들이 반발해 당 해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구별로 승자독식 체제인 소선거구제도 자민당이 낮은 득표율로 승리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교착 상태인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외교 역시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중일 정상회담이 실현된 데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이은 3국 정상회담의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압승해 정치적 구심력을 회복하면 그의 군사대국화 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내년에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 관련 법제를 통과시킨 뒤 9월 임기 3년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해 장기집권 체제를 마련한 뒤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 ::

의원내각제인 일본 국회는 참의원(상원)과 중의원(하원)으로 구성돼 있다. 총원 242명인 참의원은 임기가 6년이다. 3년마다 절반인 121명을 새로 뽑는다. 조기 해산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선출되면 6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중의원 총원은 현재 480명이지만 다음 달 치러질 선거부터 475명으로 줄어든다. 선거구 간 유권자 수 차이를 줄이기 위해 5개 선거구가 없어졌다. 임기는 4년이지만 큰 의미가 없다. 총리가 언제든지 해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의원은 해산과 동시에 신분을 잃는다.

중의원은 예산과 법안 심사에서 참의원보다 더 큰 권한을 갖는다. 예산의 경우 중의원과 참의원이 서로 다른 의결을 해도 중의원 결정을 따르게 된다. 법안 심사 때도 중의원은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참의원 결정을 바꿀 수 있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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