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화보]최저임금이 되레 발목… 경비원 해고 ‘칼바람’

등록 2014.11.26.
2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 지난달 입주민 폭언에 시달리던 경비원 이모 씨(53)가 분신한 곳이다.

동료의 죽음으로 상실감에 빠져 있던 A아파트 경비원 78명에게 19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들이 소속된 경비용역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측으로부터 올해 12월 31일자로 전원 해고를 예고한 통보를 받은 것. 기자가 이 아파트를 찾은 25일 경비원들은 삼삼오오 경비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경비원 B 씨는 “그날(분신 사건) 이후부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직장을 잃는다는 생각을 하면 초소에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보복성 해고’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A아파트 경비원이었던 이 씨는 10월 7일 한 입주민의 폭언을 견디지 못해 분신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이달 7일 숨졌다. 이후 경비원 노조 측은 경비업체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으나 결렬됐다. 고용주와 대립하고 있던 상황에서 해고 예고 통보가 내려지자 경비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경비원 C 씨는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현재의 90%에서 100%가 적용돼 고용주 측이 ‘해고 칼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 상황인데 보복성 해고까지 겹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비용역업체는 “해고에 대해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 매년 재계약 때문에 진행하는 통상적인 절차”라고만 해명했다.

문제는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가 비단 이 아파트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비원들에게 ‘해고 한파’가 우려되는 것은 내년부터 경비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10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 당시 40만 명에 이르던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서 ‘70% 유예 적용’을 선택했다.

문제는 4년이 지난 이후부터였다. 유예기간이 끝나가던 2011년 겨울 전국 각지에서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경비원 임금을 최저임금의 90%로 맞춰 다시 3년 유예했다. 그러다 내년에 경비원 전원이 최저임금 100%에 맞춘 월급을 받게 됐다. 올해 최저임금의 90%인 시급 4689원에서 내년 5580원으로 올라가면 관리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더기 해고가 우려된다.

서울 영등포구 E아파트 경비원 김모 씨(61)는 “최저임금을 100% 지급한다는 것은 그만큼 인력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걱정했다. 서울 동작구 B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이모 씨(60)는 “임금 삭감을 위해 경비원의 ‘쉬는 시간’을 늘리는 경비업체나 관리사무소의 관행이 계속되면 내년에도 월급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경비원 해고를 막기 위해 2017년까지 경비원 1인당 매달 고용지원금 6만 원을 주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고용부가 확보한 내년 예산은 23억 원밖에 되지 않아 지원 대상이 3000여 명에 불과하다. 전국 25만 명의 경비원 가운데 해고 가능성이 높은 만 60세 이상 근로자는 약 5만 명에 이른다. 고용부는 경비 근로자들의 부당한 고용조정 및 근로조건 침해를 막기 위해 내년 1분기(1∼3월)에 경비·시설관리업체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최혜령 기자

2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 지난달 입주민 폭언에 시달리던 경비원 이모 씨(53)가 분신한 곳이다.

동료의 죽음으로 상실감에 빠져 있던 A아파트 경비원 78명에게 19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들이 소속된 경비용역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측으로부터 올해 12월 31일자로 전원 해고를 예고한 통보를 받은 것. 기자가 이 아파트를 찾은 25일 경비원들은 삼삼오오 경비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경비원 B 씨는 “그날(분신 사건) 이후부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직장을 잃는다는 생각을 하면 초소에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보복성 해고’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A아파트 경비원이었던 이 씨는 10월 7일 한 입주민의 폭언을 견디지 못해 분신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이달 7일 숨졌다. 이후 경비원 노조 측은 경비업체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으나 결렬됐다. 고용주와 대립하고 있던 상황에서 해고 예고 통보가 내려지자 경비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경비원 C 씨는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현재의 90%에서 100%가 적용돼 고용주 측이 ‘해고 칼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 상황인데 보복성 해고까지 겹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비용역업체는 “해고에 대해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 매년 재계약 때문에 진행하는 통상적인 절차”라고만 해명했다.

문제는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가 비단 이 아파트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비원들에게 ‘해고 한파’가 우려되는 것은 내년부터 경비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10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 당시 40만 명에 이르던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서 ‘70% 유예 적용’을 선택했다.

문제는 4년이 지난 이후부터였다. 유예기간이 끝나가던 2011년 겨울 전국 각지에서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경비원 임금을 최저임금의 90%로 맞춰 다시 3년 유예했다. 그러다 내년에 경비원 전원이 최저임금 100%에 맞춘 월급을 받게 됐다. 올해 최저임금의 90%인 시급 4689원에서 내년 5580원으로 올라가면 관리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더기 해고가 우려된다.

서울 영등포구 E아파트 경비원 김모 씨(61)는 “최저임금을 100% 지급한다는 것은 그만큼 인력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걱정했다. 서울 동작구 B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이모 씨(60)는 “임금 삭감을 위해 경비원의 ‘쉬는 시간’을 늘리는 경비업체나 관리사무소의 관행이 계속되면 내년에도 월급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경비원 해고를 막기 위해 2017년까지 경비원 1인당 매달 고용지원금 6만 원을 주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고용부가 확보한 내년 예산은 23억 원밖에 되지 않아 지원 대상이 3000여 명에 불과하다. 전국 25만 명의 경비원 가운데 해고 가능성이 높은 만 60세 이상 근로자는 약 5만 명에 이른다. 고용부는 경비 근로자들의 부당한 고용조정 및 근로조건 침해를 막기 위해 내년 1분기(1∼3월)에 경비·시설관리업체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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