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종차별 항의 2만5000명 행진…‘킹 목사처럼’

등록 2014.12.15.
워싱턴서 차별철폐 입법 촉구

“정의 없이는 평화 없다” 구호… 뉴욕-보스턴 등 전역서 시위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이게 지금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1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버뉴에서는 백인 경찰의 총에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고향인 미주리 주 퍼거슨 시 등 미 전역에서 몰려온 2만5000여 명의 시위대가 이 같은 구호가 적힌 피켓들을 들고 백악관을 향해 소리쳤다. “(경찰과 정치인들은) 누구를 위해 봉직하느냐”는 구호도 자주 등장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1963년 8월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로 유명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직업과 자유를 위한 행진’을 연상케 하는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국민 행진’ 시위가 열렸다. ‘모든 이를 위한 정의’라는 부제가 달린 이날 시위는 잇달아 백인 경관 불기소 처분을 내린 대배심을 규탄하고 연방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시민 보호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8월 퍼거슨 사태 발생 뒤 워싱턴에서 열린 시위로는 가장 규모가 컸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전국행동네트워크(NAN)의 앨 샤프턴 목사는 “우리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차별을 철폐할 입법 행위를 원한다. 지역 경찰이 연루된 사건은 연방검사가 다루도록 규정하는 법을 의회가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는 브라운의 유족과 뉴욕 경찰에게 목이 졸려 숨진 에릭 가너의 유족도 참석했다. 브라운의 어머니 레슬리 맥스페든은 “경찰은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에서도 2만5000여 명의 시위대가 이날 맨해튼 워싱턴스퀘어를 출발해 로어 맨해튼의 뉴욕경찰청 본부까지 행진하면서 경찰의 과잉대응에 항의했다. 보스턴 볼티모어 등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과 뉴욕에서는 경찰에 연행된 시위 참가자가 없었으나 보스턴에서는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20여 명이 연행됐다.



한편 잦은 총기 사건에도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를 찬성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성인 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3∼7일 실시한 총기 소유·규제 조사에서 ‘총기 소유권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는 응답이 52%로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46%)보다 많았다. ‘총기 소유가 신변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7%인 반면에 ‘총기 소유가 개인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답변은 38%였다.

퓨리서치는 “1993년부터 해 온 총기 여론조사에서 총기 소지 옹호론이 절반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워싱턴서 차별철폐 입법 촉구

“정의 없이는 평화 없다” 구호… 뉴욕-보스턴 등 전역서 시위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이게 지금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1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버뉴에서는 백인 경찰의 총에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고향인 미주리 주 퍼거슨 시 등 미 전역에서 몰려온 2만5000여 명의 시위대가 이 같은 구호가 적힌 피켓들을 들고 백악관을 향해 소리쳤다. “(경찰과 정치인들은) 누구를 위해 봉직하느냐”는 구호도 자주 등장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1963년 8월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로 유명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직업과 자유를 위한 행진’을 연상케 하는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국민 행진’ 시위가 열렸다. ‘모든 이를 위한 정의’라는 부제가 달린 이날 시위는 잇달아 백인 경관 불기소 처분을 내린 대배심을 규탄하고 연방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시민 보호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8월 퍼거슨 사태 발생 뒤 워싱턴에서 열린 시위로는 가장 규모가 컸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전국행동네트워크(NAN)의 앨 샤프턴 목사는 “우리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차별을 철폐할 입법 행위를 원한다. 지역 경찰이 연루된 사건은 연방검사가 다루도록 규정하는 법을 의회가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는 브라운의 유족과 뉴욕 경찰에게 목이 졸려 숨진 에릭 가너의 유족도 참석했다. 브라운의 어머니 레슬리 맥스페든은 “경찰은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에서도 2만5000여 명의 시위대가 이날 맨해튼 워싱턴스퀘어를 출발해 로어 맨해튼의 뉴욕경찰청 본부까지 행진하면서 경찰의 과잉대응에 항의했다. 보스턴 볼티모어 등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과 뉴욕에서는 경찰에 연행된 시위 참가자가 없었으나 보스턴에서는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20여 명이 연행됐다.



한편 잦은 총기 사건에도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를 찬성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성인 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3∼7일 실시한 총기 소유·규제 조사에서 ‘총기 소유권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는 응답이 52%로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46%)보다 많았다. ‘총기 소유가 신변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7%인 반면에 ‘총기 소유가 개인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답변은 38%였다.

퓨리서치는 “1993년부터 해 온 총기 여론조사에서 총기 소지 옹호론이 절반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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