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탄절 앞두고 작심 비판…“성직자, 권력에 눈멀어 영적 치매”
등록 2014.12.24.“사제 본분 잃고 15가지 질병 앓아”… 2015년 대대적 교황청 개혁 신호탄
“우리는 영적 치매와 실존적 정신분열, 신비주의, 은둔주의 등 중병과 마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2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클레먼타인홀에서 바티칸에서 일하는 추기경 주교 등 고위 성직자와의 연례모임에서 연설을 시작하자 ‘성탄 덕담’을 기대했던 참석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교황이 작심한 듯 쿠리아(교황청) 관료주의가 앓고 있는 15가지 질병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혹독한 쓴소리를 던졌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곪아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에도 대대적인 교황청 개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들렸다.
교황은 먼저 “자기비판과 혁신이 없는 교황청은 병든 육체”라며 “쿠리아는 자기가 영원히 살 거라 믿는 어리석은 부자와 같다”고 경고했다. 이어 “성직자 일부는 정신적, 영적 동맥경화에 걸렸으며 그 과정에서 내적 평온과 생기와 용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또 바티칸에 만연한 ‘가십 테러’와 ‘파벌주의’에 대해 “뒤에서 남을 헐뜯는 것은 조직의 화합을 해치고 구성원을 노예로 만드는 일”이라며 “사탄이나 하는 짓”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교황은 “구원의 역사와 신을 영접한 개인의 역사, 첫사랑의 경험 등을 잊어가고 있다”며 이를 “영적 치매나 건망증”이라고 이름 붙였다. 바티칸 관리들의 위선적인 이중생활과 권력에 대한 탐욕은 “실존적인 정신분열증”이라고 했다. 바티칸의 엄숙주의를 상징하는 듯한 어두운 얼굴 표정을 가리켜 “장례식에서나 보일 듯할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언젠가 사제들은 비행기와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추락할 때만 뉴스거리가 된다는 점에서다. 푸른 창공을 훨훨 나는 사람도 많지만 추락하는 한 명의 사제가 교회 전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했다.
BBC는 “교황이 로마로 집중된 교황청의 권력 일부를 전 세계 가톨릭 주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황이 연설을 마치자 참석자들의 어색한 박수소리만 들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레이먼드 플린 전 교황청 주재 미국대사는 “교황청 내부의 병폐를 인정하는 교황의 솔직함이 젊은 신도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며 “때론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도발적이어야 할 필요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교황의 연설에 대해 마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고위임원에게 그가 잘못한 일을 지적하는 목록을 보인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성탄절 앞두고 작심 비판
“사제 본분 잃고 15가지 질병 앓아”… 2015년 대대적 교황청 개혁 신호탄
“우리는 영적 치매와 실존적 정신분열, 신비주의, 은둔주의 등 중병과 마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2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클레먼타인홀에서 바티칸에서 일하는 추기경 주교 등 고위 성직자와의 연례모임에서 연설을 시작하자 ‘성탄 덕담’을 기대했던 참석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교황이 작심한 듯 쿠리아(교황청) 관료주의가 앓고 있는 15가지 질병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혹독한 쓴소리를 던졌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곪아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에도 대대적인 교황청 개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들렸다.
교황은 먼저 “자기비판과 혁신이 없는 교황청은 병든 육체”라며 “쿠리아는 자기가 영원히 살 거라 믿는 어리석은 부자와 같다”고 경고했다. 이어 “성직자 일부는 정신적, 영적 동맥경화에 걸렸으며 그 과정에서 내적 평온과 생기와 용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또 바티칸에 만연한 ‘가십 테러’와 ‘파벌주의’에 대해 “뒤에서 남을 헐뜯는 것은 조직의 화합을 해치고 구성원을 노예로 만드는 일”이라며 “사탄이나 하는 짓”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교황은 “구원의 역사와 신을 영접한 개인의 역사, 첫사랑의 경험 등을 잊어가고 있다”며 이를 “영적 치매나 건망증”이라고 이름 붙였다. 바티칸 관리들의 위선적인 이중생활과 권력에 대한 탐욕은 “실존적인 정신분열증”이라고 했다. 바티칸의 엄숙주의를 상징하는 듯한 어두운 얼굴 표정을 가리켜 “장례식에서나 보일 듯할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언젠가 사제들은 비행기와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추락할 때만 뉴스거리가 된다는 점에서다. 푸른 창공을 훨훨 나는 사람도 많지만 추락하는 한 명의 사제가 교회 전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했다.
BBC는 “교황이 로마로 집중된 교황청의 권력 일부를 전 세계 가톨릭 주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황이 연설을 마치자 참석자들의 어색한 박수소리만 들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레이먼드 플린 전 교황청 주재 미국대사는 “교황청 내부의 병폐를 인정하는 교황의 솔직함이 젊은 신도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며 “때론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도발적이어야 할 필요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교황의 연설에 대해 마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고위임원에게 그가 잘못한 일을 지적하는 목록을 보인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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