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 美요세미티 ‘엘캐피탠’ 맨손등반 첫 성공
등록 2015.01.16.전기톱에 손가락 잃고도 한계 극복… ‘알카에다 인질’ 트라우마도 이겨내
손가락 9개라는 몸의 장애와 알카에다 인질로까지 붙잡혔던 트라우마를 이기고, 온갖 등산 장비를 갖추고도 오르기 어렵다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대한 수직 암벽 ‘엘캐피탠’을 맨손으로 오른 미국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36). 그는 동료 등반가 케빈 조기슨(30)과 함께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엘캐피탠 동남쪽 ‘돈월’을 맨손으로 오르기 시작해 19일 만인 14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정상에 올랐다고 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요세미티 공원 엘캐피탠은 해발 2308m의 높이로 등반 코스들이 보통 900m가 넘는다. 화강암이나 표면이 석회석처럼 물러 미끄럽고 낮에는 뜨거운 햇빛 때문에 손에 땀이 나 자칫 추락하기 십상인 코스다. 콜드웰은 “엘캐피탠은 춥고 바람이 불며 매우 건조해서 등반하기에 매우 열악한 조건을 가진 곳”이라고 평가했다. 낮에 쉬고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바위를 붙잡고 기어오를 때도 많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물자수송팀과 영상팀의 도움을 받아 공중에 매달린 텐트에서 수면과 식사 등 생존에 필요한 일을 모두 해결하면서 914m 구간을 올랐다. 첫날에는 전체 32피치(전체 등반로 중 한 구간) 중 14피치까지 도달했다. 15피치가 고비였다. 콜드웰은 쉽게 15피치를 올랐지만 조기슨은 일주일 동안 열한 차례나 떨어지며 더 나아가지 못했다. 조기슨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바위를 잡았다가 손가락 끝에 심한 상처를 입어 이틀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며 “9일에야 간신히 15번째 피치를 통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 도전했다가 3분의 1 지점에서 악천후로 포기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2011년에는 조기슨이 등반 도중 떨어져 발목 골절상을 당하기도 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역경을 이기고 성공한 콜드웰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세 살부터 교사이자 등산 가이드였던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랐다. 열네 살 때는 스위스 마터호른과 프랑스 몽블랑도 등반했다. 2001년 집에서 전기톱을 사용하다 왼손 검지를 잃었는데도 등반을 쉬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이 잘렸을 때 “봉합 수술을 하게 되면 등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사 말에 붙였던 손가락을 다시 떼어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아내 베카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에게 손가락 한 개가 없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 낸 기회였다. 그는 도전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콜드웰은 또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인질로 붙잡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온 경험까지 있다. 2000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암벽 등반을 하던 중 동료 3명과 함께 알카에다와 연계된 극단 이슬람 조직에 몇 주 동안 인질로 붙잡혔다가 감시병을 죽이고 탈출한 것. 하지만 이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감과 인질 사건의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다가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14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콜드웰이 엘캐피탠의 정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몇 분 뒤 조기슨의 모습도 보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포옹하며 감격을 나눴다. 먼저 정상에 올라와 있던 수많은 동료와 가족은 환호성을 질렀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美요세미티 ‘엘캐피탠’ 맨손등반 첫 성공… 장비없이 19일만에 914m 암벽 올라
전기톱에 손가락 잃고도 한계 극복… ‘알카에다 인질’ 트라우마도 이겨내
손가락 9개라는 몸의 장애와 알카에다 인질로까지 붙잡혔던 트라우마를 이기고, 온갖 등산 장비를 갖추고도 오르기 어렵다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대한 수직 암벽 ‘엘캐피탠’을 맨손으로 오른 미국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36). 그는 동료 등반가 케빈 조기슨(30)과 함께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엘캐피탠 동남쪽 ‘돈월’을 맨손으로 오르기 시작해 19일 만인 14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정상에 올랐다고 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요세미티 공원 엘캐피탠은 해발 2308m의 높이로 등반 코스들이 보통 900m가 넘는다. 화강암이나 표면이 석회석처럼 물러 미끄럽고 낮에는 뜨거운 햇빛 때문에 손에 땀이 나 자칫 추락하기 십상인 코스다. 콜드웰은 “엘캐피탠은 춥고 바람이 불며 매우 건조해서 등반하기에 매우 열악한 조건을 가진 곳”이라고 평가했다. 낮에 쉬고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바위를 붙잡고 기어오를 때도 많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물자수송팀과 영상팀의 도움을 받아 공중에 매달린 텐트에서 수면과 식사 등 생존에 필요한 일을 모두 해결하면서 914m 구간을 올랐다. 첫날에는 전체 32피치(전체 등반로 중 한 구간) 중 14피치까지 도달했다. 15피치가 고비였다. 콜드웰은 쉽게 15피치를 올랐지만 조기슨은 일주일 동안 열한 차례나 떨어지며 더 나아가지 못했다. 조기슨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바위를 잡았다가 손가락 끝에 심한 상처를 입어 이틀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며 “9일에야 간신히 15번째 피치를 통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 도전했다가 3분의 1 지점에서 악천후로 포기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2011년에는 조기슨이 등반 도중 떨어져 발목 골절상을 당하기도 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역경을 이기고 성공한 콜드웰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세 살부터 교사이자 등산 가이드였던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랐다. 열네 살 때는 스위스 마터호른과 프랑스 몽블랑도 등반했다. 2001년 집에서 전기톱을 사용하다 왼손 검지를 잃었는데도 등반을 쉬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이 잘렸을 때 “봉합 수술을 하게 되면 등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사 말에 붙였던 손가락을 다시 떼어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아내 베카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에게 손가락 한 개가 없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 낸 기회였다. 그는 도전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콜드웰은 또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인질로 붙잡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온 경험까지 있다. 2000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암벽 등반을 하던 중 동료 3명과 함께 알카에다와 연계된 극단 이슬람 조직에 몇 주 동안 인질로 붙잡혔다가 감시병을 죽이고 탈출한 것. 하지만 이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감과 인질 사건의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다가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14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콜드웰이 엘캐피탠의 정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몇 분 뒤 조기슨의 모습도 보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포옹하며 감격을 나눴다. 먼저 정상에 올라와 있던 수많은 동료와 가족은 환호성을 질렀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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