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헬기추락 나흘째… 선박 40척-항공기 12대 동원 수색 중

등록 2015.03.16.
예비신랑… 1남6녀 막내… 29년 베테랑

15일 오후 3시경 전남 목포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내 벤치. 중년 남성 3명이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들은 13일 신안군 가거도에 착륙하려다 해상에 추락한 해경 헬기(B-511)의 기장 최승호 경위(52)의 가족들이었다. 최 경위의 형은 “동생은 대의를 위해 헬기를 조종했다. 수색이 성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헬기 승무원들이 어린 응급환자를 이송하려다 사고를 당한 만큼 작은 희망의 끈이라도 놓지 않겠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실종된 최 경위는 헬기 운항 시간이 3583시간에 이르는 베테랑. 그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1986년부터 해군 헬기를 조종하며 영해를 지켰다. 2006년 소령으로 예편한 뒤에는 해경으로 소속을 바꿔 헬기를 운항하는 등 28년 10개월간 ‘우리 바다 지킴이’로 활동했다. 1남 1녀를 둔 가장인 최 경위는 지난달 16일 서해해경본부 항공단으로 발령받아 한 달 가까이 섬 지역 응급환자 이송, 구조 업무를 묵묵히 수행했다.

실종된 부기장 백동흠 경위(46)도 1992년부터 해군에서, 지난해 2월부터 해경에서 헬기 조종간을 잡았다. 해군 근무 당시 3함대에서 근무해 서해 하늘길과 섬 지형에 익숙했다. 실종된 응급구조사 장용훈 순경(29)은 1남 6녀 가운데 막내이자 독자다. 그는 광주보건대를 졸업하고 응급구조사인 아내와 결혼해 지난해 아들을 얻은 새내기 가장이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참사 때도 잠수사들의 응급 의료지원에 참여했다. 생명을 구하는 응급구조사 일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숨진 채 발견된 정비사 박근수 경장(29)은 한국폴리텍대 항공캠퍼스를 졸업했다.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어머니를 모셔왔다. 5월 결혼식을 올리려던 예비신랑이었다. 박 경장은 최근 주위에 “야간 운항이 무섭다. 근무지를 옮기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 경장의 유족들은 이날 오후 8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실종된 동료를 모두 찾을 때까지 장례를 미루겠다. 반드시 찾아달라”며 깊은 연대감을 보여줬다.

한편 해경과 해군은 이날도 함정, 어업지도선, 민간어선 등 선박 40여 척과 항공기 12대를 투입해 헬기와 실종자 3명에 대한 수색을 해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를 3개로 압축했다. 해군 등은 16일 무인탐사선 등을 투입해 헬기 동체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사고를 목격한 가거도 주민 임세국 씨(45)는 “헬기 착륙 시도 당시 방파제에서 해경 직원 등과 함께 손전등으로 수신호를 하고 1t 트럭 2대가 헤드라이트를 켜 유도를 했다”며 “방파제 안쪽에서는 조기잡이 어선이 작업등 수십 개를 켜고 주위를 밝혔다”고 말했다. 해경은 사고 헬기가 짙은 해무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추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정확한 추락 원인은 헬기 블랙박스를 분석해야 확인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안=이형주 peneye09@donga.com ·정승호 기자

예비신랑… 1남6녀 막내… 29년 베테랑

15일 오후 3시경 전남 목포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내 벤치. 중년 남성 3명이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들은 13일 신안군 가거도에 착륙하려다 해상에 추락한 해경 헬기(B-511)의 기장 최승호 경위(52)의 가족들이었다. 최 경위의 형은 “동생은 대의를 위해 헬기를 조종했다. 수색이 성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헬기 승무원들이 어린 응급환자를 이송하려다 사고를 당한 만큼 작은 희망의 끈이라도 놓지 않겠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실종된 최 경위는 헬기 운항 시간이 3583시간에 이르는 베테랑. 그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1986년부터 해군 헬기를 조종하며 영해를 지켰다. 2006년 소령으로 예편한 뒤에는 해경으로 소속을 바꿔 헬기를 운항하는 등 28년 10개월간 ‘우리 바다 지킴이’로 활동했다. 1남 1녀를 둔 가장인 최 경위는 지난달 16일 서해해경본부 항공단으로 발령받아 한 달 가까이 섬 지역 응급환자 이송, 구조 업무를 묵묵히 수행했다.

실종된 부기장 백동흠 경위(46)도 1992년부터 해군에서, 지난해 2월부터 해경에서 헬기 조종간을 잡았다. 해군 근무 당시 3함대에서 근무해 서해 하늘길과 섬 지형에 익숙했다. 실종된 응급구조사 장용훈 순경(29)은 1남 6녀 가운데 막내이자 독자다. 그는 광주보건대를 졸업하고 응급구조사인 아내와 결혼해 지난해 아들을 얻은 새내기 가장이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참사 때도 잠수사들의 응급 의료지원에 참여했다. 생명을 구하는 응급구조사 일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숨진 채 발견된 정비사 박근수 경장(29)은 한국폴리텍대 항공캠퍼스를 졸업했다.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어머니를 모셔왔다. 5월 결혼식을 올리려던 예비신랑이었다. 박 경장은 최근 주위에 “야간 운항이 무섭다. 근무지를 옮기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 경장의 유족들은 이날 오후 8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실종된 동료를 모두 찾을 때까지 장례를 미루겠다. 반드시 찾아달라”며 깊은 연대감을 보여줬다.

한편 해경과 해군은 이날도 함정, 어업지도선, 민간어선 등 선박 40여 척과 항공기 12대를 투입해 헬기와 실종자 3명에 대한 수색을 해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를 3개로 압축했다. 해군 등은 16일 무인탐사선 등을 투입해 헬기 동체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사고를 목격한 가거도 주민 임세국 씨(45)는 “헬기 착륙 시도 당시 방파제에서 해경 직원 등과 함께 손전등으로 수신호를 하고 1t 트럭 2대가 헤드라이트를 켜 유도를 했다”며 “방파제 안쪽에서는 조기잡이 어선이 작업등 수십 개를 켜고 주위를 밝혔다”고 말했다. 해경은 사고 헬기가 짙은 해무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추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정확한 추락 원인은 헬기 블랙박스를 분석해야 확인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안=이형주 peneye09@donga.com ·정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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