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박물관 테러, 최소 21명 사망

등록 2015.03.20.
박물관 테러 최소 21명 사망… 일본인 3명 포함 외국인 17명 피살

범인 2명 사살… 용의자 9명 검거

총리 “경제타격-체제혼란 노린듯”

튀니지 ‘아랍의 봄’ 진원지서 IS대원 최대 공급국가로 전락

18일 일어난 튀니지 박물관 테러는 이슬람 무장단체가 이 나라 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고 북아프리카에서 테러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저질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유일하게 민주주의 체제로 안착했다. 테러단체가 이런 나라를 혼란에 빠뜨려 세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튀니지 당국은 올 1월 ‘이슬람국가(IS)’가 벌인 리비아 호텔 테러 이후 자국이 타깃이 된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튀니지 시민 수천 명은 이날 늦은 밤까지 수도 튀니스 중앙광장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테러를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당국은 현장에서 범인 2명을 사살하고 관련 용의자 9명을 이튿날 체포했다. 하비브 에시드 튀니지 총리는 현지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범인 2명의 이름은 야신 라비디와 하템 카츠나위로 확인됐다. 이 중 라비디는 정보 당국에 알려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외국인 17명을 포함해 최소 20명에 이른다. ‘중동의 루브르’로 불리는 바르도 박물관이 이곳의 대표 관광지라 외국인의 희생이 컸다. 희생자의 국적은 일본 3명, 이탈리아 3명, 스페인 2명, 콜롬비아 2명 등이다. 부상자도 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테러범들은 튀니스 도심의 국회의사당을 노렸다. 18일 낮 12시 30분경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은 의사당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비에게 저지당하자 바로 옆에 있는 바르도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들은 버스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을 살해한 뒤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IS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리아 이집트 등 이웃 나라들이 내전과 독재 회귀 등으로 진통을 겪은 반면에 튀니지는 차근히 민주주의 국가의 면모를 갖춰갔다. 2010년 재스민혁명을 통해 북아프리카-중동 민주화의 물꼬를 튼 뒤 이듬해 30년간 장기 집권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을 몰아냈고, 지난해에는 첫 대통령을 선출했다.

하지만 튀니지도 무장단체의 그늘을 피해 가진 못했다. 정부 과도기에 난립한 무장단체들은 경제난에 내몰린 청년들 틈을 파고들었다. 민주화 체제에 반발하는 반정부 세력도 적극 이용했다. 그 결과 튀니지는 IS 대원의 최대 공급국으로 전락했다. IS에 가담한 튀니지인은 약 3000명, 전사자는 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은 “튀니지 당국이 그간 IS에 가담한 자국민들의 테러를 우려해 왔다”며 “이번 테러도 IS 세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테러가 튀니지 당국의 수배를 받다가 리비아에서 사살된 IS 고위 지도자 아흐메드 루이시의 죽음에 대한 보복전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테러 감시단체인 시테는 19일 “테러가 일어나기 전 지하디스트가 트위터에 ‘IS가 오고 있다’며 충성 맹세 글을 올렸다. 이번 테러는 IS의 튀니지 데뷔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시드 튀니지 총리는 18일 “이번 공격의 목적은 관광객들에게 공포를 심어 튀니지 경제에 타격을 주고 민주주의 성과를 퇴색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튀니지는 관광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한다.

각국은 이번 테러를 강력히 규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민주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튀니지 정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인권이사회는 19일 “IS가 어린이를 포함한 야지디족을 대량 학살하는 인종 학살 의혹도 있다”며 “이들을 전쟁범죄 재판에 넘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박물관 테러 최소 21명 사망… 일본인 3명 포함 외국인 17명 피살

범인 2명 사살… 용의자 9명 검거

총리 “경제타격-체제혼란 노린듯”

튀니지 ‘아랍의 봄’ 진원지서 IS대원 최대 공급국가로 전락

18일 일어난 튀니지 박물관 테러는 이슬람 무장단체가 이 나라 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고 북아프리카에서 테러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저질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유일하게 민주주의 체제로 안착했다. 테러단체가 이런 나라를 혼란에 빠뜨려 세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튀니지 당국은 올 1월 ‘이슬람국가(IS)’가 벌인 리비아 호텔 테러 이후 자국이 타깃이 된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튀니지 시민 수천 명은 이날 늦은 밤까지 수도 튀니스 중앙광장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테러를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당국은 현장에서 범인 2명을 사살하고 관련 용의자 9명을 이튿날 체포했다. 하비브 에시드 튀니지 총리는 현지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범인 2명의 이름은 야신 라비디와 하템 카츠나위로 확인됐다. 이 중 라비디는 정보 당국에 알려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외국인 17명을 포함해 최소 20명에 이른다. ‘중동의 루브르’로 불리는 바르도 박물관이 이곳의 대표 관광지라 외국인의 희생이 컸다. 희생자의 국적은 일본 3명, 이탈리아 3명, 스페인 2명, 콜롬비아 2명 등이다. 부상자도 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테러범들은 튀니스 도심의 국회의사당을 노렸다. 18일 낮 12시 30분경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은 의사당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비에게 저지당하자 바로 옆에 있는 바르도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들은 버스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을 살해한 뒤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IS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리아 이집트 등 이웃 나라들이 내전과 독재 회귀 등으로 진통을 겪은 반면에 튀니지는 차근히 민주주의 국가의 면모를 갖춰갔다. 2010년 재스민혁명을 통해 북아프리카-중동 민주화의 물꼬를 튼 뒤 이듬해 30년간 장기 집권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을 몰아냈고, 지난해에는 첫 대통령을 선출했다.

하지만 튀니지도 무장단체의 그늘을 피해 가진 못했다. 정부 과도기에 난립한 무장단체들은 경제난에 내몰린 청년들 틈을 파고들었다. 민주화 체제에 반발하는 반정부 세력도 적극 이용했다. 그 결과 튀니지는 IS 대원의 최대 공급국으로 전락했다. IS에 가담한 튀니지인은 약 3000명, 전사자는 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은 “튀니지 당국이 그간 IS에 가담한 자국민들의 테러를 우려해 왔다”며 “이번 테러도 IS 세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테러가 튀니지 당국의 수배를 받다가 리비아에서 사살된 IS 고위 지도자 아흐메드 루이시의 죽음에 대한 보복전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테러 감시단체인 시테는 19일 “테러가 일어나기 전 지하디스트가 트위터에 ‘IS가 오고 있다’며 충성 맹세 글을 올렸다. 이번 테러는 IS의 튀니지 데뷔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시드 튀니지 총리는 18일 “이번 공격의 목적은 관광객들에게 공포를 심어 튀니지 경제에 타격을 주고 민주주의 성과를 퇴색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튀니지는 관광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한다.

각국은 이번 테러를 강력히 규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민주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튀니지 정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인권이사회는 19일 “IS가 어린이를 포함한 야지디족을 대량 학살하는 인종 학살 의혹도 있다”며 “이들을 전쟁범죄 재판에 넘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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