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中-러 ‘新밀월 행진’…러 붉은광장에 중국군 구령소리
등록 2015.05.08.러 고속철 건설-中 천연가스 수입 등… 시진핑-푸틴, 양국 협력 40여건 서명
러는 서방의 경제제재 균열 노려
러시아의 심장으로 불리는 크렘린 옆 붉은 광장에 7일 소총을 든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 112명이 구령에 맞춰 행진했다. 9일 열리는 러시아 승전 기념 70주년 퍼레이드 예행연습이었다.
러시아 승전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에 중국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러시아 중국 간 전략적 동맹 관계를 드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예행연습에서는 전투기 140대가 모스크바 근교에서 붉은 광장 위로 날아와 광장 200m 상공에서 곡예비행을 했다. 미그-29 전투기 15대는 숫자 ‘70’ 모양의 대형을 갖추고 크렘린 상공을 지나갔으며 수호이-25기들은 러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흰색 파란색 붉은색 연기를 뿜어냈다. 9일 열리는 본행사에서는 목표물 10개를 동시에 타격하는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야르스(RS-24), 미군 전차보다 빠른 아르마타(T-14) 탱크 등도 선보인다.
중국군이 이날 오성홍기를 든 지휘관을 따라 붉은 광장의 구석구석을 누비자 광장 옆 ‘굼’ 백화점에 있던 모스크바 시민들은 놀란 표정으로 지켜봤다. 한 시민은 “중국군의 행진은 붉은 광장과 인접한 모스크바 차이나타운에 대해 갖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현재 차이나타운은 1916년 당시 전시 노동자로 동원됐던 중국인 50만 명이 집단으로 기거하던 곳이다. 이들은 모스크바 강에 운하를 건설한 뒤 가난한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눌러 살다가 강제 송환당하는 설움을 맛봤다.
하지만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은 러시아와 관계에서 갑(甲)의 위치로 올라갔다.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약 3000억 루블(약 6393억 원)을 러시아에 풀겠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한다. 모스크바와 러시아 중부도시 카잔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에 투자하는 돈이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러시아와의 비즈니스를 크게 확대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시장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고 성능 좋은 러시아제 무기도 구입한다. 현지 언론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는 협력 문건이 40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격상된 중-러 동맹을 배경으로 러시아는 미국 중심의 서방 동맹에 균열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과거 전쟁의 이미지를 현재 서방과의 대치 국면을 설명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세계 정복을 원했다는 공통점을 앞세워 과거의 나치와 비교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옛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승전에 대한 해석을 바꿔 왔다. 2차 대전 동부 전선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스탈린 통치 시절에는 “당 지도력에 의한 승리”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페레스트로이카를 이끌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 시절에는 “당 지도력이 아닌 소련 인민의 집단 노력에 의한 승리 쟁취였다”고 선전해 왔다. 당시 소련 TV는 ‘전시(戰時) 인민의 노력은 소비에트 지도자들의 억압과 무능력에 의해 방해받았다’는 이론을 전파해 왔다.
요즘은 이 같은 해석도 새로 바뀌었다고 모스크바타임스가 보도했다. 알렉세이 마카르킨 모스크바 정치연구소 부소장은 “대다수 러시아인은 ‘우리만이 주요한 승리자들이고 연합군 동맹들은 2순위다. 나치로부터 세계를 구한 것은 러시아인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는 한편 전승 기념일 행사에 동참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미국 말을 그만 들으라”라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이런 말이 통해서인지 유럽연합(EU) 집행부 일부는 “크림 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물어 러시아를 계속해서 제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흘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27개국 정상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참석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군사 퍼레이드가 끝난 10일 모스크바에 도착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승전 70주년 퍼레이드… 中 첫 참가
러 고속철 건설-中 천연가스 수입 등… 시진핑-푸틴, 양국 협력 40여건 서명
러는 서방의 경제제재 균열 노려
러시아의 심장으로 불리는 크렘린 옆 붉은 광장에 7일 소총을 든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 112명이 구령에 맞춰 행진했다. 9일 열리는 러시아 승전 기념 70주년 퍼레이드 예행연습이었다.
러시아 승전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에 중국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러시아 중국 간 전략적 동맹 관계를 드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예행연습에서는 전투기 140대가 모스크바 근교에서 붉은 광장 위로 날아와 광장 200m 상공에서 곡예비행을 했다. 미그-29 전투기 15대는 숫자 ‘70’ 모양의 대형을 갖추고 크렘린 상공을 지나갔으며 수호이-25기들은 러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흰색 파란색 붉은색 연기를 뿜어냈다. 9일 열리는 본행사에서는 목표물 10개를 동시에 타격하는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야르스(RS-24), 미군 전차보다 빠른 아르마타(T-14) 탱크 등도 선보인다.
중국군이 이날 오성홍기를 든 지휘관을 따라 붉은 광장의 구석구석을 누비자 광장 옆 ‘굼’ 백화점에 있던 모스크바 시민들은 놀란 표정으로 지켜봤다. 한 시민은 “중국군의 행진은 붉은 광장과 인접한 모스크바 차이나타운에 대해 갖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현재 차이나타운은 1916년 당시 전시 노동자로 동원됐던 중국인 50만 명이 집단으로 기거하던 곳이다. 이들은 모스크바 강에 운하를 건설한 뒤 가난한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눌러 살다가 강제 송환당하는 설움을 맛봤다.
하지만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은 러시아와 관계에서 갑(甲)의 위치로 올라갔다.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약 3000억 루블(약 6393억 원)을 러시아에 풀겠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한다. 모스크바와 러시아 중부도시 카잔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에 투자하는 돈이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러시아와의 비즈니스를 크게 확대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시장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고 성능 좋은 러시아제 무기도 구입한다. 현지 언론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는 협력 문건이 40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격상된 중-러 동맹을 배경으로 러시아는 미국 중심의 서방 동맹에 균열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과거 전쟁의 이미지를 현재 서방과의 대치 국면을 설명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세계 정복을 원했다는 공통점을 앞세워 과거의 나치와 비교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옛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승전에 대한 해석을 바꿔 왔다. 2차 대전 동부 전선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스탈린 통치 시절에는 “당 지도력에 의한 승리”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페레스트로이카를 이끌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 시절에는 “당 지도력이 아닌 소련 인민의 집단 노력에 의한 승리 쟁취였다”고 선전해 왔다. 당시 소련 TV는 ‘전시(戰時) 인민의 노력은 소비에트 지도자들의 억압과 무능력에 의해 방해받았다’는 이론을 전파해 왔다.
요즘은 이 같은 해석도 새로 바뀌었다고 모스크바타임스가 보도했다. 알렉세이 마카르킨 모스크바 정치연구소 부소장은 “대다수 러시아인은 ‘우리만이 주요한 승리자들이고 연합군 동맹들은 2순위다. 나치로부터 세계를 구한 것은 러시아인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는 한편 전승 기념일 행사에 동참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미국 말을 그만 들으라”라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이런 말이 통해서인지 유럽연합(EU) 집행부 일부는 “크림 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물어 러시아를 계속해서 제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흘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27개국 정상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참석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군사 퍼레이드가 끝난 10일 모스크바에 도착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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