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버스’ 급커브 지점서 과속 정황

등록 2015.07.03.
2일 오후 3시(현지 시간)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시 량수이(凉水) 촌의 버스 추락사고 현장. 지안 시에서 산길과 압록강을 왼쪽으로 끼고 왕복 2차로를 따라 남쪽으로 1시간가량 50km 남짓 택시를 타고 달려가자 사고가 난 다리가 나타났다.

도로에서 90도 이상 각도로 꺾이는 곳에 다리가 놓여 있어 한눈에 봐도 위험 구간으로 보였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 왼쪽으로 돌아 다리를 만나면 좁은 2차로 다리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28명이 탑승한 버스는 1일 오후 3시 반경 이 다리를 지나다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하면서 한국인 10명이 숨졌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중국인 운전사도 2일 오전 사망 판정을 받아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1명으로 늘었다. 한국인 부상자 16명은 2일 모두 창춘(長春) 지린대 제1부속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는 지안 시 정부와 공안 관계자 등 30여 명이 나와 있었다. 버스가 난간을 부수고 추락한 와이차(外차) 다리의 오른쪽 난간은 처음 시작되는 부분부터 버스에 긁힌 자국이 선명하고 바닥에도 급히 방향을 틀어 난 바큇자국이 뚜렷했다. 약 1m 높이의 철골이 박힌 콘크리트 난간은 20m 이상 부서져 나가 사고 당시 버스가 상당한 속도로 달리다 부딪친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서진 난간 자리에는 나무를 얽어서 막아 놓았다.

버스가 추락한 약 5m 아래의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 위에서 떨어져 나온 콘크리트 난간이 구겨진 철골과 함께 뒹굴고 콘크리트 조각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강화유리가 종이처럼 구겨져 있거나 가루가 되어 흩어져 있었다. ‘5호차 아펙스 평화관광’이라는 버스 앞에 차량을 표시하는 코팅된 안내판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 다리 위 콘크리트 난간 20m 넘게 형체도 없이 사라져 ▼

CCTV에 찍힌 사고 순간 한국 공무원 탑승 버스의 추락 순간을 포착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중국 관영 신화왕이 2일 공개했다. 화면을 보면 사고 버스는 다리 북단의 왼쪽 난간을 들이받은 뒤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지안=신화 뉴시스

사고 버스는 한국 지방행정연수원 연수단 등 148명이 나눠 탑승한 버스 6대 중 ‘5호차’였다.

사고 후 현장에 달려와 구조 및 응급조치에 참가한 지안 시 량수이병원 의사 리진성(李金生) 씨는 신징(新京)보와의 인터뷰에서 “거꾸로 뒤집힌 차 안에서 한국말로 ‘살려 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지게차를 이용해 뒤집힌 버스와 하천 바닥 사이에 틈을 만들었고 곧이어 의료진이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등 긴급 조치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미 7명이 숨을 거뒀다.

신봉섭 주선양총영사는 “사고 버스는 다리 아래로 뒤집혀 떨어지면서 차량 밑부분의 하중으로 승객들이 앉았던 의자 부분이 모두 찌그러져 없어졌으며 일부 사망자는 얼굴을 알아보기가 어려워 복장과 소지품 등을 뒤져 겨우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1일 오후 3시 반경 사고가 발생한 뒤 보고를 받고 바로 달려와 사고 조사를 벌인 쑤원보(蘇文博·41) 지안 시 교통대대 대대장은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다리 양쪽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사고 동영상을 살펴본 결과 사고 당시 다른 차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원인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버스 운전사의 운전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차가 도로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경우는 과속과 브레이크 고장이 대부분이다. 사고 지점은 굽은 도로와 교량이 이어져 있어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징보는 사고 다리가 세워진 지 약 30년이 됐으나 그동안 유지 보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사고가 발생한 지단(지안∼단둥·丹東) 도로의 지안 구간은 굴곡이 심하고 울퉁불퉁해 교통사고가 빈번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애도의 뜻을 밝히고 협조를 약속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망자들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명하고 희생자들의 가족과 부상자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인 사망자 10명의 빈소는 지안 시 외곽의 장례식장인 ‘지안 빈이관(殯儀館)’에 차려졌다. 칠성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이곳은 건너편 북한 지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2일 오후 가장 먼저 장례식장에 도착한 광주시청 고 김철균 씨의 부인은 빈소에 들어서면서 “우리 남편 없이 어떻게 사나”라며 남편의 관 앞에서 30여 분간 오열하다 실신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 씨 빈소 바로 옆에서는 제주도청 소속 조영필 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두 사람이 공무원 교육 등으로 자주 만나 10년간 친분을 다져 이날 관을 나란히 배치했다. 이날 오후 늦게 빈소에 도착한 유족들도 가족을 잃은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오열했다.

사고가 난 버스에 타지 않았던 나머지 공무원들은 3일 오후 비행기를 이용해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중국 현지에서 피해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18명의 공무원이 남기로 했다.

행정자치부는 2일 정재근 차관과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 등 11명으로 구성된 ‘사고수습팀’을 중국에 급파했다. 사고수습팀은 중국 공안, 피해 공무원 가족들과 함께 부상자 귀국 절차와 시신 인도 방법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과 법의관 등 4명으로 꾸려진 ‘희생자관리단’도 중국으로 파견된다.

지안=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송충현 기자

2일 오후 3시(현지 시간)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시 량수이(凉水) 촌의 버스 추락사고 현장. 지안 시에서 산길과 압록강을 왼쪽으로 끼고 왕복 2차로를 따라 남쪽으로 1시간가량 50km 남짓 택시를 타고 달려가자 사고가 난 다리가 나타났다.

도로에서 90도 이상 각도로 꺾이는 곳에 다리가 놓여 있어 한눈에 봐도 위험 구간으로 보였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 왼쪽으로 돌아 다리를 만나면 좁은 2차로 다리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28명이 탑승한 버스는 1일 오후 3시 반경 이 다리를 지나다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하면서 한국인 10명이 숨졌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중국인 운전사도 2일 오전 사망 판정을 받아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1명으로 늘었다. 한국인 부상자 16명은 2일 모두 창춘(長春) 지린대 제1부속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는 지안 시 정부와 공안 관계자 등 30여 명이 나와 있었다. 버스가 난간을 부수고 추락한 와이차(外차) 다리의 오른쪽 난간은 처음 시작되는 부분부터 버스에 긁힌 자국이 선명하고 바닥에도 급히 방향을 틀어 난 바큇자국이 뚜렷했다. 약 1m 높이의 철골이 박힌 콘크리트 난간은 20m 이상 부서져 나가 사고 당시 버스가 상당한 속도로 달리다 부딪친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서진 난간 자리에는 나무를 얽어서 막아 놓았다.

버스가 추락한 약 5m 아래의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 위에서 떨어져 나온 콘크리트 난간이 구겨진 철골과 함께 뒹굴고 콘크리트 조각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강화유리가 종이처럼 구겨져 있거나 가루가 되어 흩어져 있었다. ‘5호차 아펙스 평화관광’이라는 버스 앞에 차량을 표시하는 코팅된 안내판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 다리 위 콘크리트 난간 20m 넘게 형체도 없이 사라져 ▼

CCTV에 찍힌 사고 순간 한국 공무원 탑승 버스의 추락 순간을 포착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중국 관영 신화왕이 2일 공개했다. 화면을 보면 사고 버스는 다리 북단의 왼쪽 난간을 들이받은 뒤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지안=신화 뉴시스

사고 버스는 한국 지방행정연수원 연수단 등 148명이 나눠 탑승한 버스 6대 중 ‘5호차’였다.

사고 후 현장에 달려와 구조 및 응급조치에 참가한 지안 시 량수이병원 의사 리진성(李金生) 씨는 신징(新京)보와의 인터뷰에서 “거꾸로 뒤집힌 차 안에서 한국말로 ‘살려 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지게차를 이용해 뒤집힌 버스와 하천 바닥 사이에 틈을 만들었고 곧이어 의료진이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등 긴급 조치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미 7명이 숨을 거뒀다.

신봉섭 주선양총영사는 “사고 버스는 다리 아래로 뒤집혀 떨어지면서 차량 밑부분의 하중으로 승객들이 앉았던 의자 부분이 모두 찌그러져 없어졌으며 일부 사망자는 얼굴을 알아보기가 어려워 복장과 소지품 등을 뒤져 겨우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1일 오후 3시 반경 사고가 발생한 뒤 보고를 받고 바로 달려와 사고 조사를 벌인 쑤원보(蘇文博·41) 지안 시 교통대대 대대장은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다리 양쪽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사고 동영상을 살펴본 결과 사고 당시 다른 차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원인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버스 운전사의 운전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차가 도로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경우는 과속과 브레이크 고장이 대부분이다. 사고 지점은 굽은 도로와 교량이 이어져 있어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징보는 사고 다리가 세워진 지 약 30년이 됐으나 그동안 유지 보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사고가 발생한 지단(지안∼단둥·丹東) 도로의 지안 구간은 굴곡이 심하고 울퉁불퉁해 교통사고가 빈번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애도의 뜻을 밝히고 협조를 약속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망자들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명하고 희생자들의 가족과 부상자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인 사망자 10명의 빈소는 지안 시 외곽의 장례식장인 ‘지안 빈이관(殯儀館)’에 차려졌다. 칠성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이곳은 건너편 북한 지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2일 오후 가장 먼저 장례식장에 도착한 광주시청 고 김철균 씨의 부인은 빈소에 들어서면서 “우리 남편 없이 어떻게 사나”라며 남편의 관 앞에서 30여 분간 오열하다 실신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 씨 빈소 바로 옆에서는 제주도청 소속 조영필 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두 사람이 공무원 교육 등으로 자주 만나 10년간 친분을 다져 이날 관을 나란히 배치했다. 이날 오후 늦게 빈소에 도착한 유족들도 가족을 잃은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오열했다.

사고가 난 버스에 타지 않았던 나머지 공무원들은 3일 오후 비행기를 이용해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중국 현지에서 피해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18명의 공무원이 남기로 했다.

행정자치부는 2일 정재근 차관과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 등 11명으로 구성된 ‘사고수습팀’을 중국에 급파했다. 사고수습팀은 중국 공안, 피해 공무원 가족들과 함께 부상자 귀국 절차와 시신 인도 방법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과 법의관 등 4명으로 꾸려진 ‘희생자관리단’도 중국으로 파견된다.

지안=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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