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서울시립미술관, ‘북한 프로젝트’展…‘북한 그대로 보기’

등록 2015.07.22.
서울시립미술관 ‘북한 프로젝트’展



전시 부제는 ‘미완의 광복’. 광복 이후의 역사는 곧 한반도 분단의 역사다. 9월 29일까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광복 70주년 기념전: 북한 프로젝트’는 허리 잘린 한반도의 70년을 북한이라는 화두로 되짚은 전시다.

개막을 앞두고 한 기획담당 직원은 “거부감 느끼는 관객이 많을까 봐 걱정”이라 토로했다. 아니나 다를까. 2012년 평양 아리랑축전을 촬영해 7.55m 너비로 인화한 왕궈펑(중국)의 작품을 본 남성 관객이 “적화통일 됐어? 이거 웬 북한 사진이야?” 역정을 냈다. 닉 댄지거(영국)의 북한 주민 생활상 연작을 본 10대 여학생들은 “야, 북한에도 미용실이 있나 봐” 깔깔대며 지나갔다. 2010년 5·24 대북조치 이후 민간 교류가 중단되면서 북한은 지구 반대편보다 먼 거리감을 주는 시공간이 됐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도 안 되고, 부족해도 안 되고, 단조로워도 안 돼요. 역사 얘기를 하고 싶어요. 조선 정악 같은 느낌? 흐르지 않고 침체된 가운데 전조(轉調)가 시작되죠.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 안에서 치고받는 상황. 이젠 남한과 북한을 독립된 두 나라로 보는 시각도 있잖아요.”

전소정의 영상작품 ‘먼저 온 미래’ 상영부스 앞에 악보와 함께 걸린 두 연주자의 제작과정 대화는 이번 기획전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제시한다. 각양각색 국내외 작가 10명의 신작, 북한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포스터와 우표 등 비주얼 자료, 북한 사회에 관심을 둔 외국 사진작가의 작품과 회화 컬렉터의 소장품. 한 흐름으로 이어내기 어려운 오브제를 헐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유연한 프레임으로 맞붙여 엮었다. 얄팍한 감상과 경직된 적개심을 배제한 덕에 시종 차분하게 흥미롭다.

10분 8초 길이의 ‘먼저 온 미래’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과 남한 피아니스트 엄은경이 대화를 통해 만들어낸 곡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전 작가는 “김 씨가 이야기하는 북한과 내가 상상한 북한의 온도 차가 컸다. 이념적 대립을 예술적 상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뼈대는 평안도 민요 ‘용강기나리’와 남한 동요 ‘엄마야 누나야’. 두 노래에서 찾은 공통 음계의 선율을 재료로 곡 제목처럼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완결된다. 울림이 만만찮다.



전시실 초입에는 강익중의 ‘금수강산’이 쨍쨍 소리를 낸다. 뱅뱅 도는 물줄기 위에 띄운 자그마한 달항아리 70개가 맞부딪는 소리다. 작가는 “달항아리는 위 아래로 나눠 빚지만 불을 뚫고 나오면 하나로 합쳐진다”고 했다.

1998년 탈북한 화가 선무(가명)는 전시실 바닥에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조국통일의 척후병’ 같은 글씨를 음각한 나무판을 깔아놓았다. 밟고 지나가도 된다. 이데올로기 구호를 밟고 넘어가야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포대에 곱게 싸여 잠든 갓난아기의 얼굴 위로 칼을 빼든 채 축전 행사 연습에 여념 없는 여군의 얼굴이 겹쳐진다. 야릇한 혼돈을 가식 없이 직시한 여운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서울시립미술관 ‘북한 프로젝트’展



전시 부제는 ‘미완의 광복’. 광복 이후의 역사는 곧 한반도 분단의 역사다. 9월 29일까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광복 70주년 기념전: 북한 프로젝트’는 허리 잘린 한반도의 70년을 북한이라는 화두로 되짚은 전시다.

개막을 앞두고 한 기획담당 직원은 “거부감 느끼는 관객이 많을까 봐 걱정”이라 토로했다. 아니나 다를까. 2012년 평양 아리랑축전을 촬영해 7.55m 너비로 인화한 왕궈펑(중국)의 작품을 본 남성 관객이 “적화통일 됐어? 이거 웬 북한 사진이야?” 역정을 냈다. 닉 댄지거(영국)의 북한 주민 생활상 연작을 본 10대 여학생들은 “야, 북한에도 미용실이 있나 봐” 깔깔대며 지나갔다. 2010년 5·24 대북조치 이후 민간 교류가 중단되면서 북한은 지구 반대편보다 먼 거리감을 주는 시공간이 됐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도 안 되고, 부족해도 안 되고, 단조로워도 안 돼요. 역사 얘기를 하고 싶어요. 조선 정악 같은 느낌? 흐르지 않고 침체된 가운데 전조(轉調)가 시작되죠.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 안에서 치고받는 상황. 이젠 남한과 북한을 독립된 두 나라로 보는 시각도 있잖아요.”

전소정의 영상작품 ‘먼저 온 미래’ 상영부스 앞에 악보와 함께 걸린 두 연주자의 제작과정 대화는 이번 기획전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제시한다. 각양각색 국내외 작가 10명의 신작, 북한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포스터와 우표 등 비주얼 자료, 북한 사회에 관심을 둔 외국 사진작가의 작품과 회화 컬렉터의 소장품. 한 흐름으로 이어내기 어려운 오브제를 헐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유연한 프레임으로 맞붙여 엮었다. 얄팍한 감상과 경직된 적개심을 배제한 덕에 시종 차분하게 흥미롭다.

10분 8초 길이의 ‘먼저 온 미래’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과 남한 피아니스트 엄은경이 대화를 통해 만들어낸 곡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전 작가는 “김 씨가 이야기하는 북한과 내가 상상한 북한의 온도 차가 컸다. 이념적 대립을 예술적 상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뼈대는 평안도 민요 ‘용강기나리’와 남한 동요 ‘엄마야 누나야’. 두 노래에서 찾은 공통 음계의 선율을 재료로 곡 제목처럼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완결된다. 울림이 만만찮다.



전시실 초입에는 강익중의 ‘금수강산’이 쨍쨍 소리를 낸다. 뱅뱅 도는 물줄기 위에 띄운 자그마한 달항아리 70개가 맞부딪는 소리다. 작가는 “달항아리는 위 아래로 나눠 빚지만 불을 뚫고 나오면 하나로 합쳐진다”고 했다.

1998년 탈북한 화가 선무(가명)는 전시실 바닥에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조국통일의 척후병’ 같은 글씨를 음각한 나무판을 깔아놓았다. 밟고 지나가도 된다. 이데올로기 구호를 밟고 넘어가야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포대에 곱게 싸여 잠든 갓난아기의 얼굴 위로 칼을 빼든 채 축전 행사 연습에 여념 없는 여군의 얼굴이 겹쳐진다. 야릇한 혼돈을 가식 없이 직시한 여운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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