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청년 브라운 사망 1주기…끝나지 않은 ‘퍼거슨 갈등’
등록 2015.08.11.피격 현장서 4분30초 침묵 추도… 시위대, 밤 되면서 경찰과 대치
40∼50발 총성… 흑인 1명 부상
1년 전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 군의 추모 시위가 총격전으로 번졌다. 흑인 피해자와 백인 경찰 간 갈등이 가라앉기도 전에 상처가 또 생긴 셈이다.
CNN에 따르면 9일 퍼거슨 시에서 지난해 숨진 브라운 군의 추모식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다가 오후 11시 15분경 브라운 군이 숨진 도로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존 벨마 세인트루이스카운티 경찰서장은 10일 새벽 “어젯밤 45초간 40∼50발의 총격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시위 도중 총을 쏜 용의자는 18세의 타이런 해리스 주니어로, 브라운 군의 친구로 추정된다. 그가 지난해 미주리 주에서 총기를 훔쳐 놓았다가 이번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9일 오후까지만 해도 추모 시위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오전에는 브라운 군을 추모하기 위해 흑인과 백인,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주부 등 1000여 명이 모였다. 브라운 군이 사망한 시간인 오전 11시 55분이 되자 이들은 4분 30초 동안 묵념을 올렸다.
이들은 ‘손들었으니 쏘지 마’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거나 티셔츠를 입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며 추모 예배가 열린 교회까지 침묵 행진을 했다.
시위에 참가한 브라운 군의 아버지 마이클 브라운 시니어 씨는 “퍼거슨 사태 이후 경찰의 총격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진실은 숨겨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밤이 되자 추모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위대 100여 명은 브라운 군이 사망한 웨스트플로리선트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인도로 퇴거하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이 도로에서 대치하는 동안 몇몇 시위 참가자는 돌과 물병을 경찰에게 집어던지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다. 시위대 중 일부는 거리에 있는 가게의 유리벽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훔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혼란이 계속된 가운데 오후 11시 15분경 정체불명의 총성이 들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급히 주차된 차들 뒤로 몸을 숨겼다. 사복을 입은 경찰 4명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용의자를 쫓던 도중 앞 유리창으로 총알이 날아오자 경찰관들은 차에서 내려 도로 위의 용의자를 향해 총을 쐈다. 현장에 있던 AFP 기자는 “시위대의 남성 1명이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고 전했다. 벨마 서장은 “이 남성이 9mm 구경의 반자동 총으로 먼저 총격을 가했다가 경찰들이 쏜 총에 맞아 10일 새벽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밤샘 대치 끝에 경찰은 10일 새벽 연막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하지만 시위대는 10일 ‘시민 불복종의 날’을 내걸고 다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현장에 있던 안토니오 프렌치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기자는 “슬프고 실망스럽다. 추모식 날, 이 도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럽다”고 NYT에 전했다.
퍼거슨 시에 거주하는 토니 라이스 씨는 “이번에도 총을 맞은 흑인 소년이 살아있길 바랄 뿐”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시민 케빈 노먼 씨는 “이 지경까지 온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美 흑인 청년 브라운 사망 1주기
피격 현장서 4분30초 침묵 추도… 시위대, 밤 되면서 경찰과 대치
40∼50발 총성… 흑인 1명 부상
1년 전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 군의 추모 시위가 총격전으로 번졌다. 흑인 피해자와 백인 경찰 간 갈등이 가라앉기도 전에 상처가 또 생긴 셈이다.
CNN에 따르면 9일 퍼거슨 시에서 지난해 숨진 브라운 군의 추모식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다가 오후 11시 15분경 브라운 군이 숨진 도로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존 벨마 세인트루이스카운티 경찰서장은 10일 새벽 “어젯밤 45초간 40∼50발의 총격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시위 도중 총을 쏜 용의자는 18세의 타이런 해리스 주니어로, 브라운 군의 친구로 추정된다. 그가 지난해 미주리 주에서 총기를 훔쳐 놓았다가 이번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9일 오후까지만 해도 추모 시위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오전에는 브라운 군을 추모하기 위해 흑인과 백인,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주부 등 1000여 명이 모였다. 브라운 군이 사망한 시간인 오전 11시 55분이 되자 이들은 4분 30초 동안 묵념을 올렸다.
이들은 ‘손들었으니 쏘지 마’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거나 티셔츠를 입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며 추모 예배가 열린 교회까지 침묵 행진을 했다.
시위에 참가한 브라운 군의 아버지 마이클 브라운 시니어 씨는 “퍼거슨 사태 이후 경찰의 총격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진실은 숨겨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밤이 되자 추모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위대 100여 명은 브라운 군이 사망한 웨스트플로리선트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인도로 퇴거하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이 도로에서 대치하는 동안 몇몇 시위 참가자는 돌과 물병을 경찰에게 집어던지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다. 시위대 중 일부는 거리에 있는 가게의 유리벽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훔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혼란이 계속된 가운데 오후 11시 15분경 정체불명의 총성이 들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급히 주차된 차들 뒤로 몸을 숨겼다. 사복을 입은 경찰 4명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용의자를 쫓던 도중 앞 유리창으로 총알이 날아오자 경찰관들은 차에서 내려 도로 위의 용의자를 향해 총을 쐈다. 현장에 있던 AFP 기자는 “시위대의 남성 1명이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고 전했다. 벨마 서장은 “이 남성이 9mm 구경의 반자동 총으로 먼저 총격을 가했다가 경찰들이 쏜 총에 맞아 10일 새벽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밤샘 대치 끝에 경찰은 10일 새벽 연막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하지만 시위대는 10일 ‘시민 불복종의 날’을 내걸고 다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현장에 있던 안토니오 프렌치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기자는 “슬프고 실망스럽다. 추모식 날, 이 도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럽다”고 NYT에 전했다.
퍼거슨 시에 거주하는 토니 라이스 씨는 “이번에도 총을 맞은 흑인 소년이 살아있길 바랄 뿐”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시민 케빈 노먼 씨는 “이 지경까지 온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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