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사상최악 자폭테러…“유혈충돌 그만” 평화시위중 쾅

등록 2015.10.12.
터키 사상최악 자폭테러… 128명 사망

수도 앙카라 중앙역 광장서 폭발… “한 남자 가방 내려놓고 줄 당겨”

터키의 공습 비난 IS의 소행 유력… 한국, 앙카라-이스탄불 여행경보

9일 오전 10시 터키 수도 앙카라 중앙역 앞 광장에 조기 총선을 3주 앞두고 터키 정부군과 쿠르드족 반군 ‘쿠르드노동자당(PKK)’ 간의 유혈충돌 종식을 촉구하는 평화시위를 벌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본격적인 시위를 앞두고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손을 잡고 노래하며 구호를 외치는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다. 거의 동시에 가까운 곳에서 또 폭발이 일어났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한 남성이 광장에 가방을 내려놓고 줄을 당기자 폭발이 일어났다”며 “10∼15초 사이에 두 차례 폭발했고 사람들이 쓰러졌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터키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셀라핫틴 데미르타쉬 공동대표는 11일 추모 집회에서 사망자가 128명이며 이 중 120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도 앙카라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사상 최악의 이번 테러로 터키 전역이 슬픔과 충격에 휩싸였다.

테러 배후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희생자들 중 터키 정부에 쿠르드 반군과의 유혈 충돌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던 반정부 성향 단체와 HDP 지지자가 많았다는 점에서 정부와 쿠르드 반군 간의 평화를 원치 않는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는 이날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PKK, 극좌 성향의 ‘혁명민족해방전선’ 등 3대 테러조직을 용의자로 꼽았다.

로이터통신은 터키 보안당국이 이번 테러를 IS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S는 터키가 서방의 IS 공습에 동참한 이후로 터키를 비난해 왔다. CNN은 이번 테러가 7월 터키 남부 수루츠에서 IS 조직원이 친쿠르드계 정당 지지자들에게 자행한 자폭테러와 유사한 IS 자폭테러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1978년 조직된 PKK는 터키 인구의 최대 20%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이 주로 거주하는 동부에 독립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무장항쟁을 벌여 온 단체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너 차압타이 연구원은 “PKK가 터키와 계속해서 싸우기를 희망하는 세력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터키와 PKK 간의 대립이 심화하면 IS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6월 터키 총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창당한 정의개발당(AKP)이 13년 만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11월 1일 조기 총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반정부 언론들은 AKP 정부가 PKK의 유혈충돌을 유발해 PKK에 반대하는 터키 민족주의자들을 부추겨 표를 얻으려 한다고 비난해 왔다. 일각에서는 PKK 가운데 분리 독립을 위해 무장항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일부 강경파가 이날 ‘자작극 테러’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음모론도 나왔다.



터키 정부는 10일 앙카라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사흘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터키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미국 국민은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터키 국민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정부는 11일 폭탄 테러가 발생한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에 1단계 여행경보인 남색경보(여행 유의)를 발령했다. 여행경보 중 남색경보가 1단계로 가장 낮고, 2단계 황색경보(여행 자제), 3단계 적색경보(철수 권고), 4단계 흑색경보(여행 금지) 순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터키 사상최악 자폭테러… 128명 사망

수도 앙카라 중앙역 광장서 폭발… “한 남자 가방 내려놓고 줄 당겨”

터키의 공습 비난 IS의 소행 유력… 한국, 앙카라-이스탄불 여행경보

9일 오전 10시 터키 수도 앙카라 중앙역 앞 광장에 조기 총선을 3주 앞두고 터키 정부군과 쿠르드족 반군 ‘쿠르드노동자당(PKK)’ 간의 유혈충돌 종식을 촉구하는 평화시위를 벌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본격적인 시위를 앞두고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손을 잡고 노래하며 구호를 외치는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다. 거의 동시에 가까운 곳에서 또 폭발이 일어났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한 남성이 광장에 가방을 내려놓고 줄을 당기자 폭발이 일어났다”며 “10∼15초 사이에 두 차례 폭발했고 사람들이 쓰러졌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터키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셀라핫틴 데미르타쉬 공동대표는 11일 추모 집회에서 사망자가 128명이며 이 중 120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도 앙카라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사상 최악의 이번 테러로 터키 전역이 슬픔과 충격에 휩싸였다.

테러 배후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희생자들 중 터키 정부에 쿠르드 반군과의 유혈 충돌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던 반정부 성향 단체와 HDP 지지자가 많았다는 점에서 정부와 쿠르드 반군 간의 평화를 원치 않는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는 이날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PKK, 극좌 성향의 ‘혁명민족해방전선’ 등 3대 테러조직을 용의자로 꼽았다.

로이터통신은 터키 보안당국이 이번 테러를 IS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S는 터키가 서방의 IS 공습에 동참한 이후로 터키를 비난해 왔다. CNN은 이번 테러가 7월 터키 남부 수루츠에서 IS 조직원이 친쿠르드계 정당 지지자들에게 자행한 자폭테러와 유사한 IS 자폭테러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1978년 조직된 PKK는 터키 인구의 최대 20%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이 주로 거주하는 동부에 독립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무장항쟁을 벌여 온 단체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너 차압타이 연구원은 “PKK가 터키와 계속해서 싸우기를 희망하는 세력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터키와 PKK 간의 대립이 심화하면 IS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6월 터키 총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창당한 정의개발당(AKP)이 13년 만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11월 1일 조기 총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반정부 언론들은 AKP 정부가 PKK의 유혈충돌을 유발해 PKK에 반대하는 터키 민족주의자들을 부추겨 표를 얻으려 한다고 비난해 왔다. 일각에서는 PKK 가운데 분리 독립을 위해 무장항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일부 강경파가 이날 ‘자작극 테러’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음모론도 나왔다.



터키 정부는 10일 앙카라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사흘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터키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미국 국민은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터키 국민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정부는 11일 폭탄 테러가 발생한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에 1단계 여행경보인 남색경보(여행 유의)를 발령했다. 여행경보 중 남색경보가 1단계로 가장 낮고, 2단계 황색경보(여행 자제), 3단계 적색경보(철수 권고), 4단계 흑색경보(여행 금지) 순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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