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기동전단…전쟁터 같은 중국어선 단속현장

등록 2015.12.07.
바다에는 4, 5m 높이의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집채만 한’ 파도였다. 3000t급 대형 경비함조차 쉴 새 없이 요동쳤다. 경비함 앞머리를 때리고 부서진 파도는 15m 높이의 4층 조타실을 집어삼켰다. 뭐라도 붙잡지 않으면 제자리에 서있기조차 버거웠다. 배의 기울기를 알려주는 계기판은 2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울기가) 30도를 넘으면 배가 전복될 수도 있습니다.” 33년째 바다를 지켜온 3009함 함장 이재두 경정(54)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2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7시간을 달려 도착한 가거도 북서쪽 90km 해역. 거친 파도 사이로 중국 어선이 하나둘 포착됐다. 짙은 안개가 걷히자 어선 숫자는 200여 척으로 늘어났다. 절반가량의 어선에는 가로 세로 약 1m 크기의 녹색 표지판이 달려 있었다. 정상적인 조업 허가를 받은 어선이다. 표지판이 없는 어선은 모두 불법 조업 중이다.

평소 같으면 곧바로 고속단정(고무보트)을 출동시켜야 하지만 높은 파도 때문에 불가능했다. 할 수 있는 건 경고방송뿐.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비함이 300m 앞까지 접근하자 그제야 어선들은 뱃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부함장인 전정식 경감(38)은 “최근 중국 어선들은 겨울철에 기상이 나쁘면 단속이 어렵다는 걸 알고 더 활개 친다”고 말했다.

허가를 받은 어선 중에도 불법 조업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이날 오전 전남 신안군 홍도 남서쪽 50km 지점을 지나던 1010함 레이더에 150t급 중국 어선 2척이 포착됐다. 경비함이 다가서자 이들은 조업을 멈추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고속단정이 접근하자 중국 선원들은 3∼4m에 이르는 죽창을 휘두르며 격렬히 저항했다. 20여 분의 추격전 끝에 붙잡힌 어선 창고에는 고등어 등 사흘간 포획한 어획물 8350kg이 가득했다. 그러나 조업일지에는 2360kg을 잡은 것으로 적혀 있었다.

겨울철 불법 조업 단속은 그야말로 ‘악전고투’다. 단속반원은 눈보라, 거친 파도와 싸우며 죽창과 쇠꼬챙이 가스통으로 무장한 중국 어선에 대응해야 한다. 함정 경력 3년차인 유창진 순경(32)은 “배 한 척을 나포해 끌고 오는 데 다른 어선 3대가 우리 고속단정을 집단 공격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동안 중국 어선 단속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

효과적인 단속과 안전을 위해선 10여 종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 기자가 직접 방검조끼와 6연발 다목적발사기 등을 착용하자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최루액 분사기까지 더하니 몸에 짊어진 장비 무게만 28kg에 달했다. 갑판 위에서 몸을 가누는 것은 물론이고 빠르게 달리는 고속단정 위에서 어선에 뛰어오르는 것은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 어선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기동전단이 결정적이었다. 1000t급 이상 경비정 4대를 해상에 16km 간격으로 배치해 합동 단속을 펼치자 선단을 이뤄 집단으로 저항하던 중국 어선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기동전단은 출범 1년 만에 중국 어선 168척을 단속했다. 조성철 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 기동전단장은 “과거에는 대규모 특별단속을 벌이면 이 기간만 피해 조업하는 불법 어선 때문에 효과가 떨어졌다”며 “불법 조업 행태가 갈수록 진화하는 만큼 단속 강화를 위한 함정과 인력 보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안=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바다에는 4, 5m 높이의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집채만 한’ 파도였다. 3000t급 대형 경비함조차 쉴 새 없이 요동쳤다. 경비함 앞머리를 때리고 부서진 파도는 15m 높이의 4층 조타실을 집어삼켰다. 뭐라도 붙잡지 않으면 제자리에 서있기조차 버거웠다. 배의 기울기를 알려주는 계기판은 2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울기가) 30도를 넘으면 배가 전복될 수도 있습니다.” 33년째 바다를 지켜온 3009함 함장 이재두 경정(54)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2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7시간을 달려 도착한 가거도 북서쪽 90km 해역. 거친 파도 사이로 중국 어선이 하나둘 포착됐다. 짙은 안개가 걷히자 어선 숫자는 200여 척으로 늘어났다. 절반가량의 어선에는 가로 세로 약 1m 크기의 녹색 표지판이 달려 있었다. 정상적인 조업 허가를 받은 어선이다. 표지판이 없는 어선은 모두 불법 조업 중이다.

평소 같으면 곧바로 고속단정(고무보트)을 출동시켜야 하지만 높은 파도 때문에 불가능했다. 할 수 있는 건 경고방송뿐.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비함이 300m 앞까지 접근하자 그제야 어선들은 뱃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부함장인 전정식 경감(38)은 “최근 중국 어선들은 겨울철에 기상이 나쁘면 단속이 어렵다는 걸 알고 더 활개 친다”고 말했다.

허가를 받은 어선 중에도 불법 조업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이날 오전 전남 신안군 홍도 남서쪽 50km 지점을 지나던 1010함 레이더에 150t급 중국 어선 2척이 포착됐다. 경비함이 다가서자 이들은 조업을 멈추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고속단정이 접근하자 중국 선원들은 3∼4m에 이르는 죽창을 휘두르며 격렬히 저항했다. 20여 분의 추격전 끝에 붙잡힌 어선 창고에는 고등어 등 사흘간 포획한 어획물 8350kg이 가득했다. 그러나 조업일지에는 2360kg을 잡은 것으로 적혀 있었다.

겨울철 불법 조업 단속은 그야말로 ‘악전고투’다. 단속반원은 눈보라, 거친 파도와 싸우며 죽창과 쇠꼬챙이 가스통으로 무장한 중국 어선에 대응해야 한다. 함정 경력 3년차인 유창진 순경(32)은 “배 한 척을 나포해 끌고 오는 데 다른 어선 3대가 우리 고속단정을 집단 공격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동안 중국 어선 단속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

효과적인 단속과 안전을 위해선 10여 종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 기자가 직접 방검조끼와 6연발 다목적발사기 등을 착용하자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최루액 분사기까지 더하니 몸에 짊어진 장비 무게만 28kg에 달했다. 갑판 위에서 몸을 가누는 것은 물론이고 빠르게 달리는 고속단정 위에서 어선에 뛰어오르는 것은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 어선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기동전단이 결정적이었다. 1000t급 이상 경비정 4대를 해상에 16km 간격으로 배치해 합동 단속을 펼치자 선단을 이뤄 집단으로 저항하던 중국 어선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기동전단은 출범 1년 만에 중국 어선 168척을 단속했다. 조성철 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 기동전단장은 “과거에는 대규모 특별단속을 벌이면 이 기간만 피해 조업하는 불법 어선 때문에 효과가 떨어졌다”며 “불법 조업 행태가 갈수록 진화하는 만큼 단속 강화를 위한 함정과 인력 보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안=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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