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난투극으로 얼룩진 트럼프 유세장…美사회 ‘트럼프 분열’
등록 2016.03.14.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장에서 지지자들과 반대 유권자들이 충돌하는 유혈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시작된 대선 레이스 사상 처음으로 유세가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파행이 빚어졌다.
뉴욕타임스는 “히스패닉과 흑인 등에게 비하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갈등이 극단적 폭력에까지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특정 대선 주자의 찬반을 놓고 유권자들이 유혈 사태를 일으킨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폭력 사태는 11일 오후 미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일리노이대 경기장에서 열린 트럼프 유세장에서 벌어졌다. 경기장 안팎에 모인 7000여 명의 유권자는 시작 전부터 주로 백인 노동 계층인 지지자들과 히스패닉, 흑인 등으로 이뤄진 반대파로 나뉘어 날카롭게 대립했다. 반대파들은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는 물러가라”고 외쳤고 지지자들은 “우리는 트럼프와 함께한다”는 구호로 맞섰다.
일부 유권자가 가운뎃손가락을 세우는 욕을 주고받다가 난투극을 벌이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일부는 얼굴에 피를 흘리며 실려 나갔다. 충돌 30여 분 후 트럼프 측은 경호를 맡은 백악관 비밀경호국(SS)과 상의해 “안전상 이유로 유세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아예 연단에 서지도 못했다. ABC방송은 “마치 반(反)정부 집회를 연상케 하는 증오와 갈등의 현장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트럼프를 둘러싼 갈등은 12일에도 이어졌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오하이오 주 데이턴 공항에 자신의 보잉 757기로 도착한 뒤 즉석연설을 했다. 그러자 뒤편에서 30대 백인 남성인 토머스 디마시모가 연단 위로 급습하듯 다가섰다. 화들짝 놀란 트럼프는 연설을 2분간 중단했다. 경호하던 SS 요원들과 지지자들이 연단에 올라 트럼프를 둘러쌌고 경찰이 달려와 이 남성을 연행했다.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디마시모는 평소 트위터에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언행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왔다고 오하이오 현지 방송 WHIO가 보도했다.
이날 오후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의 유세장에서도 반대파들이 “(백인우월단체인) KKK가 지지하는 트럼프는 안 된다”는 구호를 외쳐 20분간 유세가 중단되기도 했다. 경찰은 유세장 밖의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두 차례 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미니 슈퍼 화요일’(15일)을 앞두고 유세를 잇달아 망치자 행사장에 난입한 유권자들을 경찰에 고발하겠다며 흥분했다. 그는 캔자스시티 유세에서 “신상 기록에 ‘빨간 줄(big arrest mark)’이 가도록 해 남은 인생을 망치게 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오하이오에서 자신에게 돌진한 남성에 대해서는 “이슬람국가(IS)와 관련 있으며 감옥에 가야 한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텍사스 주 댈러스의 한 정치모금 행사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대선 주자라면 모욕과 조롱, 사실 조작, 편 가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고,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미국을 분열시키는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면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도 워싱턴(대의원 19명)과 와이오밍 주(26명 중 10명 결정)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에선 루비오와 크루즈가 각각 승리했다. 미국령 괌에서 열린 경선에선 크루즈가 이겼다. CNN은 “유세 파행 사건이 트럼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美 대선레이스 유세 파행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장에서 지지자들과 반대 유권자들이 충돌하는 유혈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시작된 대선 레이스 사상 처음으로 유세가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파행이 빚어졌다.
뉴욕타임스는 “히스패닉과 흑인 등에게 비하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갈등이 극단적 폭력에까지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특정 대선 주자의 찬반을 놓고 유권자들이 유혈 사태를 일으킨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폭력 사태는 11일 오후 미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일리노이대 경기장에서 열린 트럼프 유세장에서 벌어졌다. 경기장 안팎에 모인 7000여 명의 유권자는 시작 전부터 주로 백인 노동 계층인 지지자들과 히스패닉, 흑인 등으로 이뤄진 반대파로 나뉘어 날카롭게 대립했다. 반대파들은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는 물러가라”고 외쳤고 지지자들은 “우리는 트럼프와 함께한다”는 구호로 맞섰다.
일부 유권자가 가운뎃손가락을 세우는 욕을 주고받다가 난투극을 벌이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일부는 얼굴에 피를 흘리며 실려 나갔다. 충돌 30여 분 후 트럼프 측은 경호를 맡은 백악관 비밀경호국(SS)과 상의해 “안전상 이유로 유세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아예 연단에 서지도 못했다. ABC방송은 “마치 반(反)정부 집회를 연상케 하는 증오와 갈등의 현장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트럼프를 둘러싼 갈등은 12일에도 이어졌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오하이오 주 데이턴 공항에 자신의 보잉 757기로 도착한 뒤 즉석연설을 했다. 그러자 뒤편에서 30대 백인 남성인 토머스 디마시모가 연단 위로 급습하듯 다가섰다. 화들짝 놀란 트럼프는 연설을 2분간 중단했다. 경호하던 SS 요원들과 지지자들이 연단에 올라 트럼프를 둘러쌌고 경찰이 달려와 이 남성을 연행했다.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디마시모는 평소 트위터에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언행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왔다고 오하이오 현지 방송 WHIO가 보도했다.
이날 오후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의 유세장에서도 반대파들이 “(백인우월단체인) KKK가 지지하는 트럼프는 안 된다”는 구호를 외쳐 20분간 유세가 중단되기도 했다. 경찰은 유세장 밖의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두 차례 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미니 슈퍼 화요일’(15일)을 앞두고 유세를 잇달아 망치자 행사장에 난입한 유권자들을 경찰에 고발하겠다며 흥분했다. 그는 캔자스시티 유세에서 “신상 기록에 ‘빨간 줄(big arrest mark)’이 가도록 해 남은 인생을 망치게 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오하이오에서 자신에게 돌진한 남성에 대해서는 “이슬람국가(IS)와 관련 있으며 감옥에 가야 한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텍사스 주 댈러스의 한 정치모금 행사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대선 주자라면 모욕과 조롱, 사실 조작, 편 가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고,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미국을 분열시키는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면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도 워싱턴(대의원 19명)과 와이오밍 주(26명 중 10명 결정)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에선 루비오와 크루즈가 각각 승리했다. 미국령 괌에서 열린 경선에선 크루즈가 이겼다. CNN은 “유세 파행 사건이 트럼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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