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트남 ‘反中 공동전선’… 32년만에 무기 베트남 수출 허용

등록 2016.05.24.
美, 32년만에 무기 베트남 수출 허용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禁輸)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베트남은 이에 화답해 13조여 원어치의 미 보잉사 여객기 1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3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금수 조치 해제는 양국의 군사협력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미국은 1984년 베트남 공산당이 반(反)체제 인사들을 탄압한다는 이유로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해제했지만 여전히 첨단 무기의 판매는 금지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영토 확장 욕심을 드러내자 베트남 인권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중국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CNN은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아 금수 조치를 해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7일 남중국해에서 중국 전투기가 미 해군 함정에 근접 비행해 위협할 정도로 영향력 확장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국제사회의 규범과 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과 필리핀 등 주변국들 사이에서 ‘골목대장’처럼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트남은 숙원이었던 금수 조치 해제라는 선물을 준 미국에 상응하는 답례를 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베트남 중부지역의 중심지 겸 전략항구 도시인 다낭과 깜라인 만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베트남이 미군 재주둔을 허용할 방침인 깜라인 만은 미군이 베트남전쟁 당시 전투기와 수송기, 병력 집결지로 활용한 동남아의 군사 요충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쩐다이꽝 국가주석과 호찌민 전 주석(1890∼1969)의 청동 흉상 앞에 나란히 서서 악수를 했다. 미국은 1995년 베트남과 수교한 이후 교류를 확대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0년 빌 클린전 전 대통령,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미국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전 중에 숨진 병사들의 유해를 찾거나 지뢰 제거, 고엽제 피해 지역 복원 같은 아픈 전쟁의 유산들이 남아 있다”면서 이런 문제 해결에 협조하는 베트남 정부에 감사를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업 간 160억 달러(약 18조9520억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베트남의 저가 항공사 비엣젯항공은 미 보잉사로부터 여객기 100대를 113억 달러(약 13조4470억 원)에 구매하기로 했다. 미 엔진 제조회사 프랫앤드휘트니로부터는 항공기 엔진 135개를 30억 달러(약 3조5700억 원)에 사기로 했다.

베트남은 한때 중국의 이념적 동지였지만 이제는 베트남전쟁에서 총구를 겨눴던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수세기 동안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했던 오랜 역사가 있어 베트남인들에겐 반중(反中) 감정이 내재돼 있다. 반면 베트남전쟁은 이미 잊혀진 전쟁이 됐다. 베트남 인구의 절반은 30세 이하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대해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과 맞선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개선 등 변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美, 32년만에 무기 베트남 수출 허용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禁輸)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베트남은 이에 화답해 13조여 원어치의 미 보잉사 여객기 1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3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금수 조치 해제는 양국의 군사협력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미국은 1984년 베트남 공산당이 반(反)체제 인사들을 탄압한다는 이유로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해제했지만 여전히 첨단 무기의 판매는 금지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영토 확장 욕심을 드러내자 베트남 인권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중국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CNN은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아 금수 조치를 해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7일 남중국해에서 중국 전투기가 미 해군 함정에 근접 비행해 위협할 정도로 영향력 확장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국제사회의 규범과 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과 필리핀 등 주변국들 사이에서 ‘골목대장’처럼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트남은 숙원이었던 금수 조치 해제라는 선물을 준 미국에 상응하는 답례를 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베트남 중부지역의 중심지 겸 전략항구 도시인 다낭과 깜라인 만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베트남이 미군 재주둔을 허용할 방침인 깜라인 만은 미군이 베트남전쟁 당시 전투기와 수송기, 병력 집결지로 활용한 동남아의 군사 요충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쩐다이꽝 국가주석과 호찌민 전 주석(1890∼1969)의 청동 흉상 앞에 나란히 서서 악수를 했다. 미국은 1995년 베트남과 수교한 이후 교류를 확대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0년 빌 클린전 전 대통령,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미국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전 중에 숨진 병사들의 유해를 찾거나 지뢰 제거, 고엽제 피해 지역 복원 같은 아픈 전쟁의 유산들이 남아 있다”면서 이런 문제 해결에 협조하는 베트남 정부에 감사를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업 간 160억 달러(약 18조9520억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베트남의 저가 항공사 비엣젯항공은 미 보잉사로부터 여객기 100대를 113억 달러(약 13조4470억 원)에 구매하기로 했다. 미 엔진 제조회사 프랫앤드휘트니로부터는 항공기 엔진 135개를 30억 달러(약 3조5700억 원)에 사기로 했다.

베트남은 한때 중국의 이념적 동지였지만 이제는 베트남전쟁에서 총구를 겨눴던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수세기 동안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했던 오랜 역사가 있어 베트남인들에겐 반중(反中) 감정이 내재돼 있다. 반면 베트남전쟁은 이미 잊혀진 전쟁이 됐다. 베트남 인구의 절반은 30세 이하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대해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과 맞선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개선 등 변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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