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 카시트 미착용… 또, 피서 일가족 비극

등록 2016.08.03.
부산서 3代가 물놀이 가던 차량, 주차 트레일러 들이받아 4명 숨져

세살배기, 차량 밖으로 튕겨나가

경찰, 제동장치 결함여부 조사

“차가 왜 이라노, 아이구 아이구, 이거 왜 이래, 애기 애기 애기, 아이구 어짜꼬, 어짜꼬….”

화목했던 가족의 삶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 정도였다. 2일 낮 12시 31분 부산 남구의 한 도로. 한모 씨(64) 부부는 며칠 전 두 손자를 데리고 친정에 온 딸(33)과 싼타페 차량을 몰고 물놀이를 가던 길이었다. 갑자기 한 씨가 “차가 왜 이러느냐”라며 다급하게 외쳤다. 제동장치에 문제가 생긴 듯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질주했다. 차량은 정지신호까지 무시하고 사거리를 지나쳐 주차 중이던 대형 트레일러 차량의 뒷부분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싼타페에 탔던 한 씨의 딸(33)과 두 손자(3세, 생후 30개월), 부인 박모 씨(60) 등 4명이 숨졌다. 한 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경찰이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싼타페는 트레일러를 세차게 들이받은 뒤 앞뒤로 여러 번 회전하다 멈췄다. 이 과정에서 세 살배기 손자는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간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박 씨와 딸은 두 아이를 안은 채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았다. 한 씨는 경찰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들어서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블랙박스에는 사고 지점 약 300m 전부터 “차가 왜 이럴까. 아이들은 어떡하냐”는 어른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녹음됐다. 경찰은 차량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싼타페 차량이 추돌한 트레일러는 3차로에 불법 주차 중이었다. 운전사는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지점은 부두 근처여서 평소 갓길이나 도로 한쪽에 불법 주차 중인 대형 화물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남구의 한 주민은 “부두가 가까워 낮에는 물론이고 심야에도 화물 차량이 불법 주차를 많이 해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사고가 났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 위 ‘숨겨진 흉기’다. 교통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터미널이나 항만 주변에 불법 주차된 전세 버스나 트레일러로 인한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4일에는 강원 원주시 반계저수지 인근 지방도에서 2차로에 불법 주차된 1t 트럭과 승용차가 충돌해 승용차 운전자가 숨졌다. 지난해 2월에는 부산 충장대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불법 주차된 트레일러와 충돌해 20대 여성 2명이 숨졌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법 주정차 근절을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단속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영국과 일본은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은 곳은 민간 경비업체에 맡겨 꾸준히 단속한다”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박성민 기자

부산서 3代가 물놀이 가던 차량, 주차 트레일러 들이받아 4명 숨져

세살배기, 차량 밖으로 튕겨나가

경찰, 제동장치 결함여부 조사

“차가 왜 이라노, 아이구 아이구, 이거 왜 이래, 애기 애기 애기, 아이구 어짜꼬, 어짜꼬….”

화목했던 가족의 삶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 정도였다. 2일 낮 12시 31분 부산 남구의 한 도로. 한모 씨(64) 부부는 며칠 전 두 손자를 데리고 친정에 온 딸(33)과 싼타페 차량을 몰고 물놀이를 가던 길이었다. 갑자기 한 씨가 “차가 왜 이러느냐”라며 다급하게 외쳤다. 제동장치에 문제가 생긴 듯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질주했다. 차량은 정지신호까지 무시하고 사거리를 지나쳐 주차 중이던 대형 트레일러 차량의 뒷부분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싼타페에 탔던 한 씨의 딸(33)과 두 손자(3세, 생후 30개월), 부인 박모 씨(60) 등 4명이 숨졌다. 한 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경찰이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싼타페는 트레일러를 세차게 들이받은 뒤 앞뒤로 여러 번 회전하다 멈췄다. 이 과정에서 세 살배기 손자는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간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박 씨와 딸은 두 아이를 안은 채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았다. 한 씨는 경찰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들어서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블랙박스에는 사고 지점 약 300m 전부터 “차가 왜 이럴까. 아이들은 어떡하냐”는 어른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녹음됐다. 경찰은 차량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싼타페 차량이 추돌한 트레일러는 3차로에 불법 주차 중이었다. 운전사는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지점은 부두 근처여서 평소 갓길이나 도로 한쪽에 불법 주차 중인 대형 화물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남구의 한 주민은 “부두가 가까워 낮에는 물론이고 심야에도 화물 차량이 불법 주차를 많이 해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사고가 났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 위 ‘숨겨진 흉기’다. 교통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터미널이나 항만 주변에 불법 주차된 전세 버스나 트레일러로 인한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4일에는 강원 원주시 반계저수지 인근 지방도에서 2차로에 불법 주차된 1t 트럭과 승용차가 충돌해 승용차 운전자가 숨졌다. 지난해 2월에는 부산 충장대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불법 주차된 트레일러와 충돌해 20대 여성 2명이 숨졌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법 주정차 근절을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단속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영국과 일본은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은 곳은 민간 경비업체에 맡겨 꾸준히 단속한다”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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