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4위’ 손연재 “난 100점 만점”

등록 2016.08.21.
마지막 연기가 끝났다. 탄성과 환호성을 토해내는 관중을 향해 손 키스를 날리고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요정은 활짝 웃었다. ‘다 끝났다’는 홀가분함과 ‘잘해왔다’는 스스로를 향한 격려였다.

손연재(22·연세대)가 21일(한국시간) 올림픽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4개 세부종목 합계 72.898점으로 4위에 올랐다. ‘러시아 콤비’ 마르가리타 마문(20·합계 76.483점)과 야나 쿠드랍체바(18·합계 75.608점)가 역시 금·은메달을 휩쓸었고, 간나 리자트디노바(23·우크라이나·합계 73.583점)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10명이 겨룬 결선에서 8번째로 연기한 손연재는 후프 18.216점(3위)에 이어 볼 18.266점(4위)을 받았다. 예상대로 마문과 쿠드랍체바는 강했다. 각각 1·3번 연기자로 나서서 후프와 볼에서 19점대를 기록하며 우승권에 진입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을 넘어서는 것은 무리였다. 동메달을 놓고 손연재, 리자트디노바,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2·벨라루스)가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곤봉이 변수였다. 곤봉을 놓치는 치명적 실수를 범해 16.633점에 그친 스타니우타는 5위권으로 밀렸다. 손연재는 곤봉 18.300점(3위)에 이어 리본 18.116점(4위)으로 모든 연기를 마쳤다. 4년 전 런던올림픽을 5위로 마친 손연재는 리우에서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부담이 엄청났다.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었다. 즐겨야 하는데, 결과를 의식하지 않아야 하는데, 리우올림픽은 그럴 수 없었다. 전날 예선을 앞두고 ‘결선에도 못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예선 탈락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만큼 크게 긴장했다.

예선은 5위로 마쳤다. 합계 71.956점(볼 18.266점·후프 17.466점·리본 17. 866점·곤봉 18.358점)이었다. 후프에서 스텝이 꼬였다. “후회 없이, 악착 같이 포기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온다면, 또 그간의 준비를 한껏 펼칠 수 있다면 기뻐서 울컥할 것 같다”는 짤막한 소감을 남겼다.

그렇게 맞이한 새로운 하루. 캐롤리나 로드리게스(30·스페인)에 이어 후프 연기를 위해 무대에 오르기 전, 이상할 정도로 대기시간이 길었다. 6번째로 나선 스타니우타가 자신의 18.125점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점수가 바뀌었다. 18.200점이 됐다. 극도로 초조한 5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매트로 향한 손연재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큰 실수 없이 연기를 마쳤다.

손연재가 모든 연기를 끝내고 대기석으로 향하자 러시아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꼭 끌어안았다. 2010년부터 6년간 러시아에서 전지훈련을 해온 손연재는 그들에게도 남다른 존재였다. “최대한 웃자. 밝게 표현하자”고 마음먹은 손연재는 3위를 확정한 리자트디노바가 우는 모습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나만 노력한 게 아니다. 모두가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다. 함께 고생한, 다 똑같은 선수들이다. 큰 짐을 내려놓았다. 후련하다.”

촉촉이 젖은 눈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온 손연재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어릴 적 일기장에 적은 ‘세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되자’던 그 꿈을 이뤘다. “내 자신을 극복했다. 100점 만점을 주겠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손연재는 극도의 슬럼프에 빠졌다. 운동이 싫었다. 자신이 아닌, 외부의 시선과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운동한다는 생각에 그저 힘들었다. 은퇴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때 손연재의 마음을 돌려준 소중한 이들이 있었다. 옐레나 리표르도바(러시아) 코치와 어머니 윤현숙(48) 씨다.

스스로 말했듯 ‘러시아 사람처럼 살았다’는 6년간 옐레나 코치는 손연재를 혹독하게 조련했다. “정말 보기 싫었다. 너무 미웠다. 서로 ‘이제 그만 보자’고 다툴 때도 많았다. 그런데 세계선수권 32등을 하던 나를 올림픽 4위로 만들어주신 분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윤 씨는 아시안게임 이후 방황하던 딸에게 “아직 못 보여준 게 많지 않느냐. 올림픽까지 잘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설득했다. 손연재는 “홀로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부모님이 지금으로 이끌어주셨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2번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치르며 1막이 흘렀다. 손연재는 아직 다음 진로를 구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할 틈이 없었다. “리우올림픽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선수가 아닌, 인생에서 큰 힘이 될 것 같다. 미래는 생각할 틈이 없었다.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범하게 푹 쉬고 싶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마지막 연기가 끝났다. 탄성과 환호성을 토해내는 관중을 향해 손 키스를 날리고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요정은 활짝 웃었다. ‘다 끝났다’는 홀가분함과 ‘잘해왔다’는 스스로를 향한 격려였다.

손연재(22·연세대)가 21일(한국시간) 올림픽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4개 세부종목 합계 72.898점으로 4위에 올랐다. ‘러시아 콤비’ 마르가리타 마문(20·합계 76.483점)과 야나 쿠드랍체바(18·합계 75.608점)가 역시 금·은메달을 휩쓸었고, 간나 리자트디노바(23·우크라이나·합계 73.583점)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10명이 겨룬 결선에서 8번째로 연기한 손연재는 후프 18.216점(3위)에 이어 볼 18.266점(4위)을 받았다. 예상대로 마문과 쿠드랍체바는 강했다. 각각 1·3번 연기자로 나서서 후프와 볼에서 19점대를 기록하며 우승권에 진입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을 넘어서는 것은 무리였다. 동메달을 놓고 손연재, 리자트디노바,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2·벨라루스)가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곤봉이 변수였다. 곤봉을 놓치는 치명적 실수를 범해 16.633점에 그친 스타니우타는 5위권으로 밀렸다. 손연재는 곤봉 18.300점(3위)에 이어 리본 18.116점(4위)으로 모든 연기를 마쳤다. 4년 전 런던올림픽을 5위로 마친 손연재는 리우에서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부담이 엄청났다.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었다. 즐겨야 하는데, 결과를 의식하지 않아야 하는데, 리우올림픽은 그럴 수 없었다. 전날 예선을 앞두고 ‘결선에도 못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예선 탈락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만큼 크게 긴장했다.

예선은 5위로 마쳤다. 합계 71.956점(볼 18.266점·후프 17.466점·리본 17. 866점·곤봉 18.358점)이었다. 후프에서 스텝이 꼬였다. “후회 없이, 악착 같이 포기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온다면, 또 그간의 준비를 한껏 펼칠 수 있다면 기뻐서 울컥할 것 같다”는 짤막한 소감을 남겼다.

그렇게 맞이한 새로운 하루. 캐롤리나 로드리게스(30·스페인)에 이어 후프 연기를 위해 무대에 오르기 전, 이상할 정도로 대기시간이 길었다. 6번째로 나선 스타니우타가 자신의 18.125점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점수가 바뀌었다. 18.200점이 됐다. 극도로 초조한 5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매트로 향한 손연재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큰 실수 없이 연기를 마쳤다.

손연재가 모든 연기를 끝내고 대기석으로 향하자 러시아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꼭 끌어안았다. 2010년부터 6년간 러시아에서 전지훈련을 해온 손연재는 그들에게도 남다른 존재였다. “최대한 웃자. 밝게 표현하자”고 마음먹은 손연재는 3위를 확정한 리자트디노바가 우는 모습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나만 노력한 게 아니다. 모두가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다. 함께 고생한, 다 똑같은 선수들이다. 큰 짐을 내려놓았다. 후련하다.”

촉촉이 젖은 눈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온 손연재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어릴 적 일기장에 적은 ‘세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되자’던 그 꿈을 이뤘다. “내 자신을 극복했다. 100점 만점을 주겠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손연재는 극도의 슬럼프에 빠졌다. 운동이 싫었다. 자신이 아닌, 외부의 시선과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운동한다는 생각에 그저 힘들었다. 은퇴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때 손연재의 마음을 돌려준 소중한 이들이 있었다. 옐레나 리표르도바(러시아) 코치와 어머니 윤현숙(48) 씨다.

스스로 말했듯 ‘러시아 사람처럼 살았다’는 6년간 옐레나 코치는 손연재를 혹독하게 조련했다. “정말 보기 싫었다. 너무 미웠다. 서로 ‘이제 그만 보자’고 다툴 때도 많았다. 그런데 세계선수권 32등을 하던 나를 올림픽 4위로 만들어주신 분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윤 씨는 아시안게임 이후 방황하던 딸에게 “아직 못 보여준 게 많지 않느냐. 올림픽까지 잘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설득했다. 손연재는 “홀로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부모님이 지금으로 이끌어주셨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2번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치르며 1막이 흘렀다. 손연재는 아직 다음 진로를 구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할 틈이 없었다. “리우올림픽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선수가 아닌, 인생에서 큰 힘이 될 것 같다. 미래는 생각할 틈이 없었다.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범하게 푹 쉬고 싶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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