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시추 작업 시작… ‘3만년의 비밀 푼다’

등록 2016.09.06.
분화구 6곳 20m 깊이로 시추… 화산분출 시기-기후변화 분석

한라산의 신비를 풀기 위해 백록담 분화구의 퇴적층 시추를 준비하는 현장은 거대한 타원형 경기장의 한가운데 같았다. 분화구 내부와 둘레(1.7km)는 1970년대 중반부터 출입이 금지됐다. 10명이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분화구에 들어간 것은 이후 처음이고, 거대한 기계장비 반입은 사상 처음이다.

정상에서 깊이 100m의 분화구 바닥으로 내려가자 풀벌레가 인기척에 놀라 폴짝폴짝 뛰었다. 붉게 핀 엉겅퀴가 군락을 이룬 가운데 바닥은 고산 습지식물인 눈포아풀로 덮여 양탄자를 밟은 듯 푹신했다. 암반이 무너져 내린 모습이 역력한 동릉 정상으로 등산객이 아득하게 보였고, 남서쪽 일대는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구상나무 숲이 펼쳐졌다.

이날 오전 시추장비와 간이숙소로 쓸 조립식 건물 등이 헬기로 분화구에 옮겨졌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과 함께 시추를 통해 한라산의 탄생 비밀을 밝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9년까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지형, 식생, 기후에 대한 기초 학술조사를 하는 것이다. 분화구 바닥에 지름 8cm, 깊이 20m 이내의 구멍 6개를 뚫는 작업은 6∼8일 진행한다.

학술조사팀은 퇴적층에 담긴 낙엽, 꽃가루 등을 분석해 오래전의 한라산 식생을 규명한다. 3만 년 전 기후를 분석해 기후 변화 추이를 추정하고 봄마다 되풀이되는 황사가 시작된 시기, 백록담 담수가 수일 내에 사라지는 미스터리의 원인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또 백록담 주변 암석에 대한 연대 측정을 통해 화산 활동을 정확히 규명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백록담 분화구는 25만 년 전 형성된 것으로 연구됐으나 이보다 훨씬 뒤에 화산이 분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정세호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생물자원연구과장은 “새로운 연대측정 기법 등을 활용해 내년 초까지 한라산 형성 과정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분화구 6곳 20m 깊이로 시추… 화산분출 시기-기후변화 분석

한라산의 신비를 풀기 위해 백록담 분화구의 퇴적층 시추를 준비하는 현장은 거대한 타원형 경기장의 한가운데 같았다. 분화구 내부와 둘레(1.7km)는 1970년대 중반부터 출입이 금지됐다. 10명이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분화구에 들어간 것은 이후 처음이고, 거대한 기계장비 반입은 사상 처음이다.

정상에서 깊이 100m의 분화구 바닥으로 내려가자 풀벌레가 인기척에 놀라 폴짝폴짝 뛰었다. 붉게 핀 엉겅퀴가 군락을 이룬 가운데 바닥은 고산 습지식물인 눈포아풀로 덮여 양탄자를 밟은 듯 푹신했다. 암반이 무너져 내린 모습이 역력한 동릉 정상으로 등산객이 아득하게 보였고, 남서쪽 일대는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구상나무 숲이 펼쳐졌다.

이날 오전 시추장비와 간이숙소로 쓸 조립식 건물 등이 헬기로 분화구에 옮겨졌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과 함께 시추를 통해 한라산의 탄생 비밀을 밝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9년까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지형, 식생, 기후에 대한 기초 학술조사를 하는 것이다. 분화구 바닥에 지름 8cm, 깊이 20m 이내의 구멍 6개를 뚫는 작업은 6∼8일 진행한다.

학술조사팀은 퇴적층에 담긴 낙엽, 꽃가루 등을 분석해 오래전의 한라산 식생을 규명한다. 3만 년 전 기후를 분석해 기후 변화 추이를 추정하고 봄마다 되풀이되는 황사가 시작된 시기, 백록담 담수가 수일 내에 사라지는 미스터리의 원인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또 백록담 주변 암석에 대한 연대 측정을 통해 화산 활동을 정확히 규명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백록담 분화구는 25만 년 전 형성된 것으로 연구됐으나 이보다 훨씬 뒤에 화산이 분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정세호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생물자원연구과장은 “새로운 연대측정 기법 등을 활용해 내년 초까지 한라산 형성 과정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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