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씨가 숨어 지내던 덴마크 북부 올보르 시 외곽의 단독 주택

등록 2017.01.03.
[정유라 덴마크서 체포]정씨 두살배기 아들 등 5명 체포

지난해 8월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도피 행각 중 체포된 정유라 씨(21)는 언제쯤 한국에 올까. 정 씨는 덴마크에서 아들(2)을 돌보는 가사도우미, 승마 훈련을 돕는 마필관리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측근으로 최 씨의 지시에 따라 정 씨의 도피 생활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씨의 신병 인도 시점은 현재 불투명하다. 덴마크 현지의 상황이 유동적인 탓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일단 덴마크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정 씨 측에 자진 귀국을 설득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정 씨가 어린 자녀와 함께 있는 만큼 자진 귀국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사관을 현지에 파견해 정 씨를 조사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정 씨가 자진 귀국을 거부할 것에 대비해 특검은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도 요청한 상태다. 대사관 직원이 정 씨에게 여권 무효 조치 공문을 전하면 정 씨 여권은 즉시 무효가 된다. 하지만 정 씨가 유효 기간이 남은 체류비자를 가지고 있다면 강제 추방을 면할 수 있다. 현지에서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특검은 법무부를 통해 덴마크 정부에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했다. 도주 우려가 있는 범죄인의 구속을 해당 국가에 요청하는 제도다. 덴마크 경찰이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한 피의자를 최장 72시간만 구금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특검이 내린 조치다. 덴마크 경찰은 “덴마크 검찰이 한국의 최종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며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올 때까지 정 씨의 구금 연장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진 정 씨가 신병 인도 거부 소송을 낼 경우 입국이 장기간 늦어질 수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체포영장이 발부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유섬나 씨(51)는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압송을 당하지 않기 위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과 최 씨 측근 등에 따르면 덴마크 올보르 시 크리스티안스민데 지역의 단독주택에서 검거된 정 씨는 가사도우미 고모 씨(66·여)와 마필관리사 이모 씨(27), 그리고 수행원인 또 다른 이모 씨(27) 등과 함께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검거 당시 정 씨가 데리고 있던 아들은 사실혼 관계였다 헤어진 전남편 신주평 씨(22)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 씨는 2015년부터 정 씨와 함께 독일에서 거주하며 최 씨가 없을 경우 보호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씨가 전남편 정윤회 씨와 함께 한국에 살 당시 입주 도우미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또 다른 가사도우미 A 씨는 “최 씨가 정 씨와 손자를 걱정해 고 씨를 독일로 함께 보냈다”고 전했다. 마필관리사 이 씨는 최 씨의 페이퍼컴퍼니인 코레스포츠 직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정 씨의 해외 승마 훈련을 도왔다.

정 씨는 독일과 덴마크를 오가며 도피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올보르는 정 씨가 최 씨와 함께 머물던 독일 헤센 주 슈미텐 지역과 약 940km 떨어진 곳으로 차량으로 10시간 거리다. 공항과 기차역이 가까워 주변 국가로 이동하기 편리한 교통의 요지다. 정 씨는 지난해 8월 출국 직후부터 슈미텐에 머물다가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행방을 감췄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올보르에서, 그 두 달 뒤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 씨는 체포 당시 회색 겨울 파카에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경찰차에 올랐다. 경찰에는 스스로 인터폴 적색수배자라고 밝혔다. 정 씨는 현지 경찰 조사에서 승마 관련 일을 하기 위해 덴마크에 머물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다음 날인 2일 오후 1시(현지 시간) 도착한 집 앞에는 그동안 정 씨 일행이 도피 과정에서 타고 다녔다던 검은색 밴이 세워져 있었다. 차 안에는 어린이 카시트가 장착돼 있었다. 집 옆 작은 창고에는 고양이 5마리가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방 안에서 개 2마리가 심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1층 방 안에는 다른 고양이 2마리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곳곳에 개와 고양이 배설물이 있었다.

이 집에는 승마 관련 물품도 보관돼 있었다. 정 씨가 승마 훈련을 하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올보르 외곽에는 정 씨가 타던 말을 소유한 헬그스트란 승마장이 있다.

정 씨가 머물던 집 쓰레기통에서는 즉석용 밥과 라면, 통조림 햄 등 한국 음식 포장지가 발견됐다. 올보르에는 한국인이 30명 정도 살고 한국 식당도 없다.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정 씨가) 이곳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차량 3대가 있었으나 한 달 정도 뒤에는 2대가 사라졌다. 정 씨와 함께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3명은 다음 날 아침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웃은 밤에 테라스에서 자주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이 집에 사는 남자에게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공부하러 왔다’고 답했다”며 “‘대학에 다니느냐’고 묻자 웃으면서 ‘말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보르=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박훈상·허동준 기자

[정유라 덴마크서 체포]정씨 두살배기 아들 등 5명 체포

지난해 8월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도피 행각 중 체포된 정유라 씨(21)는 언제쯤 한국에 올까. 정 씨는 덴마크에서 아들(2)을 돌보는 가사도우미, 승마 훈련을 돕는 마필관리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측근으로 최 씨의 지시에 따라 정 씨의 도피 생활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씨의 신병 인도 시점은 현재 불투명하다. 덴마크 현지의 상황이 유동적인 탓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일단 덴마크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정 씨 측에 자진 귀국을 설득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정 씨가 어린 자녀와 함께 있는 만큼 자진 귀국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사관을 현지에 파견해 정 씨를 조사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정 씨가 자진 귀국을 거부할 것에 대비해 특검은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도 요청한 상태다. 대사관 직원이 정 씨에게 여권 무효 조치 공문을 전하면 정 씨 여권은 즉시 무효가 된다. 하지만 정 씨가 유효 기간이 남은 체류비자를 가지고 있다면 강제 추방을 면할 수 있다. 현지에서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특검은 법무부를 통해 덴마크 정부에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했다. 도주 우려가 있는 범죄인의 구속을 해당 국가에 요청하는 제도다. 덴마크 경찰이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한 피의자를 최장 72시간만 구금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특검이 내린 조치다. 덴마크 경찰은 “덴마크 검찰이 한국의 최종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며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올 때까지 정 씨의 구금 연장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진 정 씨가 신병 인도 거부 소송을 낼 경우 입국이 장기간 늦어질 수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체포영장이 발부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유섬나 씨(51)는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압송을 당하지 않기 위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과 최 씨 측근 등에 따르면 덴마크 올보르 시 크리스티안스민데 지역의 단독주택에서 검거된 정 씨는 가사도우미 고모 씨(66·여)와 마필관리사 이모 씨(27), 그리고 수행원인 또 다른 이모 씨(27) 등과 함께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검거 당시 정 씨가 데리고 있던 아들은 사실혼 관계였다 헤어진 전남편 신주평 씨(22)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 씨는 2015년부터 정 씨와 함께 독일에서 거주하며 최 씨가 없을 경우 보호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씨가 전남편 정윤회 씨와 함께 한국에 살 당시 입주 도우미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또 다른 가사도우미 A 씨는 “최 씨가 정 씨와 손자를 걱정해 고 씨를 독일로 함께 보냈다”고 전했다. 마필관리사 이 씨는 최 씨의 페이퍼컴퍼니인 코레스포츠 직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정 씨의 해외 승마 훈련을 도왔다.

정 씨는 독일과 덴마크를 오가며 도피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올보르는 정 씨가 최 씨와 함께 머물던 독일 헤센 주 슈미텐 지역과 약 940km 떨어진 곳으로 차량으로 10시간 거리다. 공항과 기차역이 가까워 주변 국가로 이동하기 편리한 교통의 요지다. 정 씨는 지난해 8월 출국 직후부터 슈미텐에 머물다가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행방을 감췄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올보르에서, 그 두 달 뒤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 씨는 체포 당시 회색 겨울 파카에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경찰차에 올랐다. 경찰에는 스스로 인터폴 적색수배자라고 밝혔다. 정 씨는 현지 경찰 조사에서 승마 관련 일을 하기 위해 덴마크에 머물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다음 날인 2일 오후 1시(현지 시간) 도착한 집 앞에는 그동안 정 씨 일행이 도피 과정에서 타고 다녔다던 검은색 밴이 세워져 있었다. 차 안에는 어린이 카시트가 장착돼 있었다. 집 옆 작은 창고에는 고양이 5마리가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방 안에서 개 2마리가 심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1층 방 안에는 다른 고양이 2마리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곳곳에 개와 고양이 배설물이 있었다.

이 집에는 승마 관련 물품도 보관돼 있었다. 정 씨가 승마 훈련을 하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올보르 외곽에는 정 씨가 타던 말을 소유한 헬그스트란 승마장이 있다.

정 씨가 머물던 집 쓰레기통에서는 즉석용 밥과 라면, 통조림 햄 등 한국 음식 포장지가 발견됐다. 올보르에는 한국인이 30명 정도 살고 한국 식당도 없다.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정 씨가) 이곳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차량 3대가 있었으나 한 달 정도 뒤에는 2대가 사라졌다. 정 씨와 함께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3명은 다음 날 아침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웃은 밤에 테라스에서 자주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이 집에 사는 남자에게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공부하러 왔다’고 답했다”며 “‘대학에 다니느냐’고 묻자 웃으면서 ‘말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보르=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박훈상·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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