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에 눈꽃 만발… 한라산은 지금 ‘환상의 겨울왕국’

등록 2017.01.26.
눈부신 겨울왕국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 공주가 마법을 부린 듯 한순간에 푸른 구상나무 잎에 눈꽃이 피면서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눈 내린 뒤 찾은 한라산은 ‘신들의 겨울정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찬바람에 이슬이 얼어붙은 서리꽃(상고대)이 화려했다. 어리목탐방코스로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 밑, 영실계곡 등에서 겨울 한라산을 체험했다.

○ 서리꽃, 눈꽃의 하얀 정원

21일 어리목 출발 지점(해발 970m)을 지나자마자 급격한 오르막이다. 사제비동산(해발 1400m)까지 숨이 턱턱 막혔다. 서어나무와 졸참나무의 앙상한 가지를 하얗게 덮은 상고대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풍광이 그나마 다리의 통증을 잊게 했다. 급경사를 벗어나자 완만한 오르막에 광활한 언덕이 펼쳐졌다. 언덕은 온통 하얀 눈꽃으로 덮였다. 늘푸른나무인 구상나무 군락은 겨울 한라산 풍경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주인공이다. 차디찬 눈발을 온몸으로 받으며 만든 형상은 기묘하고 신비한 느낌을 안겨 줬다. 구상나무는 세계적으로 한라산이 최대 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원뿔형으로 자라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쓰인다.

오르막에서 잠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봤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대한 운해로 뒤덮여 구름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윗세오름대피소(해발 1700m)를 지난 뒤 정면으로 마주한 백록담 분화구는 웅장한 성벽처럼 다가왔다. 잿빛 화구벽은 눈얼음으로 치장했고 구상나무들이 하얀 갑옷을 입고 성문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윗세오름대피소와 영실계곡 사이 ‘선작지왓’(명승 제91호·해발 1600m 일대)은 설원이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다른 지역 산에서 볼 수 없는 고산 평야다.

22일 또다시 어리목탐방코스로 윗세오름대피소를 다녀올 때는 전날과 완전 딴판이었다. 눈보라가 매서웠다. 영하 10도 내외에 순간 최대풍속 20m의 강풍이 몰아쳤다. 체감온도를 영하 20도로 끌어내렸다. 눈썹과 머리카락에 하얀 서리가 생겼고 버프(목도리)로 얼굴을 감싸도 얼굴이 갈라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배낭에 있던 페트병 식수는 살얼음으로 변해 입구가 막혔다.

○ 방한 장비 갖추고 안전 산행 필수



거대한 백록담 분화구, 눈꽃이 일품인 구상나무 군락, 시베리아 벌판처럼 눈보라가 치는 선작지왓 등은 겨울 한라산의 백미로 꼽힌다. 한라산 탐방객이 겨울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한라산 탐방객을 분석한 결과 겨울(12∼2월)이 30만8619명으로 봄 27만2545명, 가을 26만9178명, 여름 21만5581명 등에 비해 훨씬 많았다.

한라산 주요 탐방 코스는 어리목(어리목광장∼남벽 갈림목) 6.8km, 영실(영실휴게소∼남벽 갈림목) 5.8km, 돈내코(돈내코탐방안내소∼남벽 갈림목) 7.0km, 성판악(성판악탐방안내소∼동릉 정상) 9.6km, 관음사(관음사야영장∼동릉 정상) 8.7km 등이다. 성판악 코스는 산정호수, 관음사 코스는 탐라계곡 등을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저마다 독특한 겨울 풍경을 지니고 있다.

겨울철 한라산을 제대로 즐기려면 바람막이와 버프 장갑 아이젠(크램폰) 등의 장비와 비상식량 등을 챙겨야 한다. 김창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겨울 한라산은 날씨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정도로 변덕이 심하다”라며 “방한 장비와 의류 등을 제대로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안전 산행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눈부신 겨울왕국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 공주가 마법을 부린 듯 한순간에 푸른 구상나무 잎에 눈꽃이 피면서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눈 내린 뒤 찾은 한라산은 ‘신들의 겨울정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찬바람에 이슬이 얼어붙은 서리꽃(상고대)이 화려했다. 어리목탐방코스로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 밑, 영실계곡 등에서 겨울 한라산을 체험했다.

○ 서리꽃, 눈꽃의 하얀 정원

21일 어리목 출발 지점(해발 970m)을 지나자마자 급격한 오르막이다. 사제비동산(해발 1400m)까지 숨이 턱턱 막혔다. 서어나무와 졸참나무의 앙상한 가지를 하얗게 덮은 상고대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풍광이 그나마 다리의 통증을 잊게 했다. 급경사를 벗어나자 완만한 오르막에 광활한 언덕이 펼쳐졌다. 언덕은 온통 하얀 눈꽃으로 덮였다. 늘푸른나무인 구상나무 군락은 겨울 한라산 풍경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주인공이다. 차디찬 눈발을 온몸으로 받으며 만든 형상은 기묘하고 신비한 느낌을 안겨 줬다. 구상나무는 세계적으로 한라산이 최대 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원뿔형으로 자라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쓰인다.

오르막에서 잠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봤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대한 운해로 뒤덮여 구름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윗세오름대피소(해발 1700m)를 지난 뒤 정면으로 마주한 백록담 분화구는 웅장한 성벽처럼 다가왔다. 잿빛 화구벽은 눈얼음으로 치장했고 구상나무들이 하얀 갑옷을 입고 성문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윗세오름대피소와 영실계곡 사이 ‘선작지왓’(명승 제91호·해발 1600m 일대)은 설원이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다른 지역 산에서 볼 수 없는 고산 평야다.

22일 또다시 어리목탐방코스로 윗세오름대피소를 다녀올 때는 전날과 완전 딴판이었다. 눈보라가 매서웠다. 영하 10도 내외에 순간 최대풍속 20m의 강풍이 몰아쳤다. 체감온도를 영하 20도로 끌어내렸다. 눈썹과 머리카락에 하얀 서리가 생겼고 버프(목도리)로 얼굴을 감싸도 얼굴이 갈라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배낭에 있던 페트병 식수는 살얼음으로 변해 입구가 막혔다.

○ 방한 장비 갖추고 안전 산행 필수



거대한 백록담 분화구, 눈꽃이 일품인 구상나무 군락, 시베리아 벌판처럼 눈보라가 치는 선작지왓 등은 겨울 한라산의 백미로 꼽힌다. 한라산 탐방객이 겨울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한라산 탐방객을 분석한 결과 겨울(12∼2월)이 30만8619명으로 봄 27만2545명, 가을 26만9178명, 여름 21만5581명 등에 비해 훨씬 많았다.

한라산 주요 탐방 코스는 어리목(어리목광장∼남벽 갈림목) 6.8km, 영실(영실휴게소∼남벽 갈림목) 5.8km, 돈내코(돈내코탐방안내소∼남벽 갈림목) 7.0km, 성판악(성판악탐방안내소∼동릉 정상) 9.6km, 관음사(관음사야영장∼동릉 정상) 8.7km 등이다. 성판악 코스는 산정호수, 관음사 코스는 탐라계곡 등을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저마다 독특한 겨울 풍경을 지니고 있다.

겨울철 한라산을 제대로 즐기려면 바람막이와 버프 장갑 아이젠(크램폰) 등의 장비와 비상식량 등을 챙겨야 한다. 김창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겨울 한라산은 날씨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정도로 변덕이 심하다”라며 “방한 장비와 의류 등을 제대로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안전 산행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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