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방탄복 입고 사제총 난사… 경찰관 1명 사망

등록 2016.10.20.
폭행 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도주하는 피의자가 쏜 사제(私製)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19일 서울에서 발생했다.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서 총격으로 숨진 것은 지난해 2월 경기 화성시에서 형제간 다툼을 벌이던 70대 남성이 출동한 관할 파출소장에게 엽총을 쏴 살해한 후 1년 8개월 만이다.

 피의자는 경찰에게 총을 쏘기 전에 폭행 피해자를 뒤쫓으면서 6발을 난사해 부근을 지나던 70대 행인이 복부에 유탄을 맡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시민들은 공포의 밤을 보내야 했다.

 서울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창호 경위(54)는 이날 오후 6시 28분경 “강북구 번동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는 폭행 피의자 성모 씨(45)가 휘두른 망치에 머리를 맞아 이모 씨(67)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주변 바닥에는 이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핏방울들이 흩어져 있었다. 한 건물에 입주한 이들은 주차문제로 심하게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성 씨는 달아나는 이 씨를 향해 총을 난사하며 뒤쫓다 결국 붙잡아 망치로 가격한 뒤 자신의 가방을 챙겨 곧바로 인근 오패산터널 쪽으로 도주했다. 터널 오른쪽 산 경사로에 몸을 숨긴 성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 경위가 추격하자 허공을 향해 총을 난사한 뒤 다시 김 경위를 향해 9발을 쏘았다. 이 가운데 한 발이 김 경위의 등 왼쪽 어깨 아래쪽을 지나 폐를 관통했다. 성 씨는 풀숲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시민 여러 명이 경찰을 도와 성 씨를 검거했다. 당시 그는 서바이벌 게임용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

 경찰은 검거 현장에서 성 씨가 갖고 있던 사제 총기 16정을 수거했다. 총기는 나무로 제작됐다. 경찰은 성 씨가 인터넷에서 총기 제작법을 보고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성 씨의 가방에는 칼과 망치, 사제 폭발물 1점도 들어 있었다.

 성 씨는 총기난사를 자행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큰누나가 부동산 잠입 경찰과 강북경찰서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앞으로 나는 2, 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부패친일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 경찰의 살인누명 음모를 알고 있지만 생활고로 인해 경찰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성 씨는 과거 두 차례 강간 범죄를 저질러 2003년 6월 12일부터 2012년 9월 12일까지 9년 3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소한 뒤인 2014년 1월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었지만 이날 이를 끊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성 씨의 총기 발사로 사제 총기·폭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1월부터 온라인에 사제 폭발물 제조법을 게시·유포하면 처벌하도록 개정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관련 내용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해외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 등 해외 사이트에 ‘gun making’ ‘Homemade gun’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사제 총기 제작방법을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동영상에서는 자신의 기술을 과시하듯 자극적이고 뽐내는 듯한 내용이 많아 사람들에게 총기의 위험성 및 관리에 대한 허술한 인식을 심어준다.

 정부 당국은 이번 사제 총기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인터넷을 보면 사제 총기나 폭발물 제조 방법을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다”며 “그만큼 정보 접근이 쉽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피의자 총격에 맞아 숨졌다는 것은 공권력의 위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김동혁 기자

폭행 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도주하는 피의자가 쏜 사제(私製)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19일 서울에서 발생했다.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서 총격으로 숨진 것은 지난해 2월 경기 화성시에서 형제간 다툼을 벌이던 70대 남성이 출동한 관할 파출소장에게 엽총을 쏴 살해한 후 1년 8개월 만이다.

 피의자는 경찰에게 총을 쏘기 전에 폭행 피해자를 뒤쫓으면서 6발을 난사해 부근을 지나던 70대 행인이 복부에 유탄을 맡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시민들은 공포의 밤을 보내야 했다.

 서울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창호 경위(54)는 이날 오후 6시 28분경 “강북구 번동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는 폭행 피의자 성모 씨(45)가 휘두른 망치에 머리를 맞아 이모 씨(67)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주변 바닥에는 이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핏방울들이 흩어져 있었다. 한 건물에 입주한 이들은 주차문제로 심하게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성 씨는 달아나는 이 씨를 향해 총을 난사하며 뒤쫓다 결국 붙잡아 망치로 가격한 뒤 자신의 가방을 챙겨 곧바로 인근 오패산터널 쪽으로 도주했다. 터널 오른쪽 산 경사로에 몸을 숨긴 성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 경위가 추격하자 허공을 향해 총을 난사한 뒤 다시 김 경위를 향해 9발을 쏘았다. 이 가운데 한 발이 김 경위의 등 왼쪽 어깨 아래쪽을 지나 폐를 관통했다. 성 씨는 풀숲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시민 여러 명이 경찰을 도와 성 씨를 검거했다. 당시 그는 서바이벌 게임용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

 경찰은 검거 현장에서 성 씨가 갖고 있던 사제 총기 16정을 수거했다. 총기는 나무로 제작됐다. 경찰은 성 씨가 인터넷에서 총기 제작법을 보고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성 씨의 가방에는 칼과 망치, 사제 폭발물 1점도 들어 있었다.

 성 씨는 총기난사를 자행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큰누나가 부동산 잠입 경찰과 강북경찰서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앞으로 나는 2, 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부패친일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 경찰의 살인누명 음모를 알고 있지만 생활고로 인해 경찰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성 씨는 과거 두 차례 강간 범죄를 저질러 2003년 6월 12일부터 2012년 9월 12일까지 9년 3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소한 뒤인 2014년 1월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었지만 이날 이를 끊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성 씨의 총기 발사로 사제 총기·폭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1월부터 온라인에 사제 폭발물 제조법을 게시·유포하면 처벌하도록 개정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관련 내용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해외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 등 해외 사이트에 ‘gun making’ ‘Homemade gun’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사제 총기 제작방법을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동영상에서는 자신의 기술을 과시하듯 자극적이고 뽐내는 듯한 내용이 많아 사람들에게 총기의 위험성 및 관리에 대한 허술한 인식을 심어준다.

 정부 당국은 이번 사제 총기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인터넷을 보면 사제 총기나 폭발물 제조 방법을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다”며 “그만큼 정보 접근이 쉽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피의자 총격에 맞아 숨졌다는 것은 공권력의 위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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