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무기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北도발땐 즉시응징

등록 2016.10.21.
한국과 미국이 20일 미 전략무기를 한반도와 인근 해역 및 상공에 상시 순환 배치하기로 합의한 데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봉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북한의 핵 도발 시 즉각 보복 응징할 수 있는 전략적 억지 태세를 구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가 가동되면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실효성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핵우산 등 미 확장억제 전력의 상시 배치 효과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 수단을 총동원해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선언적 의미에 치우쳐 유사시 실행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지난달에는 북한의 5차 핵실험 나흘 뒤에야 괌 기지 소속 B-1B 전략폭격기가 비무장 상태로 한반도에서 30분가량 머물다 돌아가 ‘일회성 무력시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의 신뢰성과 실행력 강화 방안을 강구해 왔고, 그 결과물이 미 전략무기의 상시 순환 배치라고 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붙박이(상시) 배치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다양한 전략무기를 일정 주기로 순환 배치하면 사실상의 상시 배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핵전략폭격기와 핵추진잠수함, 핵추진항공모함 등을 순환적으로 한반도나 인근 해역 및 상공에서 운용함으로써 1년 365일 강력한 대북 확장억제력이 발휘되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미 전략무기들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 사실상 상주하면 북한도 막가파식 도발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시’와 ‘순환’이라는 말 자체가 서로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한국 요청 수용해 수주∼수개월 단위 배치될 듯

 한미 양국은 미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배치 주기와 방식 등을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산하 억제전략위원회(DSC)와 위기관리협의체(KCM)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KCM은 이번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KIDD 산하에 신설하기로 합의한 기구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기 시 확장억제 전력의 배치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한미 국방부 간 정책적 수준의 협의를 진행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군 관계자는 “가령 미 전략자산의 전개 시 한국군(합참)과 주한미군사령부의 군사적 협의와 양국 국방부 간 협의 채널을 병행해 공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그간 미국 주도로 이뤄진 전략무기의 배치 결정 과정에 한국의 요청 사항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반도와 주변 해역 및 상공에 상시 순환 배치될 미 전략무기에는 미 전략사령부가 지휘 통제하는 모든 무기체계가 포함된다. 특히 괌과 주일미군 기지, 미 본토 기지 소속 B-2, B-52, B-1B 등 전략폭격기와 핵추진잠수함 및 전략핵잠수함(SSBN), 핵추진항모 등 공중과 해상, 수중 전력이 집중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력들은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시 한반도에 전개됐던 전력이다. 군 소식통은 “순환 배치 주기는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로 예상된다”며 “일부 전력은 주한미군 기지를 포함해 한국 영토에 착륙하거나 입항해 대북 확장억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 본토에서 발사되는 미니트맨3와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한국에 배치하지 않고도 즉각적인 확장억제를 발휘할 수 있는 전력으로 꼽힌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니트맨3는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30분 내 발사 준비를 끝내고 30분 안으로 한반도까지 비행할 수 있다”며 “북한의 핵 도발을 억지하는 강력한 확장억제 수단”이라고 말했다.

○ 북 SLBM 요격 훈련 확대 등 해군 협력 강화

 한미는 이날 SCM에서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배치와 함께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해상 위협에 대비한 양국 해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의 SLBM 도발 억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해군이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할 SM-3 함대공 요격미사일을 도입할지도 관심사의 하나다.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은 SCM에서 일본 자위대와 함께 올해 6월 28일 미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각국의 이지스 구축함을 동원해 처음으로 실시했던 북한 미사일 경보 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공동 인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이지스 구축함을 중심으로 하는 해상 기반 미사일방어체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이날 SCM에 앞서 한국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미 수상전센터 달그런 지부를 방문한 것도 이런 다양한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소는 전자기력으로 발사체를 쏘는 최첨단 무기인 ‘레일건’을 개발한 곳이다.



::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

‘확장된 억제’를 뜻하는 핵전략 용어다. 미국의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대해 제3국이 핵공격에 나서거나 위협할 때 미국의 억제력을 이들 국가에 확장하여 제공한다는 뜻이다.

 

워싱턴=윤상호 군사전문기자ysh1005@donga.com 

한국과 미국이 20일 미 전략무기를 한반도와 인근 해역 및 상공에 상시 순환 배치하기로 합의한 데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봉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북한의 핵 도발 시 즉각 보복 응징할 수 있는 전략적 억지 태세를 구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가 가동되면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실효성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핵우산 등 미 확장억제 전력의 상시 배치 효과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 수단을 총동원해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선언적 의미에 치우쳐 유사시 실행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지난달에는 북한의 5차 핵실험 나흘 뒤에야 괌 기지 소속 B-1B 전략폭격기가 비무장 상태로 한반도에서 30분가량 머물다 돌아가 ‘일회성 무력시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의 신뢰성과 실행력 강화 방안을 강구해 왔고, 그 결과물이 미 전략무기의 상시 순환 배치라고 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붙박이(상시) 배치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다양한 전략무기를 일정 주기로 순환 배치하면 사실상의 상시 배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핵전략폭격기와 핵추진잠수함, 핵추진항공모함 등을 순환적으로 한반도나 인근 해역 및 상공에서 운용함으로써 1년 365일 강력한 대북 확장억제력이 발휘되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미 전략무기들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 사실상 상주하면 북한도 막가파식 도발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시’와 ‘순환’이라는 말 자체가 서로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한국 요청 수용해 수주∼수개월 단위 배치될 듯

 한미 양국은 미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배치 주기와 방식 등을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산하 억제전략위원회(DSC)와 위기관리협의체(KCM)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KCM은 이번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KIDD 산하에 신설하기로 합의한 기구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기 시 확장억제 전력의 배치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한미 국방부 간 정책적 수준의 협의를 진행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군 관계자는 “가령 미 전략자산의 전개 시 한국군(합참)과 주한미군사령부의 군사적 협의와 양국 국방부 간 협의 채널을 병행해 공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그간 미국 주도로 이뤄진 전략무기의 배치 결정 과정에 한국의 요청 사항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반도와 주변 해역 및 상공에 상시 순환 배치될 미 전략무기에는 미 전략사령부가 지휘 통제하는 모든 무기체계가 포함된다. 특히 괌과 주일미군 기지, 미 본토 기지 소속 B-2, B-52, B-1B 등 전략폭격기와 핵추진잠수함 및 전략핵잠수함(SSBN), 핵추진항모 등 공중과 해상, 수중 전력이 집중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력들은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시 한반도에 전개됐던 전력이다. 군 소식통은 “순환 배치 주기는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로 예상된다”며 “일부 전력은 주한미군 기지를 포함해 한국 영토에 착륙하거나 입항해 대북 확장억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 본토에서 발사되는 미니트맨3와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한국에 배치하지 않고도 즉각적인 확장억제를 발휘할 수 있는 전력으로 꼽힌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니트맨3는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30분 내 발사 준비를 끝내고 30분 안으로 한반도까지 비행할 수 있다”며 “북한의 핵 도발을 억지하는 강력한 확장억제 수단”이라고 말했다.

○ 북 SLBM 요격 훈련 확대 등 해군 협력 강화

 한미는 이날 SCM에서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배치와 함께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해상 위협에 대비한 양국 해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의 SLBM 도발 억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해군이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할 SM-3 함대공 요격미사일을 도입할지도 관심사의 하나다.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은 SCM에서 일본 자위대와 함께 올해 6월 28일 미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각국의 이지스 구축함을 동원해 처음으로 실시했던 북한 미사일 경보 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공동 인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이지스 구축함을 중심으로 하는 해상 기반 미사일방어체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이날 SCM에 앞서 한국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미 수상전센터 달그런 지부를 방문한 것도 이런 다양한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소는 전자기력으로 발사체를 쏘는 최첨단 무기인 ‘레일건’을 개발한 곳이다.



::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

‘확장된 억제’를 뜻하는 핵전략 용어다. 미국의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대해 제3국이 핵공격에 나서거나 위협할 때 미국의 억제력을 이들 국가에 확장하여 제공한다는 뜻이다.

 

워싱턴=윤상호 군사전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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