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강경파 “얻은게 뭐냐” 제동… 與 “빼놓고 그냥 가자” 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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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만에 뒤집힌 ‘국회 정상화’


80일간의 국회 공전을 끝내기 위한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의 합의문이 24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것은 당내 강경파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패스트트랙 3법에 대해 ‘합의정신에 따른 처리’와 추가경정예산 7월 내 심사, 경제원탁토론회의 추진 등을 골자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로 이는 2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당내 강경파를 끝내 설득하지 못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여야 협상은 한층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 한국당 강경파 ‘국회 복귀 반대’에 합의 무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패스트트랙 3개 법안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한다 △국회 차원의 경제원탁토론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총에서 합의문 내용 곳곳이 암초에 걸렸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패스트트랙 관련 부분이었다. 그동안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들의 처리에 대해 ‘합의 처리 하기로 노력한다’, 한국당은 ‘합의 처리한다’로 맞서 왔는데 이를 모호한 지점에서 절충한 것. 이날 의총에서 발언한 한 의원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해도 여당을 믿기 어려운데, ‘합의정신’이라는 말을 어떻게 믿느냐”며 “이를 내줬으면 재해 추경만 처리하도록 하거나, 북한 어선 국정조사를 받아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과 관련해 ‘6월 국회에서 처리하되,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한다’고 한 합의 문구도 발목을 잡았다. 한국당은 전체 6조7000억 원의 추경 정부안 중 일부인 산불, 지진, 미세먼지 관련 예산(2조2000억 원)만 처리하자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역시 의총에선 ‘우선 심사한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또 합의안에 부수적으로 들어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처리 조항에 대해서도 한국당 강경파들은 “불필요한 법안까지 합의문에 담았다”고 비판했다.

○ 여야 4당, 한국당 비난… 협상 가능성은 열어둬


한국당이 의총에서 합의 결과를 번복하자 나머지 여야 4당은 일제히 비난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등원을 기다렸던 민주당 의원들은 합의문 추인이 불발되자 “야당 없어도 그냥 해”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협상파인 나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이후 (관심에서) 멀어지는 원내가 아닌 원외 황교안 대표에게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내고 “한국당의 철부지 짓에 국가와 국민이 피해를 입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야 원내지도부는 협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날치기 패스트트랙에 대해 민주당이 합의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믿기 어렵다는 게 의원님들의 생각”이라면서도 “의원님들은 다시 한 번 저에게 힘을 갖고 합의를 다시 해달라고 말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원내대표도 “국민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나 원내대표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경제원탁회의 등 한국당의 요구를 합의문에 담은 것에 대해선 “합의정신은 그대로 살아있다”라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유근형 기자
#국회 정상화#패스트트랙#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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