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실패로 끝난 국제사회의 北 비핵화 시도
등록 2013.02.13.북한은 처음부터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평화적 북핵 해결 노력을 비웃어 왔다. 1992년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한 다음 해인 1993년 제1차 북한 핵 위기가 발발했다. 그 후 20년 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 정권을 압박하기도 했고 대화도 나눴지만 북한은 2006년 1차, 2009년 2차, 12일 3차 핵실험으로 대답했다.
○ 원칙 잃고 흔들린 국제사회의 대응
북한은 그동안 핵 개발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인 양 위장하면서 실제로는 핵 보유라는 전략적 목표를 한순간도 놓지 않고 추구해 왔다. 북한은 협상이 진전되는 듯하던 2008년 6월 미국 측에 무려 1만8000페이지 분량의 핵시설 운영 자료를 넘긴 적이 있다. 당시 CNN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도 북한은 은밀히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2005년 9·19공동성명이나 2007년의 2·13합의에 응하면서도 핵 동결, 핵 불능화, 핵 폐기 등으로 단계를 쪼개 놓은 이행의 검증은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국제사회가 이를 지적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반발하며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2008년 8월에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영변 핵시설을 복구하고 핵시설 봉인 및 감시 장비를 제거했다. 이처럼 북한 핵 개발 저지를 위해 하나씩 쌓아 왔던 ‘공든 탑’들은 북한의 도발로 너무 쉽게 무너지곤 했다.
이런 북한과 달리 국제사회의 대응은 일관되지 못했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핵 보유 국가가 되겠다’라는 북한의 명확한 목표를 간과한 채 실효성이 없는 대화와 압박을 반복했다. 막상 북한이 미래 지향적으로 대화에 나설 조짐을 보였을 때에는 ‘악의 축(axis of evils)’을 거론하고 고강도의 금융제재를 단행하며 북한의 불신을 키웠다.
이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 ‘같은 말을 두 번 사지 않겠다’라며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편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고 지난해 섣불리 ‘2·29 북-미 합의’를 해 준 것이나 북한의 로켓 발사에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물밑에서는 부랴부랴 평양행 비행기를 띄워 협상을 시도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 한국 정부, 국제사회와 엇박자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진폭은 미국보다 더 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대북 햇볕정책을 표방하며 10년 동안 막대한 달러를 인도적 지원과 경협 대금 명목으로 북한에 퍼 줬다.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했던 미래 지향적 포용정책이었지만 막상 주변국들의 정책 흐름을 타지도 못했다. 이용준 주말레이시아 대사(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북핵 협상 20년을 다룬 저서 ‘게임의 종말’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정책은 우연히도 항상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변화되곤 했다”라며 한미 양국의 정권 교체와 정책 변화에 따른 ‘엇박자’가 북한 핵개발을 용인하도록 만든 중요한 요소였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의 북핵 협상에 참여했던 정부 당국자들은 “포용, 강경책을 포함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봤지만 북한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더구나 일당독재 체제인 북한은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협상의 룰이 통하지 않는 상대인 반면에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자국의 여론과 선거, 의회의 동의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도 협상 진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와 외교적 고립 정책을 강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비협조로 제재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문제다.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은 대규모 대북 지원을 끊지 않았고 북한의 무기 부품 반입 같은 불법 행위도 사실상 묵인해 북한의 숨통을 틔워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정은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의 3차 핵실험 지진파는 20년 넘게 지속된 국제사회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 조종(弔鐘)을 울리고 있다. 북한은 ‘핵 보유를 통해 김씨 일가 왕조 체제를 유지하고 나아가 한반도 적화통일을 이루겠다’라는 국가 전략적 목표에 성큼 다가선 반면에 국제사회는 이를 막아 내지 못한 전략적 실패에 직면한 것이다.
북한은 처음부터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평화적 북핵 해결 노력을 비웃어 왔다. 1992년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한 다음 해인 1993년 제1차 북한 핵 위기가 발발했다. 그 후 20년 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 정권을 압박하기도 했고 대화도 나눴지만 북한은 2006년 1차, 2009년 2차, 12일 3차 핵실험으로 대답했다.
○ 원칙 잃고 흔들린 국제사회의 대응
북한은 그동안 핵 개발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인 양 위장하면서 실제로는 핵 보유라는 전략적 목표를 한순간도 놓지 않고 추구해 왔다. 북한은 협상이 진전되는 듯하던 2008년 6월 미국 측에 무려 1만8000페이지 분량의 핵시설 운영 자료를 넘긴 적이 있다. 당시 CNN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도 북한은 은밀히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2005년 9·19공동성명이나 2007년의 2·13합의에 응하면서도 핵 동결, 핵 불능화, 핵 폐기 등으로 단계를 쪼개 놓은 이행의 검증은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국제사회가 이를 지적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반발하며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2008년 8월에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영변 핵시설을 복구하고 핵시설 봉인 및 감시 장비를 제거했다. 이처럼 북한 핵 개발 저지를 위해 하나씩 쌓아 왔던 ‘공든 탑’들은 북한의 도발로 너무 쉽게 무너지곤 했다.
이런 북한과 달리 국제사회의 대응은 일관되지 못했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핵 보유 국가가 되겠다’라는 북한의 명확한 목표를 간과한 채 실효성이 없는 대화와 압박을 반복했다. 막상 북한이 미래 지향적으로 대화에 나설 조짐을 보였을 때에는 ‘악의 축(axis of evils)’을 거론하고 고강도의 금융제재를 단행하며 북한의 불신을 키웠다.
이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 ‘같은 말을 두 번 사지 않겠다’라며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편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고 지난해 섣불리 ‘2·29 북-미 합의’를 해 준 것이나 북한의 로켓 발사에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물밑에서는 부랴부랴 평양행 비행기를 띄워 협상을 시도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 한국 정부, 국제사회와 엇박자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진폭은 미국보다 더 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대북 햇볕정책을 표방하며 10년 동안 막대한 달러를 인도적 지원과 경협 대금 명목으로 북한에 퍼 줬다.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했던 미래 지향적 포용정책이었지만 막상 주변국들의 정책 흐름을 타지도 못했다. 이용준 주말레이시아 대사(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북핵 협상 20년을 다룬 저서 ‘게임의 종말’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정책은 우연히도 항상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변화되곤 했다”라며 한미 양국의 정권 교체와 정책 변화에 따른 ‘엇박자’가 북한 핵개발을 용인하도록 만든 중요한 요소였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의 북핵 협상에 참여했던 정부 당국자들은 “포용, 강경책을 포함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봤지만 북한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더구나 일당독재 체제인 북한은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협상의 룰이 통하지 않는 상대인 반면에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자국의 여론과 선거, 의회의 동의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도 협상 진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와 외교적 고립 정책을 강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비협조로 제재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문제다.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은 대규모 대북 지원을 끊지 않았고 북한의 무기 부품 반입 같은 불법 행위도 사실상 묵인해 북한의 숨통을 틔워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정은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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