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브렉시트 선택의 날…‘4600만 유권자 운명에 투표하다’

등록 2016.06.24.
[英브렉시트 선택의 날/전승훈 특파원 런던 르포]브렉시트 운명의 날

장대빗속 한표 행사한 유권자들 “섬이 될순 없어” vs “EU는 실패”

결과 이르면 24일 오전11시 윤곽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운명을 가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23일 오전 7시(한국 시간 23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됐다.

영국 전역에서 등록 유권자 4649만9537명이 참여하는 이번 국민투표는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일대에 천둥과 번개, 비바람을 동반한 악천후 속에 실시됐다. 국민투표는 지역에 따라 맑았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이날 오후 10시(한국 시간 24일 오전 6시)까지 이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투표율이 낮으면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날씨가 투표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 7시 런던의 버킹엄 궁 인근에 있는 빅토리아 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우산을 든 유권자들이 긴 줄을 섰다. 개를 데리고 온 유권자도 많아 트위터에는 투표소의 반려견 사진이 속속 게시됐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EU를 떠나야 하는가?’라는 질문 아래 적힌 ‘잔류(Remain)’와 ‘탈퇴(Leave)’ 단어 중 하나를 선택했다.

투표소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잔류’에 투표했다는 변호사 크리스토퍼 씨(30)는 “일자리를 원하는 젊은이들은 세계화 시대에 더 이상 ‘섬’으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탈퇴’에 투표한 앤드루 마크 씨(36·자산관리 회계사)는 “EU는 정치적으로 실패한 연합”이라고 밝혔다.

투표 당일까지 현지 언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탈퇴’를 옹호하는 더선은 1면에 지구 저편에서 동이 트며 영국이 환하게 빛나는 이미지와 함께 영화 ‘인디펜던스데이’를 패러디한 ‘독립기념일: 영국의 재기’라는 문구를 달았다. 반면 더타임스는 ‘청산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EU 잔류를 옹호했다.



개표는 투표 마감 이후 곧바로 진행돼 이르면 24일 오전 3시(한국 시간 24일 오전 11시)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초박빙’일 경우엔 개표가 끝나는 24일 오전 7시(한국 시간 24일 오후 3시)나 돼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브렉시트 여론은 막판까지 ‘대혼전’이다. 여론 조사 결과들은 막판까지도 살얼음 판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브렉시트땐 파운드화 폭락 불보듯” 英 환전소 북적… 환전액 74% 급증 ▼

환전소 앞 긴 행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22일(현지 시간) 런던 캐넌스트리트의 환전소 앞에서 사람들이 파운드화를 달러화 등으로 바꾸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파운드화 폭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런던=AP 뉴시스투표 당일인 23일 영국 석간신문인 이브닝스탠더드가 여론조사회사 입소스 모리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에서 잔류 지지자(52%)가 탈퇴(48%)보다 4%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21일부터 투표 전날인 22일 오후 9시까지 조사한 것이다. 또한 22일 유고브가 발표한 여론조사(더타임스 의뢰)에서도 잔류가 2%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같은 날 오피니엄 온라인 조사와 TNS 온라인 조사에선 탈퇴가 잔류보다 각각 1%포인트, 2%포인트 앞섰다.

영국의 EU 잔류와 탈퇴를 놓고 유권자들의 표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부동층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이 적중할지는 미지수다.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와 지난해 총선에서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베팅업체들은 부동층에 주목하며 잔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10% 정도의 부동층은 일반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탈퇴보다는 잔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자 일부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 때 파운드화 폭락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파운드화를 유로화나 달러화로 바꿨다. 영국 우체국의 경우 21일 환전액이 지난해 같은 날보다 74% 늘었다. 워털루의 국제 환전거래소에서 일하는 대니얼 프리오리 씨는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사람들이 투표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파운드화 가치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22일 오후 5시 28분 기준으로 파운드화 환율은 전날보다 0.9% 급등한 파운드당 1.4844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행여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파운드화 환율은 파운드당 1.35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2일 오후 버밍엄대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일자리, 경제, 아이들의 미래, 나라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며 잔류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대표적인 브렉시트 찬성파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이날 오전 4시부터 헬리콥터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민주주의와 이민정책에 대한 주권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며 탈퇴에 표를 던질 것을 요구했다.

영국 주변 EU 국가 정상들은 “이번에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한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국 유권자들은 국민투표 이후에 어떠한 형태의 재협상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EU에서 나가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말했다.

 

런던=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英브렉시트 선택의 날/전승훈 특파원 런던 르포]브렉시트 운명의 날

장대빗속 한표 행사한 유권자들 “섬이 될순 없어” vs “EU는 실패”

결과 이르면 24일 오전11시 윤곽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운명을 가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23일 오전 7시(한국 시간 23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됐다.

영국 전역에서 등록 유권자 4649만9537명이 참여하는 이번 국민투표는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일대에 천둥과 번개, 비바람을 동반한 악천후 속에 실시됐다. 국민투표는 지역에 따라 맑았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이날 오후 10시(한국 시간 24일 오전 6시)까지 이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투표율이 낮으면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날씨가 투표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 7시 런던의 버킹엄 궁 인근에 있는 빅토리아 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우산을 든 유권자들이 긴 줄을 섰다. 개를 데리고 온 유권자도 많아 트위터에는 투표소의 반려견 사진이 속속 게시됐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EU를 떠나야 하는가?’라는 질문 아래 적힌 ‘잔류(Remain)’와 ‘탈퇴(Leave)’ 단어 중 하나를 선택했다.

투표소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잔류’에 투표했다는 변호사 크리스토퍼 씨(30)는 “일자리를 원하는 젊은이들은 세계화 시대에 더 이상 ‘섬’으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탈퇴’에 투표한 앤드루 마크 씨(36·자산관리 회계사)는 “EU는 정치적으로 실패한 연합”이라고 밝혔다.

투표 당일까지 현지 언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탈퇴’를 옹호하는 더선은 1면에 지구 저편에서 동이 트며 영국이 환하게 빛나는 이미지와 함께 영화 ‘인디펜던스데이’를 패러디한 ‘독립기념일: 영국의 재기’라는 문구를 달았다. 반면 더타임스는 ‘청산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EU 잔류를 옹호했다.



개표는 투표 마감 이후 곧바로 진행돼 이르면 24일 오전 3시(한국 시간 24일 오전 11시)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초박빙’일 경우엔 개표가 끝나는 24일 오전 7시(한국 시간 24일 오후 3시)나 돼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브렉시트 여론은 막판까지 ‘대혼전’이다. 여론 조사 결과들은 막판까지도 살얼음 판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브렉시트땐 파운드화 폭락 불보듯” 英 환전소 북적… 환전액 74% 급증 ▼

환전소 앞 긴 행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22일(현지 시간) 런던 캐넌스트리트의 환전소 앞에서 사람들이 파운드화를 달러화 등으로 바꾸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파운드화 폭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런던=AP 뉴시스투표 당일인 23일 영국 석간신문인 이브닝스탠더드가 여론조사회사 입소스 모리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에서 잔류 지지자(52%)가 탈퇴(48%)보다 4%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21일부터 투표 전날인 22일 오후 9시까지 조사한 것이다. 또한 22일 유고브가 발표한 여론조사(더타임스 의뢰)에서도 잔류가 2%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같은 날 오피니엄 온라인 조사와 TNS 온라인 조사에선 탈퇴가 잔류보다 각각 1%포인트, 2%포인트 앞섰다.

영국의 EU 잔류와 탈퇴를 놓고 유권자들의 표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부동층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이 적중할지는 미지수다.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와 지난해 총선에서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베팅업체들은 부동층에 주목하며 잔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10% 정도의 부동층은 일반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탈퇴보다는 잔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자 일부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 때 파운드화 폭락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파운드화를 유로화나 달러화로 바꿨다. 영국 우체국의 경우 21일 환전액이 지난해 같은 날보다 74% 늘었다. 워털루의 국제 환전거래소에서 일하는 대니얼 프리오리 씨는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사람들이 투표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파운드화 가치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22일 오후 5시 28분 기준으로 파운드화 환율은 전날보다 0.9% 급등한 파운드당 1.4844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행여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파운드화 환율은 파운드당 1.35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2일 오후 버밍엄대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일자리, 경제, 아이들의 미래, 나라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며 잔류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대표적인 브렉시트 찬성파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이날 오전 4시부터 헬리콥터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민주주의와 이민정책에 대한 주권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며 탈퇴에 표를 던질 것을 요구했다.

영국 주변 EU 국가 정상들은 “이번에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한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국 유권자들은 국민투표 이후에 어떠한 형태의 재협상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EU에서 나가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말했다.

 

런던=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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