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비밀리에 미군 드론(무인기) 기지를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운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은 최근 튀니지에 드론 기지를 신설해 이웃 리비아에 대한 정찰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튀니지 공군기지에는 드론 부대를 관할하기 위해 미군 70여 명이 파견돼 있다. 과거 미군 정보망의 사각지대였던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찰 활동을 담당하는 임무를 띤 부대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미군의 정찰용 드론인 리퍼(Reaper)가 지난 6월 말부터 튀니지 공군 기지를 이용한 정찰 활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튀니지를 중동 지역의 안보를 위한 전략거점으로 삼고 있다.

WP는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튀니지에 배치된 드론은 이슬람 과격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거점도시인 리비아 시르테를 정찰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8월 이후 시르테에 대한 공습을 300회 이상 실시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튀니지 기지에 드론 부대를 배치함으로써 그동안 미군 정보망의 사각지대였던 북아프리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북아프리카는 시리아와 이라크 다음으로 IS 및 알카에다 등 급진 테러세력들이 세력을 키우고 있는 곳이다.

미국은 튀니지의 민주화를 지원함으로써 이곳을 북아프리카 지역의 테러리즘과 맞서는 전략적 기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현재 튀니지에 배치된 드론은 비무장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튀니지 정부의 협조 아래 무장 드론을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아프리카 중북부의 니제르와 북동쪽 지부티에 이르기까지 드론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지들은 리비아 작전을 펼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군은 그동안 유럽기지에 발진한 유인 정찰기나 이탈리아 시실리 섬의 시고넬라 공군기지에서 띄운 무장 드론을 이용해 리비아 폭격을 위한 정보를 수집해 왔다. 시고넬라 기지는 시르테에서 비교적 가까운 편이지만 잦은 기상악화로 인해 정찰활동이 순조롭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미군 드론의 튀니지 기지 사용을 비밀에 붙여왔다. IS 등이 튀니지에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IS 세력들은 튀니지에서 여러 차례 테러 공격을 벌였다.

지난해 6월에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튀니지 동부 지중해 휴양지인 수스의 임페리얼 마르하바 호텔 앞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테러로 관광객 3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