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전남 나주서 백제 금동신발 발굴…연꽃장식 기법 최정점
등록 2014.10.24.《 1500년 동안 잠자던 백제 금동 신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등 부분에 자리한 용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듯하다. 바닥에 새겨진 연꽃과 용의 얼굴은 화려하면서 위엄이 넘친다. 백제의 뛰어난 공예 기술과 디자인 감각이 결합된 걸작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발굴된 금동 신발 17켤레 중 가장 빼어나고 완벽하게 보존된 이 신발은 과연 누가 신었을까. 》
전남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랑동마을의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정촌 고분 정상에 올라서자 시원하게 펼쳐진 영산강 물줄기와 일대 평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5세기 후반 묻힌 무덤 주인의 권력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복암리의 기존 고분군과 가까운 곳에서 마한, 백제권 초기 대형 돌방무덤 가운데 가장 크고 도굴 흔적이 없는 정촌 고분이 발견돼 금동 신발 등 유물이 대량 출토됐다고 23일 밝혔다.
정촌 고분은 봉분 하나에 여러 무덤이 있는 ‘벌집형 고분’으로 돌방무덤, 돌덧널무덤, 옹관묘 등 9기의 매장시설이 확인됐다. 금동 신발이 출토된 1호 돌방무덤은 최대 길이 4.85m, 너비 3.6m, 높이 3.1m다. 어른이 허리를 숙이고 간신히 들어설 수 있는 석재 문틀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천장 쪽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지게 만들어졌다.
이번에 출토된 백제 금동 신발은 지금까지 마한, 백제권에서 출토된 17켤레의 금동 신발 중 가장 완벽하게 보존돼 있고 작품성도 뛰어나다. 금동 신발은 길이 32cm, 높이 9cm, 너비 9.5cm 크기. 한 짝에는 발등 부분에 용이 승천하는 모양의 장식이 붙어 있다. 탈부착이 가능한데 남은 한 짝에선 사라진 상태다. 발목 부분에 덧댄 금동판도 전북 고창군 봉덕리 1호분에서 출토된 것보다 2cm가 더 긴 4.5cm다. 이 신발은 크기가 너무 크고 재질이 약해 실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망자를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의미를 담아 무덤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신발 바닥은 정면에서 바라본 용 얼굴과 연꽃 모양을 투조(透彫·금속판을 도려내 무늬를 나타내는 기법)와 선각(線刻·선으로 새긴 그림이나 무늬) 기법으로 꾸몄다. 바닥 중앙에는 연꽃잎을 삼중으로 배치했고 눈을 부릅뜬 채 입을 크게 벌린 용이 묘사돼 있다. 바닥에는 스파이크 모양의 징 24개를 붙였다. 당시 용은 지배 계층의 문장이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백제의 금동 신발 제작 기술의 최정점에 있는 것”이라며 “백제가 영산강 유역의 지배세력인 마한지역 권력자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금동 신발을 하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에서는 대도, 금제 귀걸이, 장신구, 마구, 화살통 장식과 화살촉, 옥토기, 석침(돌베개) 등이 함께 출토됐다. 이 물건들에서는 가깝게는 가야와 신라, 멀리는 일본 양식까지 보여 영산강 지역 세력들이 이웃 나라와의 교류가 활발했음을 볼 수 있다.
도굴 흔적이 없는 고분이 발굴된 것도 이례적이다. 정촌 고분 정상에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정자가 일제강점기까지 있었다. 아직도 정자 터가 남아 있는데, 도굴꾼도 정자 아래에 고분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정자가 철거된 뒤에는 고분 위에 나무가 우거져 겉으로 보기에 고분인지 야산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현장발굴에 참가한 오동선 연구사는 “정자 기반 공사와 나무뿌리의 영향으로 돌덩이가 군데군데 무덤 내부에 떨어졌지만 기적처럼 금동 신발을 비켜갔다”고 전했다.
이상준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장은 “이번 발굴을 통해서 마한 세력이 국가 단계에 이르진 못했지만 상당한 세력을 갖고 주변 문화를 흡수한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정촌 고분과 주변 고분에서 발굴된 인골의 DNA 조사를 통해 마한인들의 얼굴과 생활상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주=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남 나주서 완벽 형태 백제 금동신발 발굴
《 1500년 동안 잠자던 백제 금동 신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등 부분에 자리한 용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듯하다. 바닥에 새겨진 연꽃과 용의 얼굴은 화려하면서 위엄이 넘친다. 백제의 뛰어난 공예 기술과 디자인 감각이 결합된 걸작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발굴된 금동 신발 17켤레 중 가장 빼어나고 완벽하게 보존된 이 신발은 과연 누가 신었을까. 》
전남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랑동마을의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정촌 고분 정상에 올라서자 시원하게 펼쳐진 영산강 물줄기와 일대 평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5세기 후반 묻힌 무덤 주인의 권력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복암리의 기존 고분군과 가까운 곳에서 마한, 백제권 초기 대형 돌방무덤 가운데 가장 크고 도굴 흔적이 없는 정촌 고분이 발견돼 금동 신발 등 유물이 대량 출토됐다고 23일 밝혔다.
정촌 고분은 봉분 하나에 여러 무덤이 있는 ‘벌집형 고분’으로 돌방무덤, 돌덧널무덤, 옹관묘 등 9기의 매장시설이 확인됐다. 금동 신발이 출토된 1호 돌방무덤은 최대 길이 4.85m, 너비 3.6m, 높이 3.1m다. 어른이 허리를 숙이고 간신히 들어설 수 있는 석재 문틀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천장 쪽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지게 만들어졌다.
이번에 출토된 백제 금동 신발은 지금까지 마한, 백제권에서 출토된 17켤레의 금동 신발 중 가장 완벽하게 보존돼 있고 작품성도 뛰어나다. 금동 신발은 길이 32cm, 높이 9cm, 너비 9.5cm 크기. 한 짝에는 발등 부분에 용이 승천하는 모양의 장식이 붙어 있다. 탈부착이 가능한데 남은 한 짝에선 사라진 상태다. 발목 부분에 덧댄 금동판도 전북 고창군 봉덕리 1호분에서 출토된 것보다 2cm가 더 긴 4.5cm다. 이 신발은 크기가 너무 크고 재질이 약해 실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망자를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의미를 담아 무덤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신발 바닥은 정면에서 바라본 용 얼굴과 연꽃 모양을 투조(透彫·금속판을 도려내 무늬를 나타내는 기법)와 선각(線刻·선으로 새긴 그림이나 무늬) 기법으로 꾸몄다. 바닥 중앙에는 연꽃잎을 삼중으로 배치했고 눈을 부릅뜬 채 입을 크게 벌린 용이 묘사돼 있다. 바닥에는 스파이크 모양의 징 24개를 붙였다. 당시 용은 지배 계층의 문장이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백제의 금동 신발 제작 기술의 최정점에 있는 것”이라며 “백제가 영산강 유역의 지배세력인 마한지역 권력자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금동 신발을 하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에서는 대도, 금제 귀걸이, 장신구, 마구, 화살통 장식과 화살촉, 옥토기, 석침(돌베개) 등이 함께 출토됐다. 이 물건들에서는 가깝게는 가야와 신라, 멀리는 일본 양식까지 보여 영산강 지역 세력들이 이웃 나라와의 교류가 활발했음을 볼 수 있다.
도굴 흔적이 없는 고분이 발굴된 것도 이례적이다. 정촌 고분 정상에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정자가 일제강점기까지 있었다. 아직도 정자 터가 남아 있는데, 도굴꾼도 정자 아래에 고분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정자가 철거된 뒤에는 고분 위에 나무가 우거져 겉으로 보기에 고분인지 야산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현장발굴에 참가한 오동선 연구사는 “정자 기반 공사와 나무뿌리의 영향으로 돌덩이가 군데군데 무덤 내부에 떨어졌지만 기적처럼 금동 신발을 비켜갔다”고 전했다.
이상준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장은 “이번 발굴을 통해서 마한 세력이 국가 단계에 이르진 못했지만 상당한 세력을 갖고 주변 문화를 흡수한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정촌 고분과 주변 고분에서 발굴된 인골의 DNA 조사를 통해 마한인들의 얼굴과 생활상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주=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VODA 인기 동영상
- 재생11:241엄마의 봄날오랜 농사일로 굽고 휘어진 허리 엄마에게 되찾아온 봄날 TV CHOSUN 240421 방송
- 재생00:412TV정보쇼 알짜왕TV정보쇼 알짜왕 366회 예고편
- 재생15:583디글 끌올이젠 나도 가수다 발성 치료사가 직접 코치해 주는 발성 교정 방법! 여러분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드립니다 | #유퀴즈온더블럭
- 재생18:124디글 끌올"곤돌라가 그대로 유리창에 내리꽂았어요..." L타워 외벽 청소 장인이 작업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 | #유퀴즈온더블럭
- 재생00:595위대한 식탁위대한 식탁 115회 예고편
- 재생12:566디글 끌올알콜 러버들 주목 S대 병원 약제사 자기님이 알려주는 가장 좋은 술 깨는 약! 그건 바로 ○이다? | #유퀴즈온더블럭
- 재생03:357STUDIO CHOOM [스튜디오 춤][BE ORIGINAL] 보이넥스트도어 - Earth, Wind & Fire | M2 240423 방송
- 재생29:078뭉쳐야 찬다3[하이라이트] 공 놓치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임남규X류은규X이용대가 만들어낸 행운의 승리 | JTBC 240421 방송
- 재생03:189STUDIO CHOOM [스튜디오 춤][BE ORIGINAL] 미아이 - Click | M2 240423 방송
- 재생03:2910선재 업고 튀어김혜윤 붙잡으러 찾아온 송건희, 드디어 깨달은 자신의 마음! | tvN 240423 방송
- 재생04:061미스터 로또서진이랑 함께 사랑의 열차를 타고 ‘간다고야’ TV CHOSUN 240419 방송
- 재생03:282미스터 로또사랑에 빠지게 만든 진욱이는 유죄 ‘사랑은 무죄다’ TV CHOSUN 240419 방송
- 재생03:053세자가 사라졌다세자 수호, 대비 명세빈과 어의 김주헌의 사이 알고 극대노!!! MBN 240421 방송
- 재생02:454미스터 로또돌고 돌아도 해성이에게로 ‘영시의 이별’ TV CHOSUN 240419 방송
- 재생03:555라디오스타"내가 꿈을 꿨는데..." 임신 사실을 밝히지 않은 랄랄의 결혼을 예상한 풍자, MBC 240417 방송
- 재생02:566미스터 로또무대 장인 사랑하는 건 안 미안해 ‘사랑해서 미안해’ TV CHOSUN 240419 방송
- 재생01:117미스쓰리랑[미스쓰리랑 선공개] 트롯 레전드와 트롯 샛별이 만났다! TV CHOSUN 240425 방송
- 재생03:488미스터 로또또르르 가슴이 메어온다 성훈 & 혁진의 ‘나만의 슬픔’ TV CHOSUN 240419 방송
- 재생01:419조선의 사랑꾼[선공개] 전진이서 스킨십에 놀라는 김지민 TV CHOSUN 240422 방송
- 재생02:0710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83년 전통 남한산성 맛집 갓 만들어 따뜻한 ‘순두부’ TV CHOSUN 240421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