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그리스, 급진좌파 총선압승… “긴축에 지친 그리스 국민, 도박같은 선택”

등록 2015.01.27.
시리자 총선압승… 과반서 2석 미달, 그리스독립당과 손잡고 연정 출범

유로존 “구제금융 합의 이행” 압박… 유로화 가치 11년만에 최저치 하락

“이제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는 ‘과거’가 됐다. 그들이 2010년부터 강요해 왔던 긴축정책은 이제 끝났다.”

25일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알렉시스 치프라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당수(40)가 이날 밤 아테네대 앞에서 총선 승리 연설을 하자 군중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치프라스 당수는 “오늘 그리스는 5년간의 치욕과 고통을 끝내게 됐다”며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이 모습에 일부 지지자는 눈물까지 흘렸다.

치프라스 당수의 ‘일성(一聲)’에 유럽이 꽁꽁 얼어붙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처음으로 긴축정책 반대를 내건 정당이 집권함에 따라 유럽 경제가 또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종 개표 결과 시리자는 149석(득표율 36.4%)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전체 의석 300석의 과반인 151석에 단 두 석이 부족할 뿐이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은 76석(27.8%)으로 2위에 머물렀다. 3위는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으로 17석(6.3%)을 득표했으며 중도 성향의 신생 정당인 포타미가 16석(6%)으로 뒤를 이었다.

치프라스는 개표 작업이 채 끝나기도 전인 26일 오후 긴축에 반대하는 우파 그리스독립당(13석)과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이날 한때 4% 이상 폭락했던 그리스 증시는 연정 구성 합의 소식에 반등했다. 연정 구성에 성공한 치프라스는 이날 오후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면담한 뒤 총리 취임 선서를 했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끌었던 그리스 정부는 5년 가까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재정 상태를 흑자로 돌렸지만 민심을 잃었다. 중소기업 근로자와 실업자, 자영업자 등 서민에 대한 지원까지 대폭 줄어든 탓이다. 그리스 경제학자 루카스 추칼리스 교수는 “그리스 국민은 긴축으로 피폐해진 삶의 고통에 대부분 희망을 잃은 상태”라며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체념이 이번 선거에서 도박과도 같은 선택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시리자 압승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26일 유로화 가치는 한때 1.1098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는 2003년 9월 이후 11년여 만에 최저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로존 19개국은 26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그리스와의 부채 협상 대책을 논의했다. 회원국들은 이날 “그리스는 구제금융 조건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브누아 쾨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이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ECB가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 대해 채무 탕감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스페인 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그리스가 마침내 ‘독일 사절단’(사마라스 총리의 집권 신민당을 비하한 표현)보다 나은 정부를 갖게 됐다”고 시리자의 승리를 축하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사회당 대표도 “긴축이 아닌 새로운 정책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좌파전선(PG) 장뤼크 멜랑숑 대표와 영국 녹색당도 이번 선거 결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에선 시리자의 집권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토니 바버 파이낸셜타임스(FT) 유럽 에디터는 “시리자 당수가 선거운동은 급진적으로 했지만, 통치는 실용주의자처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시리자 총선압승… 과반서 2석 미달, 그리스독립당과 손잡고 연정 출범

유로존 “구제금융 합의 이행” 압박… 유로화 가치 11년만에 최저치 하락

“이제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는 ‘과거’가 됐다. 그들이 2010년부터 강요해 왔던 긴축정책은 이제 끝났다.”

25일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알렉시스 치프라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당수(40)가 이날 밤 아테네대 앞에서 총선 승리 연설을 하자 군중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치프라스 당수는 “오늘 그리스는 5년간의 치욕과 고통을 끝내게 됐다”며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이 모습에 일부 지지자는 눈물까지 흘렸다.

치프라스 당수의 ‘일성(一聲)’에 유럽이 꽁꽁 얼어붙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처음으로 긴축정책 반대를 내건 정당이 집권함에 따라 유럽 경제가 또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종 개표 결과 시리자는 149석(득표율 36.4%)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전체 의석 300석의 과반인 151석에 단 두 석이 부족할 뿐이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은 76석(27.8%)으로 2위에 머물렀다. 3위는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으로 17석(6.3%)을 득표했으며 중도 성향의 신생 정당인 포타미가 16석(6%)으로 뒤를 이었다.

치프라스는 개표 작업이 채 끝나기도 전인 26일 오후 긴축에 반대하는 우파 그리스독립당(13석)과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이날 한때 4% 이상 폭락했던 그리스 증시는 연정 구성 합의 소식에 반등했다. 연정 구성에 성공한 치프라스는 이날 오후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면담한 뒤 총리 취임 선서를 했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끌었던 그리스 정부는 5년 가까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재정 상태를 흑자로 돌렸지만 민심을 잃었다. 중소기업 근로자와 실업자, 자영업자 등 서민에 대한 지원까지 대폭 줄어든 탓이다. 그리스 경제학자 루카스 추칼리스 교수는 “그리스 국민은 긴축으로 피폐해진 삶의 고통에 대부분 희망을 잃은 상태”라며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체념이 이번 선거에서 도박과도 같은 선택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시리자 압승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26일 유로화 가치는 한때 1.1098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는 2003년 9월 이후 11년여 만에 최저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로존 19개국은 26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그리스와의 부채 협상 대책을 논의했다. 회원국들은 이날 “그리스는 구제금융 조건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브누아 쾨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이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ECB가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 대해 채무 탕감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스페인 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그리스가 마침내 ‘독일 사절단’(사마라스 총리의 집권 신민당을 비하한 표현)보다 나은 정부를 갖게 됐다”고 시리자의 승리를 축하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사회당 대표도 “긴축이 아닌 새로운 정책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좌파전선(PG) 장뤼크 멜랑숑 대표와 영국 녹색당도 이번 선거 결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에선 시리자의 집권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토니 바버 파이낸셜타임스(FT) 유럽 에디터는 “시리자 당수가 선거운동은 급진적으로 했지만, 통치는 실용주의자처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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